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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Deepflow - 양화

title: [회원구입불가]Beasel2015.05.06 16:42추천수 26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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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flow - 양화


01. 열반

02. 불구경

03. 낡은 신발 (Feat. 태완, sean2slow)

04. 잘 어울려

05. 당산대형 (Feat. DJ Soulscape, Don Mills, Vasco)

06. 작두 (Feat. 넉살, Huckleberry P)

07. 빌어먹을 안도감 (Feat. Odee)

08. 나 먼저 갈게

09. 양화 (Feat. Soulman)

10. 역마

11. Cliche (Feat. Kayon, 차붐)

12. Dead Line (Feat. Ven)

13. 개로 (開路) (Feat. Dragon A.T, 샛별)

14. Bucket List (Feat. 우혜미)

15. 가족의 탄생 (Feat. Don Mills, 우탄)


이미 많은 이들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벌써 올해의 앨범이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관된 프로덕션과 완성도 높은 랩의 향연, 다양한 감정선을 어루만지는 스토리텔링까지, 웰메이드 앨범의 정석을 선보이고 있다. [양화]는 명료한 작품이다. 추상적인 표현이나 피상적 관점은 없다. 가식적인 포장이나 억지스러운 스웩(Swag) 역시 담겨 있지 않다. 모든 서사는 직설적이고, 진솔하다. 그저 한 아티스트의 음악적 신념과 가치관이 채워져 있을 뿐이다. 빅딜 레코즈(Big Deal Records)의 막내 라인에서 어느새 VMC의 수장이 된 딥플로우(Deepflow)의 음악 인생, 그 역사를 [양화]가 대변한다.


딥플로우는 [양화]에서 확실한 주인 의식을 뽐낸다. 한 작품을 뚝심 있게 이끌어가는 화자의 중요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는 매 순간 모든 서사의 중심을 잡고 있고, 일관된 힘을 유지한다. 15곡의 트랙은 사운드나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에서 그 색을 조금씩 달리하지만, '딥플로우의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하나의 통일감을 형성한다. [양화]의 핵심은 공간적 배경이다. 본 작은 인간이 가장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이분법적 구조를 철저히 따르고 있다. 모든 서사의 시작과 종착은 두 장소에 기인한다. ‘홍대’와 ‘영등포’가 [양화]의 메인 스테이지다.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양화대교’, 이 세 장소가 [양화]의 시작이자 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딥플로우는 자신의 하루를 공간적 배경에 적절히 녹여내며 영민하게 스토리를 펼쳐낸다. 



홍대를 배경으로 한 서두는 래퍼로서의 삶이 중심을 이룬다. 래퍼 딥플로우의 핵심은 ‘비판’과 ‘자신감’이다. 그는 현재 한국 힙합씬의 상업주의적 행보와 거짓된 가면에 일침을 날리고(“열반”), 비판적 의사와 조롱 섞인 태도를 유지한다(“불구경”). 힙합 본연의 멋, 그 자체를 고수해 온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의 외침은 거칠다. “잘 어울려”는 그가 표출하는 일갈의 정점이다. 배려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변절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여낸다. 딥플로우는 비판 의식을 지속하며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펼쳐낸다. 11년째 이 판을 지키고 있는 올곧은 태도를 상징하는 “낡은 신발”, 어느새 큰 형님의 위치까지 올라온 자신에 대한 당당함을 담은 “당산대형” 등은 경험과 신념이 수반된 이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다. 홍대에서의 딥플로우가 풀어내는 스토리는 그의 기존 이미지와 그리 다르지 않다. 묵직한 태도와 거침없는 언변, 래퍼로서의 자존감 등은 [Heavy Deep]에서 청취한 그것과 유사하다. 래퍼 딥플로우는 자신의 역사를 담고 있는 홍대에서 높은 몰입도와 집중력을 선보인다. ‘브로맨스’에 기반을 둔 동료들과의 ‘케미스트리’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그 역시 “빌어먹을 안도감”과 “잘 어울려”를 통해 이곳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지역임을 어필하고, 자신의 대표성을 강조한다.


딥플로우의 서사는 “나 먼저 갈게”를 기점으로 조금씩 변화한다. 래퍼로서의 하루는 점차 저물어 간다. 공간적 배경도 영등포로 서서히 이동한다. 연이어 등장하는 곡, “양화”는 앨범의 척추와도 같다. 홍대와 영등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이자 모든 감정선이 복합적으로 뒤엉키는 지점이다. 현실에 대한 고뇌와 꿈에 대한 이상 혹은 래퍼와 아들 사이에서의 괴리감 등 딥플로우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양화”에 집약되어 있다. 연결이라는 측면에서 이 곡은 앨범의 중추라 할 수 있다. “양화”는 다소 분리된 듯 느껴지는 본 작의 구조에 논리와 설득력을 부여하고, 스토리의 개연성을 갖게 한다. 


“양화”를 기점으로 앨범의 주제 의식은 변화한다. 후반부로 이동하며 딥플로우는 조금 더 개인적인 감정을 털어낸다. 래퍼 딥플로우가 아니라 인간 류상구로서의 관점이 점점 두드러진다. 그는 자신의 하루를 읊어내듯 진솔하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후반부에 딥플로우가 전달하는 이야기는 ‘현실’과 ‘가족’이다. 쉽지 않은 삶과 꿈에 대한 신념이 섞인 “역마”, 틀에 박힌 삶을 강조하는 진부한 시스템을 논하는 “Cliche", 사회의 시선과 그들이 그어 놓은 한계선을 뛰어넘겠다는 의지가 서린 “Dead Line" 등은 현실에 직면한 30대 남성의 시선을 느낄 수 있는 곡들이다. 후미를 책임지는 곡들은 ‘패밀리즘’에 기반을 둔다. “Bucket List”는 가장 솔직한 감정을 담아낸 곡이다. 가족에 대한 그의 아련함과 아들로서의 자책 등은 곡에 고스란히 서려 있다. 딥플로우는 잔잔한 사운드 위로 최대한 절제한 랩을 이어간다. 담담한 듯 이어가는 아들의 목소리는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VMC를 새로운 가족이라 빗대는 “가족의 탄생” 역시 관계를 중시하는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함께 꿈을 이어가는 동료들에 대한 애정과 그들을 이끌어가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은 곡에 깊게 스며있다. 이 곡은 현실 속에서 다소 방황하던 인간 류상구가 다시 래퍼 딥플로우로 돌아가는 지점이다. 마지막 트랙인 “가족의 탄생”은 재차 첫 번째 트랙 “열반”으로 회귀하게 하는 앨범의 ‘도돌이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본 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는 스킷이다. 곳곳에 숨겨진 스킷은 곡들을 연결하는 접착제이자 앨범을 원활하게 청취하게 하는 윤활유이다. “낡은 신발”과 “나 먼저 갈게”에 등장하는 택시 기사와의 대담은 공간의 변화를 유추케 하는 역할을 한다. 딥플로우는 이분법적 구조가 가지는 급작스러운 변환과 공간의 괴리감을 스킷을 통해 적절하게 해결한다. “개로(開路)”에 등장하는 어머니와의 전화 통화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Bucket List”와 자연스럽게 연결점을 가지고, “Bucket List”의 후반부에 나오는 우탄(Wutan)과의 대화는 “가족의 탄생”의 예고편 역할을 한다. 앞선 스킷은 가공되지 않은 실제 음성을 기반으로 하기에 딥플로우의 하루라는 앨범의 컨셉을 더욱 명료하게 살려준다.


피처링진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딥플로우는 자신의 커리어와 함께 숨 쉬어 온 이들을 대거 앨범에 등장시켰다. 참여 진의 이름만으로도 그의 역사를 파악할 수 있다. 피처링 아티스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가장 눈에 띄는 이는 넉살(Nucksal)이다. 판소리 소스를 활용한 "작두"의 신명 나는 타격감에 주눅이 들지 않는 그의 활약은 단연 발군이다. 특히, 플로우 설계 측면에서 괄목상대한 모습을 선보인다. 여전히 유려한 랩을 구현해내는 션이슬로우(Sean2slow), 탁한 음성과 직관적인 가사가 일품인 차붐(Chaboom), 딥플로우와의 호흡이라는 측면에서 두말할 것 없는 던밀스(Don Mills)와 우탄, 오디(ODEE) 등도 인상적이다. 래퍼들보다 보컬진의 역할은 조금 더 명확하다. 이들은 딥플로우의 감정선을 배가시키는 임무를 부여받았고, 이를 완벽히 구현한다. 태완, 소울맨(Soulman), 벤(VEN), 샛별, 우혜미 등 보컬리스트들의 역량은 [양화]를 풍부하게 만드는 중요 요소다. 그들은 양질의 음성을 통해 자칫 고루할 수 있는 랩을 보완하고, 전체적으로 높은 조화를 선보인다. 


사실, [양화]가 선보이는 구조 자체는 독특하지 않다. 이분법적인 구조는 어느 문학 작품에나 흔히 사용되는 클리셰와 가깝다. 비교와 대조를 중심으로 한 구성은 균형적이지만, 특별함을 담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혹자들은 본 작을 다소 지루하게 느끼거나, 투박하다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 단순한 구도가 빚어내는 안정감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이분법적인 구조는 [양화]의 멋을 살리는 가장 중요한 컨셉이다. 딥플로우와 류상구, 홍대와 영등포, 그리고 각 요소를 연결하는 양화대교, 이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연결하여 얻어낸 명료함이 본 작을 웰메이드 앨범이라 칭하게 하는 핵심 요인이다. 'Simple is the Best'라 하지 않는가. 이 단순함이 [양화]를 올 한해 최고의 음반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글 | Beasel


신고
댓글 21
  • 5.6 17:47
    딮빡
  • 5.6 17:57
    상구형 정말 잘 들었습니다. 계속 음악해주세요b
  • 2 5.6 20:02
    오랜만에 나온 탄탄한 스토리를 가진 앨범 어이없는 허세스웩이나 중이병감성에 오염되가던 한국힙합신에 투척된 방독면같은 앨범!
  • 2 5.6 21:49
    해답은 먼 곳에 있지 않다..라는 말이 생각나더군요
  • 5.7 15:04
    @DanceD
    캬,,,,, 맞는말씀이십니다 ㅋㅋ
  • 5.6 22:34
    "난 네가 처음 목격한 목걸이 없는 스웨거"
    예전 힙합은 잘 모르지만 굉장히 인상깊네요.
  • 5.6 23:05
    정말최고!
  • 5.6 23:49
    정답
  • 5.7 09:04
    딥플진짜 좋아요 이번앨범 첫 트랙 첫인상부터가 좋았어
  • 5.7 11:10
    요즘 앨범 전체를 돌리는 경우가 별로 없었는데 양화는 매일 전체 플레이를 합니다. 간만에 만난 마음까지 흔드는 앨범이였습니다.
  • 와진짜 버켓리스트 무비 몇번째 보는데 소름 몇번이 돋는지모르겟네요..
    무거운주제를 자연스레 툭툭던지듯 허나 가벼움은 없고 묵직함이.......... 과일먹으면서 봣는데 일시정지되었음을 끝나고알정도...
  • 5.8 02:51
    괜히 딥플형님이 아니라는걸 깨닫게 해준 앨범..
  • 1 5.8 10:36
    Deepflow이기에 가능한.
  • 5.8 12:21

    1집부터 정규앨범을 쭉 들어보면 이 사람 진짜 솔직한 사람이구나
    요런게 느껴지는거같아요 리뷰잘보았습니다~!!

  • 5.8 14:30
    2000년 이후 한국 최고앨범인것같습니다.
  • 5.9 21:27

    요새 국내힙합 잘 안들었는데 야... 제대로 힙합이네요. 뚝심이 뭔지 강하게 느껴집니다. 정말 좋은앨범입니다. 이런 음악 만들꺼아니면 제발 힙합이라고 구라좀 안쳤으면 좋겠네요. 발라드랩한다고 누가 욕합니까? 힙합이라고 구라치니까 욕먹는거지

  • AYo
    5.10 12:30
    진짜 장담하고 맹세하는데 딥빡구 이번앨범 한국 힙합 top 5안에는 꼽게 될꺼라 생각함 정말 웰메이드 헤비딥 이였나 앨범 이름이?? 그것도 좋았음 그때 이후로 은퇴한다고 들어서 아쉬웠는데 정말 멋진 앨범 만들어와서 기분좋다
  • 5.12 00:41
    딥플로우형님 더욱 더 알려지시길 명반이다 이번것도
  • 5.12 21:16
    본인 캐릭터를 상당히 잘 풀어냈어요 여러모로 명반
  • 낡은 신발 셔니슬로우 감동 ㅠ
  • 5.15 19:11
    딥플로우에게 항상 느끼는 거지만, 바이브와 비트가 통일성 있고 좋은 반면에 랩이 항상 아쉽습니다ㅜㅜ VMC 전반적인 취약점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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