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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온 작품들 리뷰 (2) - 힙합/R&B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2024.03.28 18:28조회 수 1398추천수 3댓글 4

iTunes Artwork for 'WORLD WIDE WHACK (by Tierra Whack)'

 

Tierra Whack <World Wide Whack> 2024.03.15

감정 난기류의 무게란

 

필라델피아 아티스트 Tierra Whack의 첫 정규 앨범 <World Wide Whack>의 접근은 이전의 믹스테잎과는 다른 방식으로, 덕분에 그 감정적 투사마저도 달리한 작품이 되었다. <Whack World>가 자신이 그린 만화적 세상에 대한 표현에 가까운 작품이라면, 본작은 내면의 우울함이나 고통을 보다 어둡고 장황하게 그려낸, 다소 비극적인 영화와도 같은 작품에 가까워졌다. 다만, 이전의 명량한 만화 그림체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음울한 비애의 영화를 마주하게 될 시에는 다소 의아한 감상을 내놓을 수도 있겠다.

우울증, 자살 충동, 불안, 외로움과 같은 다소 부정적인 감정의 요소이자 주제들을 팝 랩과 얼터너티브 R&B, 트랩 등의 장르로 버무리는 작업은 기성의 힙합의 작법을 본인만의 방식으로 독특하게 재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특색이 이전의 작품에서 보여준 독특하고 풍부한 프로덕션을 조금씩 지워버린다는 점은 여러모로 아쉽다. 그럼에도 그녀의 개성적인 색깔이 남아있는 몇 개의 트랙들이 앨범에서 빛나는 순간을 자랑하기도 한다. 우울하고 섬뜩하기 그지없는 가사들을 경쾌한 톤으로 부르짖는 모습이 나타난 트랙들은 그녀가 의도한 대로 명랑한 모습 뒤의 우울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World Wide Whack>은 Tierra Whack의 감정 세계를 전적으로 투영한 작품이 되었다. 때로는 쾌활하나 때로는 우울하기도 하다. 다만 그 불협화음과 같은 감정선이 트랙 내에 고스란히 담기며, 청자로 하여금 몰입의 순간을 깨버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장난스럽고 익살 넘치는 한 아티스트의 가장 깊숙한 마음 속을 엿보게 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그녀의 예술가적 면모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은 가장 진솔한 장면들이 장난기로 포장되지 않을 때일지도 모르겠다.

 

iTunes Artwork for 'Not Now I'm Busy (by Joyner Lucas)'=

 

Joyner Lucas <Not Now I'm Busy> 2024.03.22

힙합이 아닌 랩을 위한 앨범?


Joyner Lucas가 4년 만에 발매한 <Not Now I'm Busy>의 주제는 바뀌었을지언정, 전작들의 문제를 그대로 답습하는 문제를 남기었다. <ADHD>, <Evolution>와 마찬가지로 일관적인 플로우로 시종일관 귀를 때리는 랩은 청자의 몰입을 방해한다. 더군다나 본인의 랩에 얹은 가사들은 Joyner에 대한 아쉬움만 남기니 의문점만 넘쳐날 뿐이다.

사실 전작들의 혹평에 있어 주된 이유는 설득력 부재의 가사에 있었다. 즉, 당시의 다양한 논쟁과 생각거리에 불을 지피지 못했던 진부한 촌극만이 난무한, 어떤 면에서는 앨범이 갖추어야 할 의식마저도 부재한 작품이 된 것이다. 반면에 <Not Now I'm Busy>의 문제 역시도 비슷하다. 의식은 있으나, 의식의 알맹이가 없는 문제적 작품이 되었다. 예컨대 힙합을 하기 위한 앨범이 아닌, 랩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앨범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런 이유다. 편협하고 의구심만이 느는 작사법은 자기중심적인 태도로 일관하니 앨범에 몰입하기에 더욱 어렵게 되었다. 여성혐오적 태도와 소화해 내기 어려운 본인의 해로운 감정만이 가득한 가사들, 다소 심심하게만 느껴지는 프로덕션이 합친 결과는 어느 의미에서 끔찍한 감상만을 남긴다. 몇 개의 괜찮은 랩 트랙도 공허한 감정이 지배하므로 유감스럽다.

결국, <Not Now I'm Busy>에서 Joyner Lucas의 적당한 랩은 밋밋한 프로듀싱과 가사들과 결합하며 아쉬움만이 가득한 작품이 되었다. 본작은 Joyner Lucas의 고질적인 단점들을 감추지도 못할뿐더러, 장점마저 흐릿해진 형태가 되었으니, 아쉽지만 졸작이다.

 

 

iTunes Artwork for 'Mika's Laundry (by Matt Champion)'

 

Matt Cahmpion <Mika's Laundry>

어쩌면 브록햄튼 해체 이후, 최고의 결실

 

텍사스 주 출신 래퍼 겸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인 Matt Champion의 솔로 데뷔 앨범 <Mika’s Laundry>가 발매되었다. <Mika’s Laundry>는 얼터너티브 R&B, 팝 랩을 기반으로 한 팝적인 요소를 대거 품은 앨범이다.

Matt Champion의 솔로 데뷔 앨범은 이제껏 브록햄튼의 알트 팝적인 면모들을 취합하여 보여준다. 밴드의 해체 이후, 홀로서기를 결심한 만큼 앨범 내에서도 Matt Champion의 개인적 요소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그 감상 역시도 브록햄튼 시절에 자랑했던 부드러운 사운드스케이프 위에서 Matt의 사랑 노래가 앨범의 분위기를 이끄는 모양새다. 다만 다양한 음악적 아이디어가 <Mika’s Laundry>위로 펼쳐지나, 딱 거기까지라는 감상이라 아쉽다. 꽤나 만족스러운 질감의 비트들과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앨범을 이어나감에도 앨범의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아서였을까? 사랑 일변도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만큼 스토리의 진행 방향이 공허함을 느끼게 한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카테고리의 음악을 자랑하는 Quadeca의 믹스테잎 <SCRAPYARD>와 비교해 보아도 <Mika’s Laundry>는 본연의 감정 농축이 아쉽다.

그럼에도 브록햄튼 해체 이후 여타 멤버들의 작품을 비교해 보았을 때, <Mika’s Laundry>의 완성도는 가장 만족스러운 퀄리티를 보여준다. 부드럽고 몽환적인 프로덕션과 Matt의 서정적 보컬이 어울리며 꽤 일관성 있는 앨범을 만들었으니, 훗날이 기대되는 바이다.

 

 

iTunes Artwork for 'HEAVY (by SiR)'

 

SiR <HEAVY> 2024.03.22

늘 알던 그맛인데, 깔끔한, 그런데 또 아쉬운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TDE와 계약한 SiR는, <Chasing Summer> 이후 5년 만에 <Heavy>를 발매했다. 매끄러운 네오 소울과 알앤비 사이에 거처를 잡은 <Heavy>는 자신의 상처를 회고하는 작품이다. 자극적이거나 실험적인 요소는 적으나 나름의 안전한 선택을 보여줬기에 그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작품을 냈다고 할 수 있겠다.

<Heavy>는 리스너가 그에게 기대한 만큼의 부드러운 프로덕션과 군더더기 없는 보컬 역량을 자랑한다. 알앤비가 갖추어야 할 매끄러운 목소리와 중독적인 코러스가 적당히 흥취를 자극한다. 거대한 담론과도 같은 것은 없으나, 그는 잘할 수 있는 장르의 영역에 머물며 청자로 하여금 즐거운 청취를 기대하게 한다. 가장 잘하는 장르 안에서 적당히 역량을 배분하는 작업은 고유의 영역 안을 벗어나지 않으니 만족스럽다. 한편으로는 앨범을 통해 SiR가 보여주고자 한 점이 희석된다는 단점 역시 존재한다. 좋은 노래임에도 5년이란 시간이 지난 만큼, 하나의 서사를 바라는 것은 잘못이었을까? 앨범 내의 다양한 비트와 적절한 피쳐링진, 본인의 탁월한 보컬, 직설적인 가사는 듣기에 편한 앨범을 만들었음에도, 본연의 이야기가 줄어들어 보이니 아쉬운 일이 되었다.

<Heavy>는 앨범 내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기존의 때깔을 벗어던지려다 그대로 잔재해 버린 작품이 되었다. 그러나 그 때깔이 좋으면서도 아쉬운 감정이 동시에 드는 점은 어쩔 수 없게 되었다.

 

 

iTunes Artwork for 'WE DON'T TRUST YOU (by Future & Metro Boomin)'

 

Future & Metro Boomin <We Don't Trust You> 2022.03.22

빛바랜 흥행 보증수표

 

이제 Metro Boomin의 비트는 트랩이라는 장르에 있어서 흥행 보증수표가 되었다. 음산한 신디사이저, 808 드럼, 그리고 나머지 기타 등등의 것들. 게다가 몇 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Metro는 자기 비트를 맛깔나게 해줄 인물들을 빠르게 거쳐왔다. 21 savage, Future, Young Thug 등과 같은 사람들로 말이다. 그들의 목소리가 Boomin의 비트 위에 올라설 때면 최고의 시너지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Future와의 합작 앨범 역시 딱 그 시너지대로의 감상을 남긴다. 익숙한 트랩의 무대 위, 익숙한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영화로 말이다. 트랩 일변도를 달리는 그들에게 그만한 감상도 족하기야 하겠지만, 이제는 ‘자가복제’ 혹은 ‘또 이거야?’란 감상을 지우긴 힘들 듯하다.

사실 <We Don’t Trust You>의 저변에는 <DS2>라는 훌륭한 트랩 앨범이 존재했다. 결국에 <DS3>로도 볼 수 있는 본작은 Future의 랩 및 보컬과 Metro Boomin의 프로덕션의 궁합이 얼마나 빛을 발하는 지가 감상 포인트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나름의 복수심을 담은 본 프로젝트는 그들이 지닌 야심에 비해서 딱 예상한 만큼의 안전하고 보수적인 길을 걸어 나갔다.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잘 가공된 Metro의 비트, 익숙한 형상으로 등장한 Future의 거칠고 불길한 목소리는 늘 그래왔듯이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그리고 익숙하다. 문제는 익숙함이라는 단어 사이에 새로움이라는 글자가 개입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리스너들이 그들에게 가장 바라왔던 음악을 보여준 셈이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작품이다.

 


 

https://www.instagram.com/radar_critic/

목요일마다 제가 들은 신보 리뷰들을 짤막하게 올려볼 예정입니다.
인스타에는 더 빨리 올라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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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3.28 18:32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요청은 아니지만.. 혹시 Blood Orange 관련 리뷰

    다루신적 있나요?? 문득 봤었던 것 같은데 생각이 안나서..ㅎㅎ

  •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글쓴이
    3.28 19:08
    @스리슬쩍보이

    아직 다룬 적이 없네요:) 기회가 된다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 3.29 08:21

    '빛바랜 흥행 보증수표'

    진짜 공감합니다. 딱 제가 생각하는 느낌입니다

  •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글쓴이
    3.29 10:03
    @kegun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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