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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놓쳐서는 안 될 앨범들 / 아는 신보 (2020.09)

title: [회원구입불가]snobbi2020.10.14 19:3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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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음악은 많아졌고, 기억에 남는 음악은 적어졌다. 그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힙합엘이 매거진 에디터들이 한껏 마음 가는 대로 준비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들어보면 좋지 않을까 싶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2020년 9월의 앨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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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hton Travis [PHOENIX MODE]
발매일: 2020/09/04
추천곡: Passion & Pain!, Robbery, Almost There

‘엥? 트래비스 하면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 아니냐?’ 실제로 애쉬튼 트래비스(Ashton Travis)는 트래비스 스캇과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낸 휴스턴 출신 뮤지션이다. 메이저 데뷔 프로젝트인 본 EP는 9년간의 무명 생활로 다져진 그의 음악성을 요즘 스타일로 여과해 담아냈다. 하지만 현세대의 트렌드를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는 느낌보다는,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현 세대 리스너들에게 설득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느낌에 더 가깝다. 애쉬튼 트래비스의 옥구슬 구르듯 흐르는 보컬은 가라앉아있으면서도 리듬감이 확실한 트랩 사운드에 착 달라붙고, 기본적으로 바이브에 몸을 맡기도록 구성되었으면서도 은근히 뚜렷한 멜로디 라인 덕에 귀가 대놓고 즐겁다. 친한 친구들인 트래비스 스캇, 체이스 비(CHASE B) 등이 꾸린 레이블 '캑터스 잭(Cactus Jack)'과의 계약 루머가 돌고 있을 만큼, 그들의 바이브를 사랑하는 이라면 이 프로젝트와도 사랑에 빠질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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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Sean [Detroit 2]

발매일: 2020/09/04

추천곡: Harder Than My Demons, Guard Your Heart, Don Life


뮤지션들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셀프-타이틀 앨범에 자신의 역량 전체를 쏟아붓곤 한다. 그런데도 빅 션(Big Sean)이 [Big Sean]이라는 앨범으로 재기를 노릴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대신, 그에겐 이름만큼이나 자랑스럽게 여기는 디트로이트라는 도시와 신보 [Detroit 2]가 있다. 커리어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믹스테입 [Detroit]처럼, 빅 션은 자신이 지닌 모든 강점을 두 번째 [Detroit] 시리즈에 모조리 갈아 넣었다. 랩 톤과 플로우는 어느 때보다도 안정적이며, 힛보이(Hit-Boy), 키 웨인(Key Wane), 노 아이디(No I.D.) 등 과거의 영광을 함께한 프로듀서들이 조율한 사운드는 2020년 발표된 앨범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빛깔이 좋다. 또한 그 무엇보다도, [I Decided.] 이후 몇 년간의 공백기를 명상과 자기 객관화로 보낸 만큼 앨범 안에 담긴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21트랙이라는 무시무시한 볼륨에도 불구하고 손쉽게 빨려 들어갔다 나오게 되는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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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xst [No Love Lost] 

발매일: 2020/09/10

추천곡: No Love Lost, Overrated, Be Alone


이미 힙합과 알앤비의 경계를 구분 짓는 게 무의미한 일일 수는 있지만, 이를 설득력 있게 주장하는 앨범이 등장하는 건 손에 꼽을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블래스트(Blxst)의 데뷔 EP [No Love Lost]는 말 그대로 브라이슨 틸러(Bryson Tiller)의 이름에 견줄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하게 두 장르의 요소를 결합한다. 심지어 LA라는 지역 때문에 네이트 독(Nate Dogg)의 이름에 비견되기도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차분하고도 부드러운 보컬을 미니멀한 리듬과 포인트 있는 건반 사운드의 프로덕션에 얹어 그려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이전 시대의 알앤비 음악에 대한 영향력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운데, “No Love Lost”와 “Be Alone”에서는 팀발랜드(Timbaland)와 알리야(Aaliyah)를, “Overrated”에서는 도넬 존스(Donell Jones)의 구절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기도 한다. 러프함과 함께 신인의 매력을 지닌 그가 앞으로 또 어떻게 성장할지를 지켜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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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I [MOONCHILD]

발매일: 2020/09/10

추천곡: Switchblade, Nightcrawlers, Lose


니키(NIKI)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팬들이 주목해왔다. 그리고 그 기대는 드디어 발표된 데뷔 앨범으로 완전히 보상받았다. 니키는 앨범에서 ‘문차일드’라는 페르소나로 분해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야기는 크게 3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지는데, 자아를 찾기 위해 방황했던 니키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스토리는 때로 팝 사운드 안에서, 때로는 알앤비, 훵크, 힙합로 색깔을 바꿔가며 d열 트랙 동안 풍성하게 이어진다. 방황 속에서 답을 찾아간다는 이야기가 어쩌면 뻔할 수 있지만, 그 이야기에서 한 사람이 보인다면 몰입감이 달라진다. 이 앨범에는 분명 니키의 음악적인 성장뿐 아니라 인간적인 성장까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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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way the Machine [From King to a GOD]

발매일: 2020/09/11

추천곡: Lemon, Dough & Damani, Seen Everything But Jesus


그리셀다(Griselda)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콘웨이 더 머신(Conway the Machine)을 가장 강렬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베니 더 부처(Benny the Butcher)의 화려한 스킬이나 웨스트사이드 건(Westside Gunn)의 개성적인 톤에 비해 순식간에 귀를 잡아끄는 무기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아주 탄탄한 구조의 라임과 가사 센스를 갖추고 있고, 축축하고 로우한 이스트코스트 붐뱁 비트에 멋드러지게 묻어나는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 이번 앨범은 그러한 장점을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하복(Havoc)부터 에릭 서몬(Erik Sermon), DJ 프리미어(DJ Premier) 등 골든 에라 뉴욕 힙합 하면 떠오르는 명장들부터 메소드 맨(Method Man),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 등 이름만 들어도 짙은 드럼 냄새를 풍기는 피처링을 대동했다. 붐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달 가장 놓치면 안 될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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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ia Keys [ALICIA]

발매일: 2020/09/18

추천곡: 3 Hour Drive, You Save Me, Good Job


앨리샤 키스(Alicia Keys)의 [ALICIA]는 색다른 참여진과의 조합은 물론, 이전보다 더욱 방대해진 음악 세계를 볼 수 있어 흥미로운 작품이다. 실제로 그는 이번 앨범의 사운드를 ‘장르리스’로 칭했으며, 그런 만큼 앨범 곳곳에서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려 한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Wasted Energy”에서는 다이아몬드 플랫넘즈(Diamond Platnumz)와 함께 아프로팝을, “3 Hour Drive”에서는 샘파(Sampha)와 함께 몽환적인 전자음악을 구사한다. 가사적으로는 내면에 집중하며, 자기애와 자기 확신을 되찾은 뒤 외부로 시선을 돌려 위로와 본인의 생각을 전하려 했다. 특히 “Perfect Way to Die”에서는 무분별한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을 비판, “Good Job”을 통해서는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HERE]에서 미리 선보인 앨리샤 키스의 다음 단계가 좀 더 설득력 있게, 그리고 탁월한 사운드와 함께 담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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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 Arrington [Down to the Lowest Terms: The Soul Session]

발매일: 2020/09/18

추천곡: The Joys of Love, Keep Dreamin', It's Alright


1970~80년대부터 슬레이브(Slave)와 솔로 활동을 통해 살아있는 훵크의 레전드로 불리고 있는 스티브 애링턴(Steve Arrrington). 90년대에 그는 목회자의 길을 걸으며 잠시 음악 업계를 떠났지만, 2000년대 말부터 다시 활동을 재개하며 후배들의 무한한 존경을 받고 있다. 오랜 이력으로 현대의 모던훵크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끼쳤을 뿐만 아니라, 현대의 트렌드를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기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톤 쓰로우(Stone Throw)를 통해 발표한 이번 앨범 역시 그렇다. 그는 앨범에서 놀리지(Knxwledge), 데빈 모리슨(Devin Morrison), 버처 브라운(Butcher Brown)과 같이 호흡을 맞췄으며, 과거의 재현보다는 현대의 소울/훵크 프로덕션에 맞춰 노련함을 드러낸다. 여기에 ‘소울’이라는 앨범의 타이틀에 맞춰 가스펠에 기반한 자신의 신앙을 드러내고, 혐오로 가득한 세상에서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는 가사를 선보인다. 단연 '노장의 귀환'이라는 단순한 수식어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 있는 멋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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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O [Clam Day]

발매일: 2020/09/23

추천곡: Guess My Crush, Dairy Adventure, Forest Ritual


잘 짜인 음악은 가사 없이도 선율만으로 사람의 감정을 뒤흔들 줄 안다. 신예 일렉트로닉 뮤지션 오토(OTTO)의 첫 스튜디오 앨범 [Clam Day]는 이를 뒷받침할 훌륭한 예시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마치 감성적인 멜로디와 함께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일본 IDM 음악처럼, 브루클린 출신 오토의 [Clam Day]에도 촘촘하게 구성된 박자 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수록곡 중 가장 대중적인 "Crystal Hole", "Guess My Crush" 같은 곡들을 듣고 나면 어떤 주장을 하고자 하는지 곧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전작들에서 그래왔듯, 각 수록곡에 분위기를 탁월하게 설명하는 제목이 붙여져 있다. 덕분에 곡명들을 둘러보며 곡 안에 어떤 바이브가 담겼는지 유추해보는 재미까지 있다. 가끔은 기성 음악에 담긴 언어의 발음들마저 부담스러울 때, 이런 앨범으로 귀를 한 번 음이온 세척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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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ron Taylor [ICARUS]

발매일: 2020/09/25

추천곡: Don't Leave Me Alone, Be My Muse, Icarus


아론 테일러(Aaron Taylor)는 꾸준히 좋은 퀄리티의 앨범을 발매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영국 아티스트다. 3집이라고 할 수 있는 [ICARUS]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지난 음악적 여정의 끝판왕이다. 이전까지 그가 사운드 이펙트와 두터운 베이스라인으로 포인트를 주는 데 능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악기와 보컬의 빌드업을 통해 트랙마다 감정선을 녹여내며 풍부한 인상을 주는 데 힘쓴다. 팔세토를 자유롭게 오가는 보컬 등의 기존 장점을 그대로 유지한 건 물론이다. 특히 “Don’t Leave Me Alone”에서 랄라 해서웨이(Lalah Hathaway)와의 풍부한 화음, “Icarus”에서 현악기 세션이 도입되며 풍부한 감정선을 끌어내는 모습 등이 인상적이다. 해가 끝나기에는 아직 한 달여간의 시간이 남았지만, 사운드만 따지자면 올해의 알앤비 앨범 중 하나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멋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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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on Bronson [Only For Dolphins]

발매일: 2020/09/25

추천곡: C12H16N2, Sergio, Marcus Aurelius


요리부터 연기까지 소화하는 액션 브론슨(Action Bronson)의 다재다능한 모습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의 재능 중 가장 큰 부분은 바로 래퍼로서의 재능이라는 점. 본인도 어쩌면 잠깐 잊고 있던 그 재능은 이번 앨범에서 유감없이 되살아난다. 앨범의 프로덕션은 전통적인 샘플링 작법을 바탕으로, 라틴 리듬부터 케리비안 사운드, 올드스쿨 훵크까지 여러 스타일을 통해 액션 브론슨의 랩에 활기를 더한다. 혹시나 2년 전 [White Bronco]에 실망해 새 앨범이 듣기 망설여진다면, 그 앨범을 떠올릴 필요는 전혀 없다. 그때보다 살은 많이 빠졌지만, 랩 실력은 확실히 몸집을 불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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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Enemy [What You Gonna Do When The Grid Goes Down?]

발매일: 2020/09/25

추천곡: GRID, State of the Union, Fight the Power: Remix 2020


1985년에 태어난 래퍼도 결코 젊다고 보기 힘든 요즘 시대에, 1985년에 결성한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가 새 앨범을 냈다. 이들의 음악색은 여전히 1980, 90년대의 냄새를 풍기지만, 그럼에도 이번 컴백은 꽤 시의적절하다. 누구보다 정치적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파해온 랩그룹인 퍼블릭 에너미에게 요즘처럼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문제가 만연한 시대는 할 말이 넘치는 시기이기도 하니 말이다. ‘블랙 라이브스 매터’ 운동과 코로나19에 대한 이야기,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에 대한 비판까지 이 앨범의 음악은 분명 현시대를 향한 시선을 담고 있다. 어쩌면 이런 시대 상황 덕분에 더욱 에너지 넘치는 앨범이 나오게 된 것은 아닐까? 런 디엠씨(RUN-DMC), 아이스-T(Ice-T) 같은 그 시절 래퍼들부터 나스(Nas), 블랙 소트(Black Thought) 같은 까마득한 후배들까지 빼곡한 게스트 리스트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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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hine Gun Kelly [Tickets To My Downfall]

발매일: 2020/09/29

추천곡: bloody valentine, forget me too, all i know


“에미넴(Eminem)과의 랩 배틀 이후 기가 눌려 노선을 바꿨다”라는 조롱은 머신 건 켈리(Machine Gun Kelly)의 음악적 역량을 하나도 알지 못한 채 하는 말이다. 그는 커리어 초기부터 항상 팝 펑크의 영향을 받은 스타일을 꾸준히 선보여 왔고, 다섯 번째 앨범인 [Tickets to My Downfall]은 그런 자신의 보증 받은 잠재력을 마침내 꺼낸 프로젝트일 뿐이다. 드러머 트래비스 바커(Travis Barker)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완성된 본작에는 머신 건 켈리의 본격적인 '락스타 간지'가 여과 없이 담겨 있다. 물론 폭넓은 음역과 폭발적인 성량 등을 지니고 있는 보컬리스트는 아니지만, 팝 펑크 사운드와 훌륭하게 섞이는 보컬 퍼포먼스는 분명 인상적인 지점을 넘어 '예전에 하던 놈'의 기운을 내뿜기까지 한다. 기타를 들고 있을 때의 락스타 이미지와 완전히 부합하는 건 덤. 분명 [Tickets To My Downfall]은 머신 건 켈리의 미래를 트이게 할 커리어의 핵심적인 방점이 될 것이다.






CREDIT

Editor

힙합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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