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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재즈x힙합 ④ Miles Davis - Doo-Bop

title: [회원구입불가]greenplaty2016.10.21 15:30추천수 6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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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재즈x힙합 ④ Miles Davis - Doo-Bop


* '재즈x힙합'은 재즈 매거진 <월간 재즈피플> <힙합엘이>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기획 연재입니다. 본 기사는 <월간 재즈피플> 2016 10월호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1991년 초,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트럼펫)는 뉴욕의 한 아파트에 앉아 있었다. 창문을 열자 도시의 소리가 들려왔다. 자동차가 만들어내는 온갖 잡음, 사람들의 대화 소리 등등 인위적인 소리와 그렇지 않은 것들로 뒤죽박죽이었다. 마일스 데이비스는 생각했다. 그가 데뷔했던 40년대부터 반세기 동안 그는 재즈의 중심축이었다. 재즈의 황금기를 경험하기도 했고, 재즈가 음악계 피라미드 최하단까지 몰락하는 순간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런 일련의 과정에서도 그는 재즈와 대중음악을 오가며 최고의 스타로 군림했다. 그도 재즈가 더는 내려갈 곳이 없을 정도까지 갔다는 걸 알았다. 재즈의 중심지였던 뉴욕이었지만,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건 랩이었다. 잠시 고민을 했던 마일스 데이비스는 당시 최고의 힙합 레이블이었던 데프잼 레코딩스(Def Jam Recordings)의 대표 러셀 시몬스(Russell Simmons)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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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밥에서 포스트밥까지

 

알다시피 마일스 데이비스는 스윙의 시대에 태어나 비밥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뮤지션이다. 실은 클래식 교육을 받았으며, 세인트루이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단원에게서 트럼펫을 배우기도 했다. 아버지가 치과의사였던 덕분에 유복한 삶을 살았던 마일스 데이비스는 정식 음악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클래식 음악에 재능을 보였던 것인지 1944년에는 줄리아드 음악대학에 입학하기에 이른다.

 

뉴욕은 그에게 음악의 도시였다. 더 디테일하게는 클래식이 아닌 재즈의 도시였다.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 트럼펫)와 찰리 파커(Charlie Parker/ 색소폰)가 이끄는 비밥의 흐름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사실, 마일스 데이비스는 뉴욕에 오기 전부터 재즈 밴드에서 활동했던 연주자였다. 세인트루이스에서도 나름의 경력을 쌓고 있었고, 덕분에 찰리 파커를 비롯한 비밥 연주자들에게 픽업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재즈의 중심축에서 활동하게 되자 클래식 공부에선 멀어지게 되었다. 백인 중심적이며 인종차별적인 클래식 교육에 진절머리가 났다고 고백했다.결국, 줄리아드에서 자퇴할 계획이었다. 가까스로 부모를 설득해서 1년 만에 학교에서 자퇴하고 만다. 이 시기에 그는 찰리 파커의 밴드 정규 멤버로 활동하고 있었으며, 찰리 파커의 룸메이트이기도 했다.

 

이후 마일스 데이비스는 모던재즈의 중심축으로 성장했다. 클래식 음악과 아마드 자말(Ahmad Jamal/ 피아노)을 비롯한 연주자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웨스트코스트 재즈 씬의 중심축이 되기도 했고, 비밥을 가다듬은 하드밥 흐름에 포함되기도 했다. 모던재즈에 이어 등장한 프리 재즈에는 인색했다. 그 대신 하드밥에 프리 재즈적인 자유로운 요소가 가미된 포스트밥으로 60년대 재즈 씬을 이끌었었다. 그 사이에는 재즈와 클래식의 요소를 접목한 서드스트림이라는 장르를 선보인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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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퓨전 시대를 열다

 

60년대까지 재즈의 중심축으로 활약한 마일스 데이비스는 늘 아쉬움을 느꼈다. 50년대 모던재즈까지는 사람들이 공감했지만, 60년대부터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록, 소울, 훵크, 포크 등의 대중음악 장르들이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재즈는 빠르게 사장되었다. 그렇다고 이런 장르 음악들을 괘씸하게 여기며 배척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소울, , 훵크 등의 장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편이었다. 그런 음악들이 자신이 추구해온 것과 어떤 접점이 있는지, 어떤 식으로 융합될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어쿠스틱한 사운드에 집중했었지만, 마일스 데이비스는 이내 전자음에 매료된다. 마침 그의 밴드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던 허비 행콕(Herbie Hancock/ 피아노)가 전자음악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던 차였다. 결국, 둘은 연구 끝에 전자음악을 재즈에 접목하기로 했다. 허비 행콕은 일렉트릭 피아노를 연주했다. 조지 벤슨(George Benson/ 기타)을 불러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게 하기도 했다. 그렇게 1968년 발표한 [Miles In The Sky]는 변화에 변화를 거듭해온 마일스 데이비스가 자신의 새로운 일탈을 세상에 공표한 작품이었다. 너무 새로운 음악에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늘 그랬듯 곧 수긍하게 되었다.

 

어느 날,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와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의 공연을 본 마일스 데이비스는 전자적인 소리에 록과 훵크적인 요소를 더 가미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그 결과물이 바로 [Bitches Brew]. 이 시기에 마일스 데이비스는 창작욕이 폭발하고 있었다. 음악은 난해했지만, 재즈가 어떠한 방향으로 새롭게 설정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었다. 본 앨범에 참여한 조 자비눌(Joe Zawinul/ 키보드), 웨인 쇼터(Wayne Shorter/ 색소폰), 칙 코리아(Chick Corea/ 피아노) 등의 연주자들은 자신만의 퓨전 재즈 밴드를 꾸리며 퓨전 재즈의 붐을 일으켰다. 이들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음악과는 달리 직관적이고 공감하기 쉬운 사운드를 구축했다. 이전에 마일스 데이비스와 함께했던 허비 행콕 역시 헤드헌터스(The Headhunters)라는 훵크 재즈 밴드를 꾸려 대성공을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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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와 암흑기

 

1975, 마일스 데이비스는 은퇴를 선언한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전담 편곡가/작곡가로 활약한 길 에반스(Gil Evans)마일스는 이제 지쳤다. 휴식이 필요한 때라고 전했다. 확실히 마일스 데이비스는 진화를 위해 자신을 혹사했다. 그 마지막 결과물인 70년대의 작품들은 신선함보다는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늘 선두주자로 앞길을 밝혀왔던 그가 더 이상 나아갈 길을 보지 못해 좌절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천부적인 재능을 어찌 감추고 살까. 그는 1979년에 복귀를 선언하게 된다(얼마 전에는 1975년부터 1979년까지 마일스 데이비스의 은퇴기를 배경으로 상상력을 더한 영화 <마일스>가 개봉하기도 했다). 복귀한 뒤에는 다시 은퇴 직전까지 했던 재즈록 퓨전을 다시 선보였다. 역시나 그리 새로울 건 없었다. 그러던 중 1985년에 발표한 [You're Under Arrest]는 퓨전이었지만 달랐다. 이전과는 달리 가볍고 쉬운 음악이었던 것.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Human Nautre’, 신디 로퍼(Cyndi Lauper) ‘Time After Time’이 실렸다. 일부는 이것을 두고 마일스 데이비스의 완벽한 퇴보로 보지만, 한편으로는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다. 10년 동안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있었던 마일스 데이비스가 스무드 재즈의 영역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 작품들보다 연주가 아쉬운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말년의 매너리즘에서 탈피했다는 점엔 조금 더 후한 점수를 주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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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밥, 힙합과의 만남

 

그렇게 마일스 데이비스는 팝, , 훵크 등을 접목하며 음악을 완성해나갔다. 그 시기에 마커스 밀러(Marcus Miller/ 베이스)라는 천재 베이시스트 겸 프로듀서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곡의 완성도는 물론이고, 연주도 탁월했으니까. 두께감 있게 연주하는 베이스에 강력한 슬랩 주법까지, 마커스 밀러의 선 굵은 베이스 사운드는 힘이 빠져있던 마일스 데이비스의 음악이 허리를 곧게 펴게끔 큰 에너지가 돼 주었다.

 

하지만 세 장의 앨범을 함께한 뒤 마커스 밀러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곁을 떠났다. 그리고 마일스 데이비스의 음악도 다시 변하게 되었다. 그는 다시 새로움을 갈구했다. 당시 뉴욕의 소리를 듣고서는 러셀 시몬스에게 전화를 걸었던 게 바로 그때다. 러셀 시몬스는 당시 젊은 힙합 프로듀서였던 이지 모 비(Easy Mo Bee)를 소개시켜줬다. 이지 모 비는 우탱 클랜(Wu-Tang Clan), 투팍(2Pac),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 엘엘 쿨 제이(LL Cool J)와 같은 스타들과 작업하는 90년대 힙합 프로듀서였다. 마일스 데이비스는 이지 모 비에게 자신의 음악이 이제는 힙합/알앤비 라디오에서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 모 비도 마일스 데이비스가 다시 새로운 걸 하고 싶어 한다는 걸 눈치챘다. 하지만 60대의 나이든 아저씨가같이 힙합 좀 해보자고 접근하는데 어떤 20대 청년이 선뜻 나서겠는가. 그럼에도 둘이 함께할 수 있었던 건 마일스 데이비스의 오픈 마인드 덕분이었다. 아무리 음악 영웅이라고 할지라도 한물간 재즈 연주자가 꼰대같이 굴었다면 힘들었겠지만, 그는 이지 모 비에게 자신에게 없는 능력을 갖춘 음악가에게 열려있음을 보여주며 도움을 청했었다.

 

그렇게 성사된 마일스 데이비스와 이지 모 비의 콜라보, 이들은 40살의 간극을 어떻게 메웠을까? 간단했다이지 모 비가 곡을 들려주고, 마일스가 마음에 들면 그대로 트럼펫을 들고 그 위에 멜로디를 연주했다. 확실히 그의 연주에는 강렬한 힘과 긴 호흡이 없었다. 오히려 짧은 소리 파편들의 연속이라고 보는 것이 더 가까울 것이다. 그래도 문제 될 건 없었다. 어린 시절과는 달리 마일스 데이비스는 혼자서 음악을 가득 채운다기보다는 자신의 소리를 곡을 완성하는 요소 중 하나로 가져갔다. 이지 모 비의 경우에는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 초콜릿 밀크(Chocolate Milk),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와 같은 훵크 뮤지션뿐 아니라 도널드 버드(Donald Byrd), 진 에먼스(Gene Ammons)의 재즈 연주를 샘플링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힙합에 접근했다.



♬ Miles Davis - Doo-Bop Song

 


여섯 곡이 완성되었을 무렵, 마일스 데이비스는 쓰러지고 만다. 응급실에 실려 가면서 "금방 돌아올 테니, 기다려"라고 말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그는 그 말을 지키지 못했다. 1991년 9월 28일, 마일스 데이비스는 병원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이지 모 비는 발매 레이블인 워너 브라더스 레코즈(Warner Bros. Records)에 찾아가서 마일스 데이비스의 'RubberBand Session’ 테이프를 내달라고 말했다. 이 테이프는 마일스 데이비스가 콜롬비아 레코즈(Columbia Records)에서 워너 브라더스 레코즈로 옮겨갈 때 발표하지 못한 채로 남긴 연주 테이프였다. 그는 이 곡들이 수록되면 마일스 데이비스도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실린 트랙이 "High Speed Chase", "Fantasy", "Mystery"다. 물론, 이지 모 비가 손을 본 버전이다. 이 앨범은 [Doo-Bop]이라는 제목으로 1992년 발표됐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마지막 정규 앨범이자 사후 앨범이 되었다.

 

[Doo-Bop]은 당시 평론가들에게서는 아주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다. 전통적인 재즈 녹음 방식에서 이탈했고, 밴드 리더가 파편적으로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곡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연주 톤이 너무 다르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기량이 떨어진 말년이라는 점, 녹음 방식, 이전의 녹음물을 활용한 추가 수록곡 등을 떠올리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Doo-Bop]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앨범이기도 하다. 이 앨범이 발표되자 그 후로 많은 연주자가 재즈와 힙합을 접목한 앨범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1993년부터 1994년까지, 거의 붐이라도 봐도 좋을 정도로 쏟아져 나왔다. 아무리 예전 같지 않은 말년의 아티스트라도, 마일스 데이비스가 한 것을 따라가면 음악계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힘겨운 80년대를 보냈던 마일스 데이비스는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놓고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글 | greenpla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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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10.21 15:53

    언급된 비치스 브류는 아직도 이해가 불가능한 난해한 앨범...

    갠적으로 마일즈데이비스 자서전도 다읽엇으면 관련책을 몇권읽을정도로 좋아하지만 도저히 이해안되고 즐기기힘든 앨범인듯 

    두밥 이전 앨범중에도 재즈와 힙합을 접목시킨건아니지만 반복적인 연주를 통한 그루브를 형성한 음악이 좀 잇엇죠 마치 힙힙과 비슷한 느낌의 그런... 예를들어 U'n'I 같은 곡이요 

    힙합팬들이면 재밋게 들을 퓨전재즈곡일듯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엇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마일즈 데이비스 앨범은 라이브앨범인 1967 몬트레이 재즈 패스티벌 진짜 신들린 연주들

  • 10.22 00:09
    @Swany
    난 비치스브루 랑 두밥 이 젤 좋음
  • 10.21 19:23
    어제 재즈의 역사란 책을 봤는데... 마일스를 기술해 놓은걸 보면 영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앨범 들어보고싶었는데 오늘 le에 마일스 글 올라온걸 보니 왠지 단순한 운명 같지가 않네요 이번기회에 들어야겠습니다
  • 10.21 22:55
    진짜 사랑하는 음악
  • 1.31 22:38
    마일스 데이비스 정말 좋아하는데 정말 좋은 글이네요, 감사하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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