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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Nas - Illmatic

title: [회원구입불가]soulitude2014.04.19 21:59추천수 19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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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Nas - Illmatic

01. The Genesis
02. N.Y. State Of Mind
03. Life’s A Bitch (Feat. AZ)
04. The World Is Yours
05. Halftime
06. Memory Lane (Sittin’ In Da Park)
07. One Love
08. One Time 4 Your Mind
09. Represent
10. It Ain’t Hard To Tell



I never sleep, cause sleep is the cousin of death.

나스(Nas)의 데뷔 앨범 [Illmatic]을 리뷰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지독히도 유명한 앨범에 대해 무조건적인 찬사를 보내는 것도, 피상적인 사탕발림식 언어로 치장하는 것도 별로 바람직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어떻게든 단점을 찾아내려고 애쓴다거나, 단순히 '취향에 안 맞다'며 쿨하게 무시하는 것 역시 별로 멋있지 않다.

일단 한 가지만 확실히 하고 넘어가 보자. 흔히 [Illmatic]을 서부의 갱스터랩(Gangsta Rap)/쥐펑크(G-Funk)의 기세에 눌려 있었던 동부 힙합의 '구원자'로 여기는 경우도 있으나, 사실 엄밀히 말해 서부의 갱스터랩의 기세에 맞짱을 뜨고 '동부의 강력함'을 보여준 앨범은 [Enter The Wu-Tang (36 Chambers)]였으며, 서부 힙합의 상업적 성공에 대항해 '동부의 상업적 성공'을 이끈 앨범은 [Ready To Die]였다. 그럼 [Illmatic]은 뭘까? 맞다. [Illmatic]을 얘기할 때 주변적 상황이나 외부적 성과보다도 가장 우선적으로 논의돼야 하는 부분은 바로 '앨범 자체의 완성도'다.


I woke up early on my born day.

잘 알려져 있다시피 나스는 이미 [Illmatic] 발매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었다. 앨범 발매도 전에 무려 6만 장 정도의 [Illmtaic]의 해적판 테이프가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사실도 그의 데뷔 앨범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준다.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박자감에 기초한 랩 플로우와 적절한 위치에서의 호흡 등은 청자의 입장에서 ‘듣는 쾌감으로서의 랩’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며, 그전까지만 해도 현저하지 않던 다중 라임 구조를 본격적으로 활용한 것 역시 이 앨범의 가치들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랩의 기본 정석을 완벽하게 가지고 있으면서 그 위에 테크닉을 얹은 그의 랩은 '완벽’했다는 찬사를 받는다.

그리고 그런 랩 기술로 담아낸 가사들이야말로 [Illmatic]을 다른 앨범들과 특별히 더 구분 짓는 중요한 요소다. '가사' 면에 있어서 [Illmatic]은 일종의 '혁명'에 가까운 임팩트를 남겼다. 물론 절대적으로 구분할 수는 없겠지만, 이전의 랩 가사들은 주로 배틀랩 - 상대에 대한 공격, 조롱 혹은 허풍(braggadocio) - 아니면 아예 사회비판적인 컨셔스(conscious) 랩, 혹은 갱스터 랩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가사들은 사실 '개인'의 목소리를 담고 있었다기 보다는 어떤 '집단'을 대표하는 목소리로서의 역할이나, 때로는 '기믹'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Illmatic]에 담긴 내용들은 길거리의 거친 삶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이를 통해 나스라는 '개인'이 느낀 '리얼'한 목소리를 담았다는 점에서 달랐다. 그리고 이런 '개인의 경험을 통한 현실적 묘사와 감정 전달'이라는 요소는 현재까지도 랩 가사의 가장 중요한 토대 중 하나이다. 이는 [Illmatic]이 후대에 끼친 영향을 잘 보여준다. (이상한 비유일지 모르겠으나 예능으로 치면 이는 마치 '리얼 버라이어티'의 혁명을 일으킨 <무한도전>과도 흡사하다.) 

아래는 [Illmatic] 발매 전의 주요 클래식 앨범들과, 발매 이후의 주요 앨범들을 열거해본 것이다. (물론 이 밖에도 많이 있으나, 2000년대 초반까지 주로 많이 회자되는 앨범들을 모아본 것이니 원하는 앨범이 없다고 너무 노여워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이 목록들을 대충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Illmatic]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는 어렴풋이 추측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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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lmatic] 발매 전의 주요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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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lmatic] 발매 후의 주요작들


Poetry, that's a part of me.

퀸스브리지를 통과하는 열차 소리와 함께 다리 아래 앉아 헤네시(Henessy)를 홀짝거리는 나스와 친구들의 목소리로 시작되는 이 앨범은, '길거리의 거칠고 리얼한 삶'이라는 소재들을 무척이나 관조적으로 묘사해낸다. "Life's A Bitch"에 담긴 괴로운 현실에 대한 지독한 회의(sarcasm)와, "Memory Lane (Sittin' In Da Park)"에서 과거를 담담하게 떠올리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또, "Represent"에서는 길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듯이 묘사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의 가사들은 때로는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선명함을 주기도 하는데, "N.Y. State Of Mind"에서는 "총 싸움 중에 한쪽 팔에 총을 맞았고, 주위의 여성들이 소리를 질렀으나 개의치 않고 총을 계속 쏘려다가, 총알이 걸렸음을 알고 몸을 피해 빌딩 안으로 숨어 들어왔더니 어린 아이들이 쳐다보고 있더라"는 역동적인 상황 전개를 몇 개의 바(bar) 속에 눈이 부실만큼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One Love"에서도, "출옥 후 고향으로 돌아와 다리 위에서 알던 동생에게 조언을 해주고, 조언을 들은 동생이 한숨을 쉬고 눈을 감고 기침을 몇 번 하더니, 한쪽 눈을 살포시 뜨고 내 눈치를 보더라"는 식의 섬세한 묘사는 놀랍다. 갱스터스러움을 강조할 때조차도, "One Time 4 Your Mind"의 "너네는 그냥 태어났지, 나는 우리 엄마 안에서 총질하며 스스로 나왔어"라는 표현이나, "It Ain't Hard To Tell"에서 보여준 메두사와 술과 마리화나를 주고받는 장면 묘사 등을 통해 눈에 보이는 듯한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의 가사가 말하듯 그야말로 "점자처럼 확실히 느껴진다."

이 앨범 속의 가사들은 표현적으로도 훌륭할 뿐 아니라 한 줄 한 줄이 저마다 의미를 담고 있다. 과하게 어렵거나 현학적이지 않은 메타포와 함께 시적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Memory Lane (Sittin' In Da Park)"에서의 "하이네켄(Heineken)을 잔에 채우고 기억의 길에서 죽은 내 친구들에게 바치네"나, "The World Is Yours"에서의 "새로운 녀석이 필요해, 검은 구름이 따라갈 수 있도록. 왜냐하면 구름이 날 앞서면, 내일을 보기엔 너무 어두울 테니"와 같은 가사가 주는 여운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아직까지도 힙합 역사상 가장 유명한 구절 중에 하나인 "삶이란 *년이야"나 "나는 자지 않아, 잠이란 죽음의 사촌이니까"를 차치하고서라도, 투팍(2Pac)이 좋아했다는 "Halftime"의 가사 "내가 가야 할 시간일 땐, 난 권총을 들고 신과 함께 기다릴 거야"도 빼놓을 수 없다. 랩 게임과 드럭 게임(마약 거래)의 유사성을 거의 최초로 언급한 "Represent"의 "왠지 몰라도 이 랩 게임은 마약 거래를 연상케 해" 같은 구절은 이후 수많은 랩 가사들에서 응용되었다. 추후 "Stan"과 같은 곡에 영향을 주었을 "One Love"의 신실한 편지 형식의 대화체도 잊지 말아야겠다. 그 밖에도 이 앨범에 담긴 10곡의 '제목'들 역시 하나하나가 고유명사나 관용구처럼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인용/응용되고 있다는 점은, 이 앨범의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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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taking rappers to a new plateau.

흔히 [Illmatic]을 얘기하면 가사에 주된 초점을 맞추지만, 이 앨범의 프로덕션 역시 주목해야 한다. 최고의 앨범을 만들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였던 만큼, 당대 동부 힙합 신 최고의 프로듀서들을 소환했다. 당시 갱 스타(Gang Starr)의 [Hard To Earn]을 발매한 직후의, 가장 물이 오를 대로 오른 DJ 프리미어(DJ Premier, 이하 프리모)와 90년대 초반 많은 걸작 앨범에 참여한 나스의 멘토 라지 프로페서(Large Professor)를 주축으로, [Mecca And The Soul Brother]와 [The Main Ingredient]를 발매하던 사이 즈음의, 최고의 손맛을 자랑하던 피트 록(Pete Rock)과, [Midnight Marauders]를 발매한 직후의 큐팁(Q-Tip)을 더한 최강의 '동부 드림팀'이 구성된 것이다.

'90년대 동부 붐뱁'의 영광을 알리는 듯한 첫 곡 "N.Y. State Of Mind"에서의 프리모의 비트는 마치 '타이트하다'라는 표현을 정의하는 듯하다. 서로 신경질적으로 맞장구 치는 긴박한 느낌의 베이스와 피아노 샘플이, 마치 뉴욕의 콘크리트 위에서 자동차 먼지를 들이마시는 듯한 건조한 드럼과 완벽한 삼위일체를 이루며, 나스의 타이트한 가사들과도 훌륭한 매치를 보인다. 살짝 느린 느낌의 BPM도 돕(dope)한 품격을 느끼게 한다. 전형적인 갱 스타 시절 '프리모 스타일'의 정박 비트를 들려준 "Represent"의 흥겨움도 물론 환영할 만하지만, 이 곡의 비트는 지금 들어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프리모가 특유의 스타일에서 약간 벗어난 비트를 선보인 곡으로는 "Memory Lane (Sittin' In Da Park)"도 있다. 그는 재즈 오르간 주자 루벤 윌슨(Reuben Wilson)의 "We're In Love"를 샘플링해 멜랑콜리한 분위기 만들며 청자로 하여금 정말로 기억의 몽환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특히 곡의 말미에 "가장 위험한 MC가.. 퀸스브리지에서 나타났네..."가 반복되며 루벤 윌슨의 오르간음과 프리모의 스크래치가 뒤섞이는 부분은 정말 자다가도 가위에 눌릴 듯한 사이키델릭함을 선사한다.

프리모의 비트가 앨범을 드라마틱하고 세련되게 만들어줬다면,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한 라지 프로페서는 앨범의 '로우(raw)함'에 일조했다. "Halftime", "One Time 4 Your Mind", 그리고 "It Ain't Hard To Tell"은 듣는 내내 청자의 귓가에 둥둥거리는 베이스와 드럼을 강조하며 가급적 그 밖의 샘플 운용을 최소화해 길거리의 거친 느낌을 더욱 극대화 했다. 이는 역시 '길거리의 시인'으로서의 칠링(chillin')과 브래깅(bragging)을 노래한 나스의 가사와 완벽한 매치를 이룬다. 특히 "It Ain't Hard To Tell"에서 멀찍이 울려 퍼지는 호른 샘플은 마치 새로운 시대를 자축하는 느낌마저 든다. 

이제 앨범의 좀 더 재지(jazzy)한 파트로 가보자. 피트 록은 "The World Is Yours"에서 특유의 안정되고 절제된 느낌의 드럼과 재즈 피아노 샘플을 이용해 앨범 내에서 가장 관조적인 분위기를 잘 보여주었으며, 반대로 큐팁은 "One Love"에서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 느낌의 통통 튀는 드럼과 재즈 비브라폰 샘플을 이용해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잘 연출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 앨범의 백미인 "Life's A Bitch"를 만들어낸 L.E.S.의 기여도를 잊어서는 안 되겠다. 그는 더 갭 밴드(The Gap Band)의 명곡 "Yearning For Your Love"를 샘플링해 가벼운 클랩(clap) 스네어를 얹어 앨범 내에서 가장 소울풀한 비트를 완성해냈다. 곡의 끝에 AZ의 처절한 훅이 페이드 아웃 되며 곧바로 이어지는 나스의 아버지 올루 다라(Olu Dara)의 애잔한 뮤트 트럼펫 솔로 연주는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Time is illmatic. Keep static.

[Illmatic]은 듣는 순간 모든 게 한꺼번에 느껴지는 앨범이라기 보다는, 랩, 가사, 그리고 비트 각각의 완성도에 보다 집중하게 되는 앨범인 것 같다. 훌륭하게 짜여진 각각의 요소들이 정확하게 끼워 맞춰진 완전체 같다고나 할까? 각각을 따로따로 느끼면서 먼저 들어보고 나중에 그것들이 어떻게 합쳐졌는지에 초점을 맞춰 다시 들어본다면 좀 더 이 앨범의 가치를 잘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세상에는 [Illmatic]보다 '듣기 좋은' 앨범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Illmatic]만큼이나 '결점이 없는' 앨범은 많지 않다.  


글│tunikut
편집│soulitude

신고
댓글 21
  • 1 4.19 23:01
    삶은 개년에서 삶은 좋아로 캬 노다웃
  • 4.19 23:02
    앞으로 내 인생도 Illmatic해졌으면...
  • 4.19 23:36
    이 앨범은 뭐 바이블같은 개념이라...
  • 4.20 00:23
    거리가 빚어낸 한 시인의 시집..정말 오늘과 내일은 NAS 옹의 갖고 있는 앨범들을 다 들어야겠네요.^^
  • 4.20 00:48
    굉장히 적절한 리뷰네요.. 저는 많은 힙합명반중에서도 일매틱을제일 좋아하는데 이유는 그 많은 명반중에서도 가장 "완전한 힙합 앨번"이기 때문입니다. 비기의 레디투다이, 엔터더우탱, 크로닉 도기스타일 블루프린트 등이 무언가 뛰어난 특성으로 명반의 위치에 올랐다면, 일매틱은 요소 하나하나의 완전함과 그 요소들의 완전한 결합이 명반으로 만들었달까요. 줄이자면 결점이 없는앨범 예 맞네요. 적어도 힙합에대해 잘 알고싶은사람이 "힙합 그 자체인 앨범"을 추천해달라면 주저없이 일매틱을 추천하겠습니다.
  • 4.20 00:55
    명작이라는 말이 아깝지않은 명반
  • 4.20 01:04
    나스 데뷔 20주년해라그런지 올해는
    나스와 관련된 소식들이 엄청나게 나오네요 ㅋㅋㅋ
    거기다 일매틱 리뷰까지 ㅋㅋ 리뷰쓰시느라 수고하셨어요
  • 4.20 01:09
    [Illmatic]보다 '듣기 좋은' 앨범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Illmatic]만큼이나 '결점이 없는' 앨범은 많지 않다.
    공감
  • 4.20 01:22
    마지막줄이 수많은 일매틱 리뷰들을 박살내네요
  • 4.20 02:27

    처음에 halftime을 들었을때의 소름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 4.20 22:55
    리뷰가 일매틱이네
  • 4.20 23:05
    저도 일매틱과 엔터더우탱은 정말기념비적이라는 말에 백번 공감합니다
  • 4.21 02:15
    진짜 리얼이죠
  • 4.23 11:10
    진짜 돌리면 돌릴 수록 감탄하게 되는 앨범ㅋㅋㅋ 뻑킹 사골국 스웩 단언코 일매릭중 한 곡도 질린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질리지 않을 것 같네요
  • 4.23 16:23
    고등학생때 일매릭을 처음 들었을때가 기억나네요.
    뭔지도 모르고 속으로 "와 진짜 죽인다"를 반복했던게 기억나네요.

    그때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도 일매릭은 죽이네요.
    다만 One Time 4 Your Mind 는...아직도 친해지지 못했네요 ㅋㅋㅋ
  • 8.8 18:31
    와 좋다
  • 8.12 00:46
    ny state of mind 를 첨 들었을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 8.21 00:44
    정말 일매릭은 이제 하나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죽여줌'을 정의하고 있다고 생각되네요. 20년이 된 앨범인데 지금 들어도 각 벌스들의 완성도는 상상이상이죠ㅋㅋ개인적으로 나스 앨범중에 Illmatic, Life Is Good 이 두갠데 두개중에서도 한개를 꼽자면 당연 일매릭일 정도로 잘 들었었네요ㅋㅋ 그리고 좋은 리뷰역시 감사드립니다~
  • 11.16 15:44
    진짜 명반중의 명반....
  • 1.14 23:32
    마지막 멘트 격햐게 공감합니다
  • 12.24 12:15
    글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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