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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Cyhi The Prynce - BHP 2: N.A.A.C.P.

title: [회원구입불가]Beasel2015.03.03 18:53추천수 2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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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hi The Prynce - BHP 2: N.A.A.C.P.


01.Intro 
02.Master P 
03.Weak People 
04.Get Money
05.Forever 
06.TV
07.One Woman Man 
08.Believe 
09.What We Have 
10.Everyday People ft. Alanna 
11.To Be Real


싸하 더 프린스(Cyhi The Prynce)는 2014년 발표한 [Black Hystori Project]를 통해 많은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믹스테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지만, 그 속에 담긴 콘텐츠는 정규 앨범이라 해도 손색없었다.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지휘 아래 그는 묵직한 신념을 쏟아내었다. 역사를 파고드는 통찰력과 흑인 사회에 대한 고찰은 단단했고, 자신을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데스몬드 투투(Desmond Tutu) 등의 흑인 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명사에 비유하는 당당함은 거창했다. 그동안 싸하 더 프린스가 구현해 온 음악은 그리 가볍지 않았다. 그는 여자나 돈을 탐닉하고 파티 트랙을 흥얼거리는 주말용 래퍼가 아니었다. 현실의 삶을 읊어내고 토론하며,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지도자가 되는 것이 그의 음악적 목표였다. 그리고 정확히 1년 뒤, 싸하 더 프린스는 더욱 건실하고 깊어진 사고로 무장한 채 돌아왔다. 전작 [Black Hystori Project]의 연장선인 [BHP 2: N.A.A.C.P.]로 말이다.


[BHP 2: N.A.A.C.P.]는 싸하 더 프린스의 영리한 전략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는 18곡이라는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던 전작과 달리 이번 믹스테입에서는 곡의 수를 대폭 줄였다. 러닝 타임과 콘텐츠의 수는 감소했지만, 이를 유기적으로 배열함으로써 전체적인 몰입도는 오히려 끌어올렸다. 특히, 그는 [BHP 2: N.A.A.C.P.]의 초반부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서두에 연달아 배치된 세 곡은 이번 앨범의 승부처라 할 수 있다. 엄숙한 코러스가 곡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Intro"는 장엄한 사운드가 돋보인다. 전작의 수록곡인 "Mandela", "Be Great", “Huey" 등의 곡에서 백업 보컬을 이용해 전체적인 무드를 구현했던 그는 이번에도 이를 적절히 활용한다. 비장한 음악이 흐르고 그 위로 싸하 더 프린스는 유려한 라임 배치를 늘어놓는다. 몰아치는 플로우를 구사하면서도 중간중간 악센트를 집어주며 강약을 조절하는 그의 랩은 수려하다. 이어지는 "Master P"에서도 특유의 강렬함은 여전하다. 마스터 피(Master P)의 5집 앨범 [Ice Cream Man]의 수록곡인 "Break 'Em Off Somethin'"에서 영감을 받아 빚어진 후렴구는 우선 귀를 잡아끈다. 샘플을 느리게 늘어트려 목소리를 변형시킨 훅은 곡의 텁텁한 질감을 더욱 살린다. 싸하 더 프린스의 탁한 음성 역시 둔탁한 드럼과 베이스 루프를 기반으로 한 간결한 비트의 마디마디에 촘촘하게 새겨지며 곡을 풍성하게 한다.


싸하 더 프린스의 주제의식과 강렬함은 "Weak People"에서 정점을 향한다. 이 곡은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최근에 공개한 “The Blacker the Berry”에 대한 답가라 할 수 있다. 싸하 더 프린스는 켄드릭 라마의 곡이 발표된 이후 영감을 얻어 작사 작업을 진행했고, 3일 만에 이 곡을 완성했다고 한다. 제임스 데이비드 매닝(James David Manning) 목사의 연설을 발췌하여 구성한 도입은 싸하 더 프린스가 이 곡을 통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를 함축한다. 그는 곡 전반에 걸쳐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미국 내 흑인 사회에 대해 거침없이 일갈을 날리기도 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어필하며 혁신에 대한 구체적인 견해를 내비친다. 그저 말로만 변화를 운운하기보다는 실질적인 행동을 강조하며 흑인 사회에 대해 횃불을 내던지는 그의 움직임은 단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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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부터 이어지던 묵직한 흐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진적으로 해소된다.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 있는 도입부의 무거움을 덜어내기 위해 싸하 더 프린스는 다양한 소울 샘플을 사용한다. 앤지 스톤(Angie Stone) “Wish I Didn't Miss You”를 샘플링한 “Get Money"의 비트는 원곡의 감성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이어지는 “Forever" 역시 조데시(Jodeci)의 “Forever My Lady”의 블루스 바이브와 키스 스웨트(Keith Sweat)의 “Make It Last Forever”에 담긴 소울풀한 음성이 곡의 분위기를 환기한다. 일상적인 TV 프로그램의 방송 소리와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I Don't Know Why”를 이용하여 빚어낸 “TV", 쉐릴 린(Cheryl Lynn)의 명곡인 “Got To Be Real”의 음성을 활용한 “To Be Real” 등도 앨범의 전체적인 구성을 풍성하게 만든다.


초반부가 진중하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중심으로 한 연설문 형태에 가까웠다면 후반부는 긍정적인 바이브를 기반으로 한 응원가에 가깝다. 특히, “Believe”는 싸하 더 프린스가 앨범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현실적인 조언이라 할 수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진솔함이 담긴 싸하 더 프린스의 목소리는 곡의 메시지를 배가시킨다. 그는 “만약 자신을 믿지 않으면, 네가 해낼 수 있는 것을 알지 못할 거야”라고 외치며, 일상의 팽배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믿는 신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을 스스로 믿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긍정적인 미래를 위한 첫걸음임을 알리는 싸하 더 프린스의 음성은 꽤 진실하다. 그는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의 연설을 곡 후반에 삽입하며 역사를 어우르고, 자신의 견해를 더욱 피력한다.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의 명곡인 “Everyday People”을 모티브로 창작한 동명의 곡 “Everyday People” 역시 가벼운 비트와 피처링에 참여한 알래나(Alanna)의 음성이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무게를 뺀 채 가볍게 뱉어대는 싸하 더 프린스의 랩과 알래나의 코러스는 사운드에 풍미를 더한다. 상이한 톤을 가진 둘의 목소리는 의외로 조화롭게 어울리며 사운드의 공간을 촘촘하게 채워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BHP 2: N.A.A.C.P.]는 초반부와 후반부가 분위기를 명확히 달리하는 분할식 구조가 뼈대를 잡고 있다. 사운드의 질감부터 서사를 풀어내는 기법, 주제의 표현 방식까지, 그 구성 자체가 분명 상이함을 알 수 있다. 혹자들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길 수도 있다. 통일감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앨범이 다소 분리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두 챕터가 벽을 두고 있는 듯한 컨셉은 큰 틀 안에서 각 곡이 유기적으로 호흡함을 중시하는 요즘 트렌드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구성 자체가 싸하 더 프린스가 이번 앨범에서 사용한 주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어중간한 흐름과 중구난방식의 곡 배분을 이루기보다는 뚜렷한 구분을 통해 앨범을 더욱 탄탄하게 구성하였다. 연설조와 격려의 어투를 넘나드는 목소리는 그가 진정으로 흑인 사회에 대한 의식을 내재한 아티스트임을 표현하는 가장 큰 무기로 작용한다. 굵직한 두 갈래의 분위기를 통해 싸하 더 프린스는 서사에 대한 설득력을 오히려 높였고, [BHP 2: N.A.A.C.P.]가 담은 주제 의식을 더욱 명료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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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하 더 프린스가 굿 뮤직(G.O.O.D. Music)과 계약한 지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빅 션(Big Sean)은 [Finally Famous], [Hall of Fame], [Dark Sky Paradise]를 푸샤 티(Pusha T)는 [My Name Is My Name]을 발표했다. 동료들이 정규 작을 통해 상업적 성공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고 있음에 비해, 싸하 더 프린스는 아직 스튜디오 앨범이 전무한 상태다. 2012년 한 인터뷰에서 그는 당시 자신과 빅 션을 비교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사람들은 빅 션이 계약하고 제대로 뜰 때까지 5년이나 걸렸단 걸 잘 모르는 거 같다. 5년이나 지났다. 그런데 난 계약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그도 굿 뮤직에서만 5년 차 아티스트가 되었다. [Ivy League Club], [Black Hystori Project], [BHP 2: N.A.A.C.P.] 등의 믹스테입도 좋지만,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확실한 정규 앨범이다. 이제 진짜로 보여줄 때가 되었다.





글 | Bea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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