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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재즈x힙합 ⑥ Greg Osby - 3-D Lifestyles

title: [회원구입불가]greenplaty2017.02.12 23:40추천수 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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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재즈x힙합 ⑥ Greg Osby - 3-D Lifestyles

* '재즈x힙합'은 재즈 매거진 <월간 재즈피플> <힙합엘이>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기획 연재입니다본 기사는 <월간 재즈피플> 2017 2월호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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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 유망주의 등장

1960년 8월 3일, 그렉 오스비(Greg Osby/ 색소폰)가 태어났다. 그의 출생지는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그가 처음 악기를 잡은 것은 1973년이었다. 클라리넷과 플루트, 알토 색소폰을 차례로 배웠다. 당시 메인 악기는 클라리넷이었다. 그렉 오스비는 색소포니스트로 활동하는데, 그는 클라리넷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기억한다. 클라리넷은 악기 중 쉬운 편에 속해 입문 과정이 수월하고, 목관악기의 원리와 악기 자체에 대한 이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서 잠깐. 색소폰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가 있어 잠시 짚고 넘어가려 한다. 색소폰은 금관악기처럼 보이지만 목관악기다. 악기제작자 아돌프 색스(Adolphe Sax)가 클라리넷을 모태로, 금관악기처럼 강렬한 소리를 내기 위해 고안한 악기다. 그래서 색소폰 리드는 클라리넷 리드와 매우 흡사하다. 소프라노 클라리넷은 소프라노 색소폰과 비슷한 모양인 것과 베이스 클라리넷은 테너 색소폰과 유사한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스윙 시대에는 클라리넷이 메인 악기 중 하나였는데, 비밥 시대를 거치며 클라리넷이 도태되고 색소폰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아무튼, 그렉 오스비는 클라리넷으로 음악을 시작해 색소폰으로 전향했다. 고향에서 여러 블루스/알앤비 밴드에서 연주를 시작했다. 이때가 1975년이었으니 악기를 처음 익히고 불과 3년만에 프로 경력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1978년에는 ‘흑인의 하버드 대학’으로 불리는 하워드 대학에서 재즈를 전공한다. 하워드 대학 교내 빅밴드에서 연주를 시작했는데, 그에겐 ‘제대로 된’ 첫 번째 재즈 밴드였다고 한다. 이 경험은 그에게 굉장한 자양분이 되었다. 십수 명으로 이루어진 밴드에서 자신의 소리와 주장을 관철하는 걸 배운 것도 이때라고. 이후 그는 버클리 음악대학에 편입하여 재즈 음악가로서의 기반을 본격적으로 다진다. 비슷한 연령대의 특급 유망주들 사이에서 그렉 오스비는 실력을 빠르게 키워 나갔다.

졸업하자마자 그와 함께하려는 음악가가 가득했다. 그중에는 허비 행콕(Herbie Hancock/ 피아노),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 트럼펫), 앤드류 힐(Andrew Hill/ 피아노)이 포함됐다. 그에게 가장 소중한 경험은 드러머 잭 디조넷(Jack DeJohnette/ 드럼)의 밴드 스페셜 에디션(Special Edition)에 속해 연주했던 것이었다. 그와 함께 투어를 하고 연주를 하며 배운 것은 음악과 연주만이 아니었다. 그는 잭 디조넷에게서 리더십과 음악 외적인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법을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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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을 택하다

독일의 JMT 레코즈(JMT Records)는 그렉 오스비와 레코딩 계약을 맺었다. 1987년부터 1989년까지 이곳에서 앨범을 발표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블루노트 레코즈(Blue Note Records/ 이하 블루노트)와 함께하면서부터였다. 1991년 작 [Man-Talk For Moderns Vol. X]부터 2005년 [Channel Three]까지, 총 15장의 앨범을 블루노트에서 발표했다. 그의 블루노트 데뷔 앨범 [Man-Talk For Moderns Vol. X]에는 훵키한 퓨전 재즈, 스무드 재즈, 포스트밥, 발라드가 다양하게 수록됐다. 스무드 재즈가 한창 인기를 얻던 그 시기의 트렌드와 그렉 오스비의 음악적 지향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어서 발표한 앨범은 예상 밖이었다. 힙합이었다. 앨범의 제목은 [3-D Lifestyles]. 알다시피 '3D'는 어렵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일을 말한다. 배수관 청소라든지, 폭발물 제거 같은 일 말이다. 앨범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여기서 지칭하는 3D는 그런 것들이 아니다. 빈민가 흑인들의 삶을 비유한 표현이다. 그들은 늘 위험에 놓여있고, 불결한 상황을 자주 맞이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며 생존한다. 그런 의미에서 3D는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이런 삶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가 바로 길거리라는 의미의 스트릿(Street)이다. 3D 라이프스타일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길거리이기 때문이다. 마약 거래가 되었든, 폭력이 되었든, 성매매 알선이 되었든 간에 말이다. 스트릿이란 콘셉트의 활용은 수록곡 "Streetjazz"의 제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가사 없는 연주곡이라 곡의 제목이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못한다. 대신 소리를 통해 설명한다. 음악 장르 중에서 스트릿에 가장 가까운 건 힙합이다. 반대로 재즈는 스트릿과 거리가 멀다. 재즈클럽이나 공연장에서 연주되는 음악인 재즈는 마칭밴드가 아니고서야 길거리에서 연주되지 않는다. "Streetjazz"는 루핑되는 메인 샘플, 보컬 샘플, 드럼머신으로 찍은 비트, 스크래치, 함성 등을 활용한 힙합 비트가 바탕이 된다. 그렉 오스비는 그 위에서 미끄러지듯 빠르게 움직인다. 힙합과 재즈이라는 이질적인 존재들의 결합을 소리로 증명한다.


♬ Greg Osby - Mr. Gutterman


이런 스트릿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곡이 앨범의 첫 트랙 "Mr. Gutterman"이다. 제목부터가 '길거리 잡상인'이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샘플 위에 랩이 올려진다. 래퍼들은 빈민가의 3D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실재하는 지옥'이라는 격한 표현까지 등장한다. 그렉 오스비의 색소폰 연주가 그 주변을 배회한다. 더불어 연주로 따진다면, 그렉 오스비가 가장 밝은 빛을 발하는 곡은 "God-Man Cometh"다. 피아니스트 대럴 그랜트(Darrell Grant)의 음침한 연주가 반복되고, 그렉 오스비의 빠르게 비틀비틀대는 연주가 등장한다. 불안정한 모습에 바로 이어서는 안정적인 화성 진행을 기반으로 한 연주가 등장한다. 그리곤 랩이 가세한다. 이 곡은 스트릿 라이프와 전혀 상관이 없다. 래퍼 라마 슈프림(Lamar Supreme)은 자신의 존재를 뽐내는 랩을 한다. 가사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모두 그렇다. 특히, 허풍으로 가득한 가사에 대한 당위를 얻기 위해서인지 랩에 이런저런 장식이 많다. 변칙적인 플로우를 사용함과 동시에 다음절 라임을 담아내기도 한다. 이 곡이 매력적인 건 단순히 랩이 있어서가 아니다. 힙합 프로덕션과 랩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 주위를 정신 없이 돌아다니는 색소폰이 아무런 위화감 없이, 오히려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의 프로듀서 알리 샤히드 무하마드(Ali Shaheed Muhammad)는 앨범의 몇몇 곡을 프로듀싱했다. 그가 작업한 곡들은 눈에 띌 정도로 드럼이 묵직하고 그루브감이 좋다. 굳이 크레딧을 확인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대표적인 곡이 "Raise"다. 둔중하고 리듬감 있는 드럼 연주뿐 아니라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 특유의 통통 튀는 사운드 활용에서도 그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뮤직비디오로 만날 수 있는 "Raise"는 CL 스무스(CL Smooth)가 랩을 더한 리믹스 버전이다.


♬ Greg Osby (Feat. CL Smooth) - Ra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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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새로운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음악가

이 시기에 그렉 오스비는 어느 한 사조에 빠져 있었다. 그만 그런 게 아니라, 그 주변의 많은 연주자들이 대체로 그랬다. 90년대 초, 뉴욕 브루클린에 모여 있던 젊은 재즈 연주자들은 무언가 새로운 걸 추구하고자 했다. 창의적인 표현을 위한 새로운 소리와 발상을 원했다. 그들은 엠베이스(M-Base, Macro-Basic Array Of Structured Extemporization)를 통해 그것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자신들을 ‘엠베이스 단체’라는 의미의 엠베이스 콜렉티브(M-Base Collective)라고 불렀다. 정제되지 않는 표현법과 규칙 때문에 프리 재즈나 아방가르드 재즈의 영역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엠베이스 콜렉티브 멤버들은 이를 두고 평론가들의 장르 구분 짓기라며 비판했다. 재즈로 분류되는 장르나 스타일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재즈의 한 갈래라고 규정하는 순간, 그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창의적이고 새로운 것이 구속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엠베이스에는 설립자나 리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실상 스티브 콜먼(Steve Coleman/ 색소폰)이 설립자고, 그렉 오스비와 함께 이끈 사조지만 말이다. 이들은 지금도 자신들의 이야기와 표현을 음악에 담아낸다. 이런 표현법은 기존의 형식과 규칙을 앞서가기 때문에 종종 어렵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렉 오스비가 힙합을 택한 것은 대단히 필연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자기 생각과 감정을 분출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90년대 초 대세 장르로 떠올랐던 힙합은 그에게 혁신의 아이템이자 표현 방식이었던 것이다.

그랬던 그렉 오스비는 2005년에 발표한 앨범 [Channel Three]를 마지막으로 블루노트와 결별한다. 자유로운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에게 블루노트는 일종의 구속과도 같았다. 2000년대 초 노라 존스(Norah Jones/ 보컬)가 대중적인 스타일로 지대한 상업적 성과를 일궈내자, 블루노트의 임원진은 노라 존스를 레이블의 좋은 표본으로 설정했다. 그렉 오스비는 레이블의 다른 연주자들에 비하면 음악적으로 자유로운 편에 속했지만, 그런 소속사의 기대치와 시선이 불편했을 것이다. 재즈 뮤지션에게 영광의 상징인 블루노트를 떠나는 게 아쉽기는 했겠지만, 그래서 그는 "할 만큼 했다"고 말한다. 15년 동안 블루노트에서 힙합부터 스트링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등 하고 싶은 걸 다 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이윽고, 2007년에는 이너 서클 뮤직(Inner Circle Music)이라는 레이블을 설립해 새로운 젊고 재능 있는 신인 발굴에 힘쓴 바 있다. 2008년에는 피아니스트 배장은의 앨범 [Go]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가능성이 있는 음악가라면 경계 없이 다가선다. 지금은 스타 피아니스트가 된 제이슨 모란(Jason Moran)은 그렉 오스비가 90년대에 발굴해서 키운 음악가다.

1960년 생인 그렉 오스비는 창의력으로 가득한 사람이다. 집에 색소폰을 여럿 두고 온종일 돌아다니면서 연습을 한다고 한다. 연주를 계속하면 몸이 피로해지기 때문에 주로 느릿한 발라드를 연주한다고 한다. 이웃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고. [3-D Lifestyles]를 비롯해 그의 엠베이스 기반의 앨범을 떠올려본다면 약간은 못 미덥지만, 그의 앨범 [Art Forum]에 수록된 "I Didin’t Know About You"를 들어보면 또 느낌이 사뭇 다르다. 한마디로 말해, 그는 종잡기 어려운 연주자다. 그렉 오스비는 여전히 새로움을 갈구하고, 젊은 연주자들과 소통하길 원한다. 그렉 오스비는 한번 했던 걸 다시 하는 걸 즐기지 않는다. 전혀 예상할 수 없지만, 앞으로 이어질 행보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글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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