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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두 갈래의 신인들

title: [회원구입불가]GDB2016.11.18 12:56추천수 17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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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두 갈래의 신인들

가상의 뮤지션을 한 명 떠올려보자. 그가 등장한 지 얼마 안 된 신인이라고 한다면, 당신은 그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각자 다른 대답이 나오겠지만, 가장 많은 답은 아마도 '신선함'일 듯하다. 물론 신선함에도 여러 갈래가 있다. 기존에 없던 것을 신선하다 여길 수도 있고, 과거의 유산을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것 역시 신선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힙합 씬을 보면 신선함의 의미는 후자에 가깝다. 누군가는 고착화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최근 등장하는 신인들은 기성 아티스트가 만들어놓은 틀을 자신의 색으로 다듬어 공개하며 사람들을 열광케 한다. 힙합엘이 에디터 둘은 이 흐름을 해석할 수 있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고 보았다. 이 글은 그 두 갈래에 관한 두 에디터의 글이다.




Kendrick Lamar의 2016 Grammy Awards 퍼포먼스

어떤 음반이든 그 안에는 살만한 값어치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돈을 쓸 이유가 없다. - Vince Staples"


올해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 퍼포먼스는 충격적이었다. 창살에 갇힌 흑인, 아프리카라는 전통, 캄튼(Compton)이라는 배경이 어우러진 무대는 음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오래 회자될만한 무대였다. 물론 아프리칸-아메리칸의 역사를 짚고 흑인의 정체성을 내거는 게 힙합의 유일한 본질은 아니다. 다만 일상 깊숙이 스며든 사회적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고 생각하여 음악으로 전달한다는 점은 힙합의 전통과 맞닿아있다. 과거 훌륭한 비트와 체계적인 메시지가 어우러졌을 때, 힙합은 사회적인 파장을 낳았다. 오늘날에도 이 흐름은 조건만 충족된다면 이어갈 수 있다. 켄드릭 라마의 두 번째 정규작의 수록곡 “Alright”이 미국 전역에서 펼쳐진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에 울려 퍼진 것처럼 말이다. 

현재 힙합의 주류는 즉흥적인 감상을 유도하는 곡이다. 이는 차트 상위권만 훑어도 쉽게 알 수 있다. 단순한 유행으로 치부되던 트랩은 이제 대세를 넘어 팝 시장을 구성하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모두가 트랩을 추구하는 건 아니다. 힙합은 트랩이 아닐 때 더욱 강한 울림을 주기도 한다. 켄드릭 라마나 제이콜(J. Cole)은 현재 가장 대중적으로 이를 실천하는 음악가일 뿐이다. 그들 외에도 메시지의 끈을 놓지 않은 래퍼는 적잖이 찾아볼 수 있다. 빈스 스테이플스(Vince Staples), 믹 젠킨스(Mick Jenkins), 아이재아 라샤드(Isaiah Rashad)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음악을 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훌륭한 랩 퍼포먼스와 분위기 있는 비트지만, 가사와 그 안에 담긴 메시지 역시 빼어나다. 물론 세 사람 사이 표면적인 공통점은 크게 없어 보인다. 꼭 짚어 붐뱁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이 가리키는 방향은 차트에 오르내리고,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클럽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이 추구하는 방향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 Vince Staples - Prima Donna


듣는 즐거움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담길 때 음악은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 그 중심에 자리하는 것이 메시지다. ‘사랑과 평화’ 같은 구호나 ‘메시지를 전파하라’ 같은 슬로건은 힙합의 시작을 함께한 선구자들이 입에서 떼지 않았던 기치이다. 1970년대 브롱스(Bronx) 남부를 배경으로 힙합의 태동을 그린 드라마 <겟 다운>은 주인공 북스(Books)가 작사하는 과정을 통해 랩의 초기 형태에서 시가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는 사실을 슬며시 보여준다. 북스가 내뱉는 모든 가사는 드라마 제작 과정에 참여한 나스(Nas)가 직접 작사했다. 유독 긴 가사, 그래서 더 길게 풀어냈던 메시지는 어쩌면 타 장르와 힙합을 구분 짓는 가장 뚜렷한 정체성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믹 젠킨스가 정규작 [The Healing Component]에서 사랑과 진리라는 추상적 주제를 종교적 코드와 세밀한 비유로 풀어내는 순간과, 아이재아 라샤드가 [Cilvia Demo] EP와 [The Sun’s Tirade]에서 개인적인 이야기의 나열로 성찰을 넘어선 성장을 그려내고 청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순간 사이에는 묘한 교집합이 존재한다. 빈스 스테이플스의 앨범 [Summertime '06]이나 [Prima Donna] EP도 마찬가지다. 메시지는 비트와 랩, 나아가 앨범을 하나로 엮는 도구이자, 그 위에서 음악에 사회적 가치와 힘을 부여하는 유일무이한 요소이다.

한 장르 안에 있는 모든 음악이 유행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트랩 래퍼들이 유행의 최전선에서 사람들의 환호성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면, 다른 누군가는 힙합이 과거에 만들어냈던 멋을 현재에 맞게 재구성하며 잊힌 역사를 이어갈 필요도 있다. 양 갈래 길 중 틀린 길은 없다. 그저 다를 뿐이다. 단편적인 감상과 거리를 두고, 길게 들어야 하는 메시지를 진중한 태도로 담는다는 것. 듣기만 해도 따분하고 고지식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작업 속에서 잊히고 빈사 상태에 놓여 있던 불씨는 되살아난다. 앨범 판매량이나 차트 순위와 같은 지표에서는 읽을 수 없는 부분이다. 빈스 스테이플스, 믹 젠킨스, 아이재아 라샤드. 그리고 이 지면에 언급하지 못한 또 다른 래퍼들. 어쩌면 이들의 힙합은 낡고 먼지 묻은 과거의 표어를 현재의 방식으로 다듬고 풀어내는, 가장 정통에 가까운 힙합일지도 모른다. - Pepnorth






♬ - Gucci Mane - Waybach

힙합 노래를 만들기 위해서 반드시 들어봐야 될 힙합 리스트가 적힌 참고서라도 있는 거야? - Lil Yatchy"

힙합은 수많은 장르의 영향을 받으며 태어났다. 이후 다양한 아티스트의 등장과 함께 독자적인 발전을 모색해왔고, 다른 장르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이르렀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익숙한 장르는 트랩이다. 미디어를 통해 여러 번 소개된 이 장르는 1990년도쯤 미국 남부에서 오거나이즈드 노이즈(Organzied Noize)와 던전 패밀리(Dungeon Family)와 함께 시작되었다. 이후 쥬브나일(Juvenile), 쓰리 식스 마피아(Three Six Mafia), 구찌 메인(Gucci Mane) 등의 등장과 함께 점차 메인스트림을 지배해왔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간이다. 서던과 트랩이 미국 메인스트림을 지배하다시피 한 기간이 어느새 10년이 지났다는 사실 말이다.


흔히 청소년기에 들은 음악이 평생의 취향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10년은 누군가가 청소년에서 성인이 자라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현재 10대에서 20대를 보내고 있는 이가 힙합을 좋아한다면, 그가 가장 많이 들었을 힙합 장르는 아마도 트랩이다. 특히 미국에 살고 있고, 힙합을 처음 접한 경로가 라디오나 차트 등의 메인스트림이었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유는 간단하다. 앞서 말했듯 트랩은 긴 시간동안 차트를 지배해왔고, 그 안에서 티아이(T.I.)나 에이스 후드(Ace Hood), 혹은 퓨처(Future)처럼 랩 하는 이들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것이 아티스트 한두 명이 만들어낸게 아닌,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었단 점이다. 조이 배대스(Joey Bada$$)나 비숍 네루(Bishop Nehru)와 같이 붐뱁을 정체성으로 삼은 아티스트가 등장했을 때, '붐뱁'과 관련된 키워드를 홍보 문구로 사용되었던 점 역시 트랩의 유행을 뒷받침한다.


♬ - Lil Yatchy - 1 NIGHT


이를 생각한 뒤 힙합엘이 국외 뉴스 기사란을 살펴보면 재밌는 부분이 있다. 우선 'Ab-Soul, 'Lil' 래퍼들 디스하다'를 살펴보자. 뉴스 안에서 앱소울(Ab-Soul)은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가 DJ 프리미어(DJ Premier)의 곡을 거절한 일을 들며 역사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한다. 이와 함께 언급할 만한 기사가 릴 야리(Lil Yachty)에 관한 뉴스, 'Lil Yachty, 자신이 '힙알못'인거 인정하다?'와 'Lil Yachty, '내 헤이터들은 구닥다리에 한물간 애들'이다. 기사를 보면 릴 야리는 자신은 투팍(2Pac)과 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의 곡을 모른다고 말하며, 한편으로는 "힙합 노래를 만들기 위해서 반드시 들어봐야 될 힙합 리스트가 적힌 참고서라도 있는 거야?"라는 말을 꺼낸다. 트랩이란 장르 자체가 가진 역사를 생각해보면, 현재의 아티스트에게 트랩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동시에 앱소울이 말하는 '역사' 역시 또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

앱소울이 힙합이 가진 역사를 언급하며 'Lil' 래퍼들'의 음악이 어리다고 말한 바탕에는 릴 우지 버트가 DJ 프리미어의 비트를 거절한 것과 동시에 최근의 'Lil' 래퍼들'이 가벼워 보이는 음악을 하고 있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또한 릴 야리를 향한 각 커뮤니티의 비판 역시 앱소울과 비슷한 맥락을 공유한다. 그렇지만 트랩이란 장르에 쌓인 음악과 아티스트, 차트 성적, 그들이 해온 이야기는 트랩이 자극적이기만 한 음악이 아님을 증명한다. 루다크리스(Ludacris)는 컨트리, 서던, 트랩을 모두 거쳐오며 후드를 이야기했고, 지지(Jeezy) 역시 끊임없이 트랩 음악으로 게토를 언급하는 이다. 이 계보는 21 새비지(21 Savage)가 계승했다고 볼 수 있다. 또, 가장 많은 화살을 받는 내용 없는 트랩 음악 또한 '듣는 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자극적인 음악'이란 내용으로 트랩이 쌓아 올린 역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릴 우지 버트가 자신의 정체성(트랩) 때문에 DJ 프리미어의 비트를 거절한 행위는 비난 혹은 비판받아야 할 일이 아니다. 릴 야리의 투팍, 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에 관한 언급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교과서' 혹은 '참고서'가 나스, 투팍, 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제이지(JAY Z) 이듯이, 현재의 'Lil' 래퍼'들의 교과서는 과거의 트랩 래퍼들이다. 이를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역사가 트랩에 쌓여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 역사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란 점이다. - GDB


글ㅣPepnorth, 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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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3
  • title: [로고] Wu-Tang Clan빅파파Best베스트
    4 11.19 01:28
    좋은글입니다!
    어떤것이든 함부로 비판해서는 안됩니다... 조화!
    하지만 우린 몸이 나빠지면 늘 건강식을 찾기 마련이죠
  • 11.18 13:18
    글내용 정말 공감가네요!
  • 11.18 21:10
    lil래퍼들 나름대로의 신선함도 있지만 그래도 badass와 kendrick...
  • 11.18 22:25
    vince 한번 듣고나서도 릴야치가 더 낫다는 얘기가 나올수가있을까??? 나는 vince 와 lil yachty사이에 넘을수없는 벽이 존재한다고 생각. 타고난 재능이다름
  • 11.19 12:45
    @vince staples dick
    힙합 클럽 DJ라면 릴야티를 더 좋아할거 같네요. 다른 방향의 재능입니다.
  • 11.23 19:22
    @BRUSH
    누가 맞고틀린건 없지만 뛰어남은 존재하지!
  • 1 11.20 02:15
    @vince staples dick
    닉값하시네요
  • 2 11.19 00:19
    결국에 롱런하는건 대부분 뿌리를 존중하는 사람들임
  • 11.19 00:29
    좋은글이네유
  • 11.19 00:40
    한명은 진짜 음악하러 나온사람 맞는데 한명은 관심받고 싶어서 나온것 같음
  • 4 11.19 01:28
    좋은글입니다!
    어떤것이든 함부로 비판해서는 안됩니다... 조화!
    하지만 우린 몸이 나빠지면 늘 건강식을 찾기 마련이죠
  • 11.19 10:11
    좋은글 스웩
    확실히 요즘 쏟아져나오는 신세대 트랩 래퍼들을 무조건 비난하는 건 문제가 있닥 봐요
    물론 대부분 원 히트 원더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지만...
  • 11.20 00:40
    뭐든지 골라먹기 나름이죠
  • 11.20 09:03
    좋은글이네요.
    취향존중 ㅇㅇ 취향강요 ㄴㄴ
  • 11.20 12:00
    어느 방향이 됬건 음악을 위한 음악이 아닌 돈을 위한 음악은 오래 못간다..
  • 11.20 16:39
    요즘 깊게 하던 생각이엇는데 좋은글 감사합니다.
    이제 트랩음악이 힙합이 아니다라고 할 시기는 지난것같아요
    트랩역시 그 만의 역사를 쌓아가고 있으니까. 우리나라는 이제 일리네어를 듣던 학생들이 힙합의 대중화를 몸으로 느끼면서 힙합을 알아갈텐데
    확실한 생각은 가벼움만을 가지는 음악은 그만큼 쉽게 잊혀진다는겁니다
    본토에서도 정체성에 혼란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더 심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힙합뮤지션들이 가지고 가야할 논지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그냥 내가 하고싶은거 하는거야. 라는 말로 통용되기엔 힙합이 너무 커져버렷어요
  • 11.20 16:54
    글 내용도 좋은데 켄드릭 라이브 보고 지렸네요.... ㅜㅜ
  • 11.20 20:27
    저는 릴야띠 과 인듯 올드스쿨 잘안듣고 모름 ㅠ
  • 11.21 13:30
    좋은 글 감사합니다! 릴야티 멋있어요
  • 11.22 10:31

    붐뱁미만잡 이라고 외치시는 분들께 보여주고 싶은 글..

    켄드릭 라이브 다시보고 지리고 갑니다

  • 11.22 11:57
    굿굿
  • 1 11.25 18:37
    만약 아직도 너들중 누군가가 이글을 보고 붐뱁충vs트랩충 이라고 생각한다면 니들은 힙합 처음부터 다시들어야함
  • 12.17 10:07
    좋은 글 잘봤습니다만 여기서도 굳이 비교하며 깍아내리는 댓글이있어 눈살 찌푸려지네요.^^
  • 12.21 22:34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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