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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은 한국 패션 신에 어떤 존재일까

MANGDI2020.11.27 19:59추천수 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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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디의 객관성 제로


근대적 의미의 천재이자, 

한국 패션 신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작품



패션 신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뮤지션을 말할 때, 대명사 격으로 언급되는 인물들이 있다. 칸예 웨스트(Kanye West),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ams), 에이셉 라키(A$AP Rocky) 최근의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이 그러하다. 반대급부로 세상은 새로운 패션 스타의 탄생을 갈구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국내로 눈을 돌린다면 어떨까. 그중 가장 앞선 열에 지드래곤(G-Dragon)이 있을 것이다. 대중과 코어 마니아 모두를 오가며 관심과 인정을 받는 그는 한국 패션 신 곳곳에 족적을 남겼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일 중 하나였던 지드래곤, 권지용이라는 인물에 대한 탐구를 2020년이 거의 지난 지금, 시리즈 열 번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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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일은 위험해 보입니다. 사람들이 온갖 돌을 던질 테니까요. 하지만 괜찮아요. 내겐 튼튼한 모자가 준비돼 있습니다.


무라카미 다카시(Murakami Takashi)는 예술의 본질을 흐리는 비즈니스맨이라는 조롱에 이처럼 답했다. 지드래곤 역시 비판과 찬사, 양면적 반응을 끌어내는 인물이다. 2016년 SPA 브랜드, 에잇 세컨즈(8Seconds)와 선보인 콜라보레이션은 중국 시장을 겨냥한 지극히 상업적 행태의 협업이라 평가받았다. 또한 칸예, 릴 웨인(Lil Wayne), 라키 등의 스타일을 카피한다는 오명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관심이 돈이 되는 시대에 캐시카우의 필요성을 무작정 외면할 수 없고, 서태지와 아이들을 표절 논란으로만 낙인찍어 비난할 수 없는 것처럼 그 의미 전체가 퇴색된다고 볼 수는 없다. 좋은 성과를 내는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분명히 유용한 방법이고, 취향과 선택이 실력이 되는 문화업계에서 그 감각은 칭찬받을 만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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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은 대중문화를 먹여 살리기 위해 이 땅에 내려온 신이 아니다. 그가 모든 것에 대안이 될 수 없다. 아티스트로서의 그의 커리어가 완벽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그를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사회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스타일과 캐릭터를 끝내 대중에게 각인시키고 설득시켰다는 점이다. 더는 그의 헤어스타일에 대해, 여성복을 입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보다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진짜 용감한 자는 자그마한 시도라도 해보는 사람이다. 해볼 거 다 해본 지드래곤에게는 미련도 후회도 없다.


예술에 중독되는 첫 번째 길은 창작이 아니라 체험이다. 옷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시작하듯 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센세이션한 충격 뒤에 그는 점차 “지드래곤=투머치”라는 공식을 불편하지 않게 전달했다. 시간이 지나며 앞뒤 안 가리는 패기는 슬며시 걷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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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el


지드래곤의 표현방식 또한 재밌다. 사람의 본능 속에 숨어있는 욕망을 치열하고 아름답게 상품화하고 마케팅하는 능력을 주목해야 한다. 그는 과거 데이빗 보위(David Bowie)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만의 ‘NEW’를 찾아 떠나고 있다. 그 여정은 절대 쉽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지드래곤을 보며 대중들은 묘한 해방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영국 패션 미디어 <비즈니스 오브 패션>은 ‘글로벌 패션계 500인’을 선정했다. 그중 한국인은 지드래곤을 포함해 총 4명이었고, 연예인은 지드래곤이 유일했다. 또한, 전 세계 뮤지션은 칸예 웨스트, 리한나(Rihanna), 리위춘(Li Yuchun), 지드래곤 총 4명뿐이었다. <뉴욕 타임즈>와 <보그>는 샤넬(Chanel) 컬렉션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지드래곤을 꼽았다. 그는 아시아 패션 시장 개척에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샤넬의 뮤즈로, 나이키의 파트너로, 피스마이너스원(Peaceminusone)의 디렉터로 패션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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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지드래곤은 앨범 [권지용]을 발매하며 온전한 나에 대해서 고민했다. 다큐멘터리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복기하며 “좋은 차가 있으면 뭐하고, 좋은 집이 있으면 뭐해. 집을 안 가고 차를 안 타는데. 그 차 엔진 고장 났을 거야.”라고 말하며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호화와 사치를 누릴 수 있는 삶에 무조건적인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지만, 그의 말에 일견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대중문화에 영향을 끼친 그의 업적을 무작정 아니꼽게만 볼 수 없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지드래곤은 분명 근대적 의미의 천재로 분류될 만한 몇 안 되는 인물이고, 한국 패션 신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작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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