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가 낳은 돌연변이, 블랙넛
* 본 글은 오마이뉴스(ohmynews)에 8월 27일자로 먼저 게재된 바 있습니다. 필자의 의도가 곡해될 소지가 있는 몇몇 부분은 내용을 추가, 수정, 삭제하였으니 양해 바랍니다.
어느새 <쇼미더머니 4>가 끝났다. 2012년에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했을 때, 티저 영상 속 “대한민국 힙합은 <쇼미더머니> 전과 후로 나뉠 수 있다.”라는 말은 프로그램이 4년째 접어든 지금에 와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발전에 힘썼다는 식의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했다는 건지, 파이만 커지고 속은 텅텅 빈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질하였다는 건지에 대해서는 각자 생각이 다를 것이다. 다만, 이번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도 한국힙합 씬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시즌이었다. 모두가 스눕 독(Snoop Dogg) 앞에서 했던 싸이퍼라 부르고 난장판이라고 읽는 스테이지를 겪으며 지금 이 상황만 견디자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 있었겠느냐며 “답답하면 니들이 뛰든가.” 식의 기성용 논리를 들이댈 수도 있겠다. 허나, 마이크를 잡으려 한 사람이 소수거나 없었다면 바보가 되는 건 제작진이었을 것이다. 물론, 처참한 상황을 견딤으로써 오를 몸값을 비롯한 래퍼들의 가치가 마지막에 남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눈치 게임의 승자만이 받는 리워드일지, 아니면 <데스노트> 속 수명의 절반을 내놓으며 얻는 사신의 눈처럼 문화를 갉아 먹으면서 미리 땡겨 받는 사채일지는 지금 당장 알 수 없다. 모든 건 시간이 알려줄 테지만, 아마 그 시간조차도 엠넷(M.Net)과 <쇼미더머니>는 힙합을 내버려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힙합? 아~ 그 양아치 음악!
어쨌든 <쇼미더머니>가 계속됨과 동시에 이번 시즌에도 앞서 말한 ‘난장판 싸이퍼 스테이지’ 등으로 한국힙합의 민낯은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이번에는 송민호, 블랙넛(Black Nut)이 주범이 된 이른 바 ‘힙합 여성 혐오 사태’가 최고 이슈였다. 한국은 올해 들어 장동민이 과거에 했던 여성 혐오 발언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이제는 아예 여성 혐오 그 자체에 관해 이야기하는 게 트렌드가 된 실정에 놓여 있다. 덕분에(?) 김성주가 아내를 굴복시킬 때는 아이를 빼돌린다는 라디오에서 한 발언도, 유재석이 <무한도전>에서 홍진경에게 한 “천생 여자네.”라는 말까지도 나름 크게 혹은 소소하게 회자되곤 했다. 그런 와중에 안 그래도 관심이 전혀 없는 몇몇 사람에게는 ‘사회 비판하면서 군대는 안 가는 가수가 많은 장르’, ‘욕하고, 마약하고, 돈 많다고 유세 떠는 양아치 음악’으로만 제멋대로 인식되고 있는 힙합이 도마 위에 올랐으니 이 얼마나 공격하기 좋았겠는가.
실제로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래퍼들의 여성 혐오성 가사들을 모아 편집된 짤 안에는 힙합이라는 외래문화가 국내에서 제대로 로컬라이징되지 못함으로써 생겨난 경우가 많았다(뉘앙스가 조금 다른 몇 개의 케이스까지 싸잡히긴 했다). 그리고 송민호의 가사는 그에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힙합 웹진 리드머(Rhythmer)에 올라온 <’쇼미더머니’ 여성비하 랩 가사 논란, 왜 문제시해야 하는가>(링크)에 잘 정리되어 있으니 길게 얘기할 필요 없을 듯하다. “힙합은 원래 그래.”라는 말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는 비교적 최근의 추세를 반영한 좋은 사례들이 열거되어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앞서 말한 대로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표적은 단연 송민호와 블랙넛이었다. 허나 조금 더 세심하게 바라보면, 그 둘은 문제시되는 가사를 쓰게 된 배경이나 맥락이 확연히 다르다. 가사 전체를 놓고 보면, 당연히 블랙넛의 것에 더 경악을 금치 못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간 블랙넛에 관한 기사를 쓴 그 어떤 매체도 그가 가진 맥락을 파악하지는 못했다. 이윽고 다음 스테이지가 진행되면서 논란은 말 그대로 냄비처럼 사그라졌다. 이제는 블랙넛이라는 이름 앞에 ‘극혐’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거나 블랙넛의 본명 김대웅에 ‘갓’을 붙인 ‘갓대웅’이라고 부르는 두 파만이 생겼을 뿐이다. 그래서 본 글에서는 보다 심층적으로 힙합, 디시인사이드(dcinside)와 일베를 비롯한 한국의 인터넷 문화, 더 나아가 한국 전반을 아우르는 사회적 구조 등의 맥락을 블랙넛과 엮어 짚어보려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누가', '무엇을'보다는 '어떻게', '왜'에 집중하고 있으며, 블랙넛에 대한 아젠다 세팅이 조금 더 세심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에 연관된 여러 문화적 맥락을 짚어보려 한 글이다. 그러니 블랙넛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일치하든, 반하든 간에 스크롤을 휙 내리지 않고 각 파트의 내용을 읽어주면 감사하겠다.
디시인사이드, 일베, 그리고 모쏠아다
이제는 세대가 많이 바뀐 만큼 지금 사람들이 얼마나 자세히 알지는 모르겠지만, 블랙넛의 과거는 MC 기형아였고, 또 보이스웨어를 이용하여 랩 비스름한 걸 구사하고, 그걸 비트 위에 올려 음원을 공개하곤 했던 김콤비였다. 그는 김콤비 시절부터 디시인사이드 합성 필수요소 갤러리에서 유행하는 요소를 사운드 소스로 활용하거나 소스를 배치하는 방법을 비슷하게 가져가며 해당 커뮤니티의 영향을 받았음을 드러내 왔다. 또한, 당시 디시인사이드의 몇몇 주요 갤러리의 주요 유행 코드였던 지역 차별, 성별에 무관하게 습관적으로 이뤄졌던 성적 희화화 등으로 가득 차 있는 가사를 선보였었다. 이는 당시 김콤비에 열광하고 있던 힙합 커뮤니티 유저들에게는 길티 플레져로 인식되고 있었다. 개중에는 현재 주로 문제시되고 있는 MC 기형아 시절의 곡 “졸업앨범”에 버금가는 말도 안 되는 수위를 선보이는 트랙들이 대다수였다.
근래 흐름만 보면, 도덕적 기준에서 가장 저질적인 커뮤니티로는 단연 일베가 꼽힌다. 하지만 일베가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전까지는 디시인사이드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일베에 비해 세분된 갤러리의 수를 자랑하고, 또 저질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건 유저가 많고 문제가 자주 야기되는 몇몇 주요 극성 갤러리(코갤, 스갤, 야갤 등)의 몫이었기에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과 7, 8년 전까지만 해도 “너, 디시하냐?”라는 말은 경우에 따라 지금의 “너, 일베하냐?”와 거의 동급에 가까운 말이었다. 위의 두 집단은 시기나 결집력 등 몇몇 부분에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전성기 시절 주요 유저들이 가진 '감성의 결'만큼은 어느 정도 흡사한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김콤비 시절의 블랙넛은 그러한 디시인사이드의 전성기 시절을 몸소 체험한 키드였다.
철저한 익명성을 바탕으로 한 인터넷 커뮤니티기에 웹상으로 디시인사이드와 일베 유저들의 성별, 나이, 출신 등 기본적인 정보를 알기란 불가능하다. 오로지 그들이 게시판에 올리는 글로만 유저들의 정보나 성향을 유추할 수 있었는데, '모쏠아다'는 그로써 알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감성 중 하나다. 이 해괴한 말이 무엇인고 하니, 모쏠은 한 번도 연애를 안 해본 사람을 뜻하는 모태 솔로의 줄임말이다. 아다는 한 번도 섹스를 안(못) 해본 사람을 뜻하는 말로 새롭다, 신선하다라는 뜻의 일본말인 아따라시이(あたらしい)에서 유래됐다. 커뮤니티의 골수 유저들이 현실에서 연애 혹은 섹스를 했는지 안 했는지를 알 길은 없다. 다만, 그들은 게시판에서 자신들이 모쏠아다인 상태라 주장하며 자조적인 말을 늘어놓고, 더 나아가 그 사실을 희화화시키기까지 한다.
모쏠아다들에게 광명을 찾아다 준 인터넷
인터넷을 통해 모쏠아다 키워드가 자리 잡고, 또 그것이 커뮤니티를 크게 아우르는 몇몇 감성 중 하나가 된 것은 사실 우연이 아니다. 이에 가장 크게 기인한 요소로는 성 경험을 기준으로 권력관계가 구축된 한국 남성 커뮤니티를 꼽을 수 있다. 한국 남성들에게 성 경험은 마치 훈장 혹은 면허증 같았다. 남성들의 대화 속에서 자신의 섹스 경험은 마치 무용담 같았고, 성관계를 맺은 여자의 얼굴과 몸매는 전장에서의 싸움을 위한 무기와도 같았다. 그 속에서 여성들은 그저 남성들의 성적 욕망을 풀어주는 단순 성적대상으로 전락한다. 정서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본질 없이 쓸데없는 싸움에 열을 올리는 남자들의 괜한 자존심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그 사이 서로의 몸을 공유하며 상대방의 애정을 느끼는 섹스의 정서적 기능은 삭제된다. 이는 곧 군대 가기 전에 섹스는 해봐야 할 것 같아서 클럽에 가서 원나잇을 시도해보거나 성매매 업소를 가서 총각 딱지만 떼고 오는 식의 추한 행동까지 낳는다. 남자의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면서.
하지만 모쏠아다들은 조금 특별하다. 과하게 마초적인 마인드를 갖거나 남성들끼리 정립해놓은 정상성에 부합하지 못하는 걸 용납하지 못하는 남자들과 다르게 그들은 클럽에 가지도, 성매매 업소에 가지도 않는다. 키나 얼굴 같은 신체적 조건이나 자존감, 자신감 같은 정서적 조건, 지역적 조건, 경제적 조건 등 몇몇 조건에서 결핍된 상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핍 상태는 오랜 기간 유지되어오던 가부장적 사회 구조 속 아버지 세대들이 표방해오던 전형적인 남성의 이미지와 합치되지 않으며 모쏠아다들을 인지 부조화 상태에 빠뜨린다. 지금의 아버지들은 자신의 성향이 어떻든 간에 한 가정을 짊어지는 가장의 노릇을 해야 했고, 가족에게만큼은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어야만 했다. 즉, 남자는 기본적으로 자신감 있어야 하고, 울지 않아야 하며, 매사에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학습 받아온 셈이다. 그러나 모쏠아다들은 아버지 세대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자신을 보면서 괴리감과 박탈감을 느낀다. 남자라고 다 그러란 법도 없는데 말이다.
이렇듯 인지 부조화 상태에 빠진 그들을 구원해준 건 다름 아닌 인터넷이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에서라면 현실 속 자신의 못난 모습을 지워낼 수 있었고,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2000년대 초반, 당나귀, 프루나(Pruna)와 같은 P2P를 시작으로 토렌트(Torrent)와 각종 웹하드에 올라오는 음란물 및 각종 컨텐츠들은 여성은 물론, 세상과 만나게 해주었다. 무엇이 먼저였는가는 개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모쏠아다들은 현실 세계로 당당히 나오지 못해 인터넷 뒤로 숨거나 인터넷 뒤로 숨으면서 더욱더 현실 세계로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몇몇 모쏠아다들은 실생활에서 쌓인 풀지 못한 분노를 인터넷을 통해 풀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대화에 기본적으로 지역, 성별, 학력 등 이미 사회에 존재하고 있던 여러 종류의 차별을 전제로 깔아놓곤 했었다. 이러한 커뮤니티 내에서의 차별적 전제는 일종의 룰처럼 작용하기도 했다.
블랙넛은 돌연변이지만 one&only는 아니죠.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그러니까 소외된 부분을 잘 건드렸어요.
물론 그 바탕에 있는건 근 10년 음악 해오면서 쌓은 내공이긴 하지만요.
ㅇㄱㄹㅇ
그런데 자극이란건 야동보면서 딸 치는것과 같이 그순간 뿐이란거죠
좀더 그사람이 말하고자 하는걸 알기위해선 위에 말씀하신것 같이 전체적인 맥락을 봐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전체적인 블랙넛이란 책을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선 판단 해야할등ㅇㅇ
이 표현 좋네요
솔직히 겉으로만 안들어낼뿐
블랙넛 같은 정상적인 생각 아닌 사람들 많음
블랙넛한테 기형아라는 타이틀이 있어서 돌연변이라 한듯요..?
참고로 블랙넛 믹스테이프라고 돌아다니는 건 그냥 팬이 만든 팬메이드믹테더라구요
오피셜믹테는 없고
오피 믹테있어요 많아요 본문에 있는 것도 그 중 하나고
님이 말하는 믹테는 아마 계란맨배포 버전일거에요
그냥 그것들 다 무료공개곡일뿐이고
제가 말한건 계란맨배포버젼을 말한게 맞아요
전부 자녹게에 있는 곡들을 팬들이 모아서 쑤셔넣을 것들 밖에 없는 걸로 알고있어요
하지만 적어도 블랙넛이 그만큼 자신의 분노와 열등감을 나타낼곳이 힙합가사밖엔 없다는걸 여실히 드러내고 있죠
블랙넛이 문제가 되었던 이유는
그가 수면위로 올라와 방송에 출연한 것이겠죠.
언더와 오버의 차이는 활동영역이기도 하며
표현할 수 있는 자유영역의 크기도 다르게 존재한다고 봅니다.
언더에서 블랙넛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어요.
하지만 그는 오버의 영역에서 대중들에게
자신을 알리고 싶어 방송을 출현한거죠.
그가 말하듯 돈도 벌고 유명해 지고 싶었으니까요.
방송으로 유명해진 그를 대중들은 궁금해 할 수 밖에없었고
그동안의 그의 행보와 음악들을 궁금해 하는건 당연한 수순이에요.
어쩌면 그가 방송출연을 결심한 순간부터
그가 욕을 먹는건 정해져 있었던 시나리오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에미넴과 블랙넛을 비교하고
그 둘을 동일선상의 시각으로 말하는건
너무 1차원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미넴의 언터처블을 봐도 그렇고
그의 가정사와 과거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의 그런 가사가 망상이 아닌 진심으로 튀어나온
저질스럽지만 거짓없는 진심임을 알게되니까요.
하고 싶은 말을 눈치안보고 하는게 스웩이지만
그 스웩이 허무맹랑한 찌질이의 강간드라마나
하소연도 포함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뭐 이건 개취이니까 저도 할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전
차라리 별뜻없는 쌍욕라임이 훨씬 더 간지라고 봅니다.
호불호를 따지자면 저는 호입니다.
블랙넛이 맘에 들어요. 그의 찌질함도 그렇고
그 찌질함을 감추지 않는 똘끼도 좋아요.
그렇지만 블랙넛을 욕하는 대중들에게는 할말없습니다.
일반 대중들에게는 욕먹을만한 과거 행적이니까요.
그리고 블랙넛때문에 힙합=저질문화라는
이미지가 생길까봐 우려가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에미넴을 비롯해서 본토랩퍼들은 단물 빠지게 빨아제끼면서 국내랩퍼들은 조금만 과격하게 표현해도 사회에서 매장을 못 시켜 안달임. 본토에서 리스펙받는 랩퍼들 가사들 하나하나 살펴보면 산부인과는 그냥 애들 장난수준인데. 한국씬에서 리스펙 받으면서 랩하고 싶으면 핑크빛 사랑노래나 써재끼는게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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