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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Funkadelic - Maggot Brain

title: [회원구입불가]greenplaty2015.04.29 14:18추천수 8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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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Funkadelic - Maggot Brain

 

01. Maggot Brain

02. Can You Get To That

03. Hit It And Quit It

04. You And Your Folks, Me And My Folks

05. Super Stupid

06. Back In Our Minds

07. Wars Of Armageddon

2005 Re-release Bonus Track

08. Whole Lot Of BS

09. I Miss My Baby


 

* 롤링스톤지 선정 "위대한 명반 500선 (The 500 Greatest Albums of All)" 479/ 500

 


요즘 들어 사람들이 즐겨 하는 말이 있다. "저거 약 빨고 만든 음악 아니야?" 국내와 국외를 나눌 것이 없고, 이것이 유효한 분야를 따질 필요도 없어졌다. 감지하지 못한 사이에 '병맛', '4차원', '똘끼' 등의 비주류 속성들이 주류 문화의 일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미 반세기 전의 음악가들은 정신 나간 음악을 만들고 있었다. 백인들, 그것도 히피 문화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이키델릭 문화가 그 발단이었지만, 자연스럽게 그 흐름은 흑인음악계에까지 이어졌다.

 

흑인음악 씬에서 이런 정신 나간 음악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은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이었다. 사실, 음악활동의 시작은, 템테이션즈(The Temptations)로 대표되는 두왑(Doo-wop)을 지향했던 그룹 팔러먼츠(The Parliaments)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팔러먼츠는 히피들과 록 뮤지션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환각제 LSD를 수용하며 음악에 변화를 주었다. 그러면서 탄생한 것이 펑카델릭(Funkadelic)이라는 그룹이다. 또한, 펑카델릭과 동일한 멤버 구성으로 팔러먼트(Parliament)라는 그룹도 결성했는데, 전자의 그룹이 사이키델릭 록을 수용한 펑크(Funk) 음악을 들려줬다면, 후자는 흑인적인 펑키 소울을 지향했다. 중요한 것은 이 두 그룹 모두 '병맛'나는 음악과 컨셉을 지향했다는 점이다. 형형색색의 가발, 비정상적인 인상착의, 정신 분열적인 가창과 연주, 그리고 마더십(Mothership)이라는 거대한 우주선을 무대에 들여놓기까지, 무엇 하나 정상적인 것이 없었다. 조지 클린턴은 자신의 그룹을 'LSD를 빤 템테이션즈'라고 칭하기도, 자신을 '우주선을 탄 핌프'라고 말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괴짜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소울/펑크' 코너의 'REWIND II: 펑크계의 또라이 George Clinton과 P-Funk'라는 글(링크)을 참조하도록 하자.)

 

그런데 우주의 정신에서 구더기의 맛을 보았고, 본인의 오물에서 익사할 줄 알았다는 나레이션을 시작으로 전개되는 앨범의 첫 트랙 "Maggot Brain"은 우리의 기대에 완전히 역행한다. 도입부에 등장하는 짧은 몇 구절의 음성을 제외하면 보컬이 전혀 등장하지 않고, 그 자리를 일렉트릭 기타를 필두로 한 진지한 록 연주가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경쾌하고 똘끼 가득한 음악을 기대했던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음악을, 그것도 10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의 곡에 빠져들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은 펑카델릭의 음악적 컨셉이나 스타일에 대한 인식과 기대, 그 모든 것을 초월할 정도로 멋진 에디 헤이즐(Eddie Hazel)의 기타 연주 때문이다. 강렬하지만 단순히 기교적인 차원에서 한정되지 않고, 연주자의 소울까지 그대로 전달되는 기타 솔로는 유흥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롤링스톤지는 "Maggot Brain"을 '100대 기타 명곡' 리스트에 60위로 올려놓았다.

 


♬ Funkadelic - Can You Get To That



이어지는 "Can You Get To That"도 우리가 기대했던 펑카델릭의 음악은 아니다. 가스펠의 영향이 다분히 느껴지는 코러스와 멜로디컬한 선율을 오히려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의 대표곡 "Everyday People"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 이 곡은 과거 팔러먼츠 시절에 썼던 곡을 리메이크한 것이기 때문에 펑카델릭이 지향했던 사이키델릭 펑크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 이상하게 처음 들어 보는 이 선율을 익숙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이 곡을 샘플링한 슬레이 벨즈(Sleigh Bells)의 "Rill Rill"이 아이폰5C의 광고 음악으로 쓰인 까닭일 것이다. 초판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재발매 음반에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된 "I Miss My Baby"도 소울풀한 곡으로 "Can You Get To That"과 함께 감상하기 좋은 발라드 넘버다.

 

이어지는 "Hit It And Quit It"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피-펑크 스타일의 음악이 발현되기 시작한다. 앨범의 강렬한 첫 곡의 연주에서 느꼈던 감동을 이 단순한 리프 음악에서 느끼지 못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이 곡의 막바지에 에디 헤이즐의 강력한 기타 솔로가 다시 한 번 등장하기 때문이다. 강렬한 소리는 "Super Stupid"에서도 이어지지만, 펑카델릭의 병맛은 "Back In Our Minds"와 "Wars Of Armageddon"에서 제대로 구현된다. 정신줄을 놓은 듯한 연주와 음성은 펑카델릭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소리 안에 '우리는 형제들이고, 평등한 사회를 꿈꾼다'라는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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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팔러먼트-펑카델릭의 음악이 힙합의 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여기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연주와 비트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팔러먼트-펑카델릭은 특이한 억양의 나레이션을 곡에 자주 싣곤 했는데, 이것 역시 랩의 시초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일례로 [Maggot Brain]의 수록곡 "You And Your Folks, Me And My Folks"를 살펴보자. 초창기의 랩에서 볼 수 있는 말투로 구절을 읊고, (동일한 단어의 반복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라임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문장의 마지막 단어를 더블링 처리하는 방식으로 강조하여 각운을 살리는 것은 랩과 굉장히 흡사하다. 이 앨범을 필두로 조지 클린턴의 피-펑크 음악이 랩/힙합과 펑크는 물론 디스코, 록, 팝 등의 대중음악에 끼친 영향은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조지 클린턴은 비음악적인 요소들로 음악을 포장한다는 비판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사실, 음악을 평가하는 데에 음악 외적의 요소들을 끌어들이는 게 옳은 것인지는 음악비평계의 오랜 떡밥이었다. 이것 하나는 확실히 알아두자. 조지 클린턴은 피-펑크를 단순히 음악 스타일이 아닌 4차원적인 컨셉, 그로테스크한 패션, 화려한 무대장치 등을 아우르는 종합 예술로 만드려고 했다는 것을.

 


글 | greenpla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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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4.29 18:01
    명반을 다시금 상기시켜주셨네요.. Maggot Brain은 정말 말그대로 첫 트랙부터가 충격 그 자체인곡입니다~!
  • 4.30 14:45
    처음 들어보는데 can you get to that 이라는 노래 겁나 소울풀하고 펑키하네요.. 와
  • 4.30 17:36
    오랜만에 명예의 전당 업데이트해주셨네요ㅎㅎ 스웩 누르고 갑니다
  • 5.1 02:12
    에디헤이즐의 연주가 예술이죠..
    은근 샘플링 많이되는 앨범
  • 5.1 06:19
    싸이키델릭만 있는줄 알았더니 펑카델릭도 있었네요,,,
  • 5.1 12:57
    부랄을 탁 치고 갑니다
  • 5.2 03:19
    개인적으로 The Album About Nothing 이 안올라온다니 아쉽네요
  • 5.7 09:26

    펑키델릭은 솔직히 꼭들어봐야하는 뮤지션이에요 ,,  브라이언 컬버트슨 음악도 꼭들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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