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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HYPED: 킹치메인(Kingchi Mane)

title: [회원구입불가]snobbi2020.08.05 18:08추천수 4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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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HYPED:

‘UNHYPED’는 힙합엘이의 신예 큐레이션 시리즈로, 이 씬 안에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내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소개한다. 자신만의 위치에서 힘껏 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직 많은 이들에게 음악을 들려줄 기회가 없는 그들. 장르, 경력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소개한다.


본 시리즈를 통해 소개될 아티스트들은 몇 년 안에 더욱 큰 주목받을 재능과 가능성을 지녔다. 그런 그들을 미리 발견하고, ‘하이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언하이프’의 상태의 그들이 만들어낸 솔직하고, 대담한 음악이 더욱 큰 울림을 줄지도 모른다.




UNHYPED: 킹치메인(Kingchi Mane)

'UNHYPED'에서 두 번째로 소개할 아티스트는 킹치메인(Kingchi Mane). 그의 음악에는 고향인 부산 기장 교리의 바이브가 그대로 담겼다. 수많은 래퍼들이 꿈꾸는 ‘서울 드림’과 달리, 그의 꿈 역시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서 온전한 지역 힙합 커뮤니티를 꾸리는 것. 킹치메인은 작년 논란의 중심에 있었지만, 저지른 잘못 하나하나까지도 음악을 통해 기록하는 게 뮤지션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그는 음악만을 통해 본인의 이름을 다시 알릴 수 있도록 열심히 달리는 중이다.






LE: 일단 본인 소개 부탁드릴게요.


킹치메인: 안녕하세요, 힙합 음악 하는 킹치메인입니다.






LE: ‘킹치메인’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된 건가요?


제가 사실 첫 믹스테입을 냈을 당시엔 이름이 ‘얼리(Early)’였어요. 중학교 때 만든 이름인데, 그게 너무 평범한 것 같았던 거죠. 그때 믹스테입 반응이 너무 없었는데, 퀄리티도 그리 좋진 않았겠지만, 이름의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친구들과 이름 아이디어를 주고받다가 두 후보가 나왔죠. 그중 하나가 ‘킹치메인’이었고요. 조금 장난스러운, 웃긴 이름을 갖고 싶었어요.



https://youtu.be/fXFNFM80iMI



LE: 힙합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한데요.


제가 부산 기장 교리에서 자랐는데, 중학생이었을 때 학원 가는 버스 안에서 MC 스나이퍼의 “Better Than Yesterday”를 처음 들었어요. 그런 음악은 처음 들어봤던 거죠. 그때를 계기로 한국 힙합 음악을 많이 찾아 들었어요. 오버클래스(Overclass)의 음악을 특히 많이 들었고요. [Collage 2]는 앨범 피지컬도 샀어요.


사실, 노래하는 걸 더 좋아했던 때도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 밴드부 보컬로 활동했었거든요. 그래서 원래는 <슈퍼스타K>를나가고 싶었고요. 






LE: 씨잼 씨의 랩 수강생이었다고도 들었는데요.


2014년도에 대학 때문에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 저스트뮤직(Just Music) 페이지에 씨잼(C JAMM)의 첫 랩 레슨 공고가 뜬 거예요. 친구와 함께 씨잼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에 신청했었어요. 그렇게 한 달 동안 레슨을 받았는데, 테크니컬한 걸 배운 게 아니라 함께 힙합엘이 자막 영상들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웃음) 근데 사실 랩을 배우고 싶은 마음에 갔던 건 아니라, 저는 만족했어요. 좋은 경험이었고요.






LE: 국내 힙합 씬을 통해 힙합 음악을 접했다고 하셨는데, 그럼 가장 영향받은 국내 뮤지션이 있을까요?


무조건 테이크원(TakeOne, 김태균). 그냥 옛날부터 지금까지, 한국에서 랩을 제일 잘 하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분처럼 랩을 하고 싶어서 정말 많이 따라했죠. 거의 못 외운 곡이 없을 정도로요.






LE: 그럼 지금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도 테이크원 씨일까요?


아니요, 재규어 중사요. (웃음) 사실 테이크원을 좋아한다고 말 안 해도, 이미 그 분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요.






LE: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음악을 업으로 하겠다는 결심은 군대에서 한 것 같아요. 사실 입대 전엔 그냥 랩을 취미로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었는데, 군 생활을 하면서 우울증이 심하게 왔거든요. 원인은 제가 전역하면 뭘 할지 모르겠다는, 목표나 꿈이 없다는 현실이었고요. 그때 음악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니까, 우울증이 낫더라고요.






LE: 크루 활동도 하고 계신데, 크루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릴게요.


‘QZQY’라는 크루에 속해있는데, 이름은 저희가 중학교 때부터 함께 자란 동네 ‘기장 교리’를 영어로 표기한 거예요. 아까 말씀드렸던, 학원 차에서 “Better Than Yesterday”를 같이 들었던 친구들끼리 만든 크루죠. ‘힙합 크루’라고 표현하긴 애매한 게, 저희는 다양한 음악을 즐기는 만큼 각자의 음악 스타일이 있어요. 오리지널리티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LE: 부산의 힙합 커뮤니티는 어떤가요?


거의 없다고 봐야 해요. 힙합 공연에 관객이 10명 정도 오면 많은 거예요. 그래서, 저의 가장 큰 목표는 ‘부산 힙합 씬의 활성화’예요. 저의 고향 부산뿐 아니더라도, 한국 곳곳의 로컬 씬이 자라났으면 좋겠어요. 미국의 각 지역마다 힙합 커뮤니티가 있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본인 것을 열심히 함으로서 건강하게 돌아가는 지역 씬들이 있길 바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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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chi Mane: 현재

음악을 그만두기 전에, 제가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들이 있더라고요.



LE: 커리어의 두 번째 작업물, 또 ‘킹치메인’으로서의 첫 번째 믹스테입 [OQPATION I]을 2018년도 4월에 공개했는데요. ‘OQPATION’ 시리즈는 1, 6, 3으로 이어지던데, 시리즈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릴 웨인의 ‘Tha Carter’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사실 그 전 프로젝트인 [교리]를 들어보면, 굉장히 ‘컨셔스’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정말 꼴통 같은 내용이기도 하고요. 근데 이렇게 쭉 가면 안 될 것 같은 거예요. 그런 생각을 하다가 정말 우연히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의 음악을 들었는데… 너무 좋았던 거죠.


음악이 너무 재밌게 다가왔어요. 나도 트랩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그때 갑자기 들었고요. 그렇게 트랩을 처음 시도해 본 프로젝트가 [OQPATION 1]이에요. 해보니까 너무 잘 맞더라고요. 지금까지도 그 앨범이 저에게 가장 의미 있는 앨범이라고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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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믹스테입 공개 당시의 반응은 어땠나요?


사실 믿기지가 않았어요. 믹스테입을 내고 하루 종일 DM만 보냈거든요. 저보다 유명하고,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는 래퍼들에겐 모두 사운드클라우드 링크를 뿌렸어요. 다음 날 자고 일어나서 알림을 확인했더니 너무 신나서 욕 밖에 안 나왔어요. 손심바(Son Simba), 쿤디판다(Khundi Panda), 제네더질라(ZENE THE ZILLA) 같은 분들이 저를 팔로우 해주셨더라고요. 번호를 보내주시고는 직접 만나자는 분들도 계셨어요.


지금 그 믹스테입을 들어보면, 퀄리티는 진짜 안 좋아요. 전곡을 타입 비트로 2주 만에 혼자 만들었고, 마스터링의 개념도 몰랐고요. 사운드적인 면에서는 퀄리티가 떨어졌지만, (다들) 저의 랩에서 ‘야마’가 느껴졌다고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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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OQPATION 3]에 수록된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킹치메인 씨의 이름을 알린 트랙 중 하나인데요. 이 곡은 어떻게 작업이 진행됐나요?


그 트랙은 어떤 프로듀서 분이 본인 믹스테입에 담으려고 만든 곡이었어요. 저한테 피처링을 요청하려고 보내 주신 비트고요. 심지어 제목도 달랐어요. 근데 비트를 듣자 마자, 제가 그 곡을 갖고 싶더라고요. 내 곡이여야 하는 느낌 있잖아요? 물론 그냥 달라고 하면 예의가 아닐 것 같아서 일단 피처링 벌스를 녹음했고, 그 후 프로듀서 분한테 허락을 받아서 저의 목소리만 담긴 버전을 다른 제목으로 올렸죠. 그래서 이 곡은 두 가지의 버전으로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라가 있어요.






LE: 듣자 마자 이 곡은 인기 있을 거라는 느낌을 받으셨나 본데요?


그렇죠. 그런 곡이 가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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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공식적으로 발표한 첫 싱글 “thisisneverthat”은 제목부터 독특한데요.


저의 크루 멤버이자 프로듀서인 하나비(hanabi)와 함께 작업한 곡인데요. 그 당시 이모 트랩이 유행이었는데, 저도 만들어보고 싶어서 하나비에게 비트를 요청했어요. 사실 하나비는 예고, 예대 출신이고 피아노를 굉장히 오래 공부해온 친구라서, 트랩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죠. 근데 워낙 음악의 이해도가 높은 친구다 보니까, 처음 만든 트랩 비트인데도 느낌이 되게 좋더라고요.


그렇게 곡의 주제를 생각하다가 든 생각이, 96년생 또래 친구들에게 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at)의 등장이 혁명이었거든요. 한국의 슈프림(Supreme)이랄까? 저스트뮤직 아티스트들도 디스이즈네버댓을 자주 입고 그랬거든요. 근데 사실 도메스틱 브랜드이고, 학생들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잖아요.


지금 입고 있는 바지도 그 당시 처음 구매한 디스이즈네버댓 제품인데, ‘내가 지금은 디네댓을 입고 있지만, 몇 년 후 더 비싼 옷을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위치에 있겠다’ 이런 야망을 담은 곡이었던 거죠.

협찬도 노린 점이 없지 않아 있었고요. (웃음)



https://www.youtube.com/watch?v=F7hecb9mVW4



LE: 다음으로 발표한 믹스테입 [Boy from the trap]의 소개글에는 “죽은 내 친구 동수를 위해”라고 써 있는데, 어떤 의미가 담긴 앨범인가요? 


일단 ‘동수’라는 캐릭터는 영화 <친구>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저는 앨범을 작업할 때, 컨셉을 정해 놓고 작가가 되어서 스토리를 만드는 걸 좋아해요. 제가 자란 동네가 엄청 시골이고, 한부모 가정으로 정말 척박한 환경에서 자랐는데요. 어린 시절 힘들었던 경험을 친구의 죽음을 통해 비유한 거죠. 뮤직비디오를 20분짜리 단편 영화처럼 찍었는데, 그 영상을 보시면 이해가 조금 가실 거예요.






LE: 평소 영화에 영감을 많이 받으시나봐요?


네. 앨범을 쭉 들었을 때도 청각적인 감동뿐 아니라, 영화 한 편을 보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거든요. 그런 앨범을 구상하는 가수들을 자주 듣는 편이에요. 예를 들면 자넬 모네(Janelle Monae) 같은.


폴 토마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이라는 감독을 특히 좋아해요. 미장센이 정말 인상적인데, 영화 <부기 나이트>에서 수영장 입수 장면이 있어요. 여기서 또 테이크원 씨 얘기가 나오는데, [녹색이념] 수록곡 중 “보여줄 때”의 뮤직비디오에서 수영장 장면이 원테이크로 촬영되거든요. 그 장면도 <부기 나이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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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계속 테이크원 씨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하고 계신데, 올해 발표하신 믹스테입 [시대정신]에서도 테이크원을 비롯해, 버벌진트(Verbal Jint), 저스디스(JUSTHIS)의 비트를 사용하셨어요.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요즘 음악 잘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지만, 래퍼로서 가져야하는 마음가짐이 있잖아요. 그런 내용을 담은 믹스테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어요. 그 세명의 뮤지션은 각자 다른 시기에 저에게 큰 영감을 준 분들이고요. 버벌진트는 중학교 시절 저의 영웅이고, 테이크원은 고등학교 시절 저의 영웅이고. 저스디스는 현재 저에게 영감을 주는 뮤지션이에요.






LE: 버벌진트, 테이크원, 그리고 저스디스 씨의 음악에서 어떤 부분이 와닿던 건가요? 


버벌진트는 모두가 인정하듯이, 그 분이 없었다면 현재 한국 래퍼들이 한국어로 랩을 제대로 못했을 거예요. 그냥 모든 걸 다 초월한 사람 같아요. 테이크원은 그냥 랩을 제일 잘 하는 사람이고요. 그러고 제가 군대에서 우울증이 걸렸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당시 [녹색이념]을 자주 들었어요. 저는 힙합에서 리얼한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분의 음악이 말 그대로 리얼하잖아요.

 

그리고 제가 한창 음악을 열심히 작업하고 있을 당시, 저스디스의 은퇴설이 돌았어요. 그때 “살만해”나 “Gone” 같은 곡을 듣고, 예전 음악을 다 다시 찾아 들었고요. 못 들어봤던 음악도 접해보니까, 뮤지션으로서 어떤 존경이 생기더라고요. 






LE: 사실 [시대정신]에 대한 피드백 중에는, 테이크원과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반응도 있더라고요.


사실 저는 기분이 좋죠. 저에게는 테이크원의 랩이 말그대로 이상향이거든요. 그래서 테이크원처럼 들린다는 게 굉장히 큰 칭찬이에요. 근데 사실 이걸 의도했다기 보다는, 제가 워낙 어릴 때부터 (테이크원의) 카피랩을 자주 해왔으니까 비슷하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목소리가 되게 비슷하기도 하고요. 근데 제가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데, 트랩 곡에서는 또 하나도 안 비슷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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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실제로 지난 6월 발표한 첫 정규 앨범 [오메가]에서는 기존 스타일과는 또 다른 스타일을 시도하셨는데요. 이 앨범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릴게요.


이 앨범은 정말 저의 마지막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2019년 10월부터 작업을 시작했는데, 프로듀싱을 맡은 하나비한테도 처음부터 이 앨범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작업해달라 부탁했고요. 하지만 음악을 그만두기 전에, 제가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들이 있더라고요. 제가 저지른 잘못이 있기 때문에. 평생 기억하면서, 반성하면서 살아가야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앨범은 어떻게 보면 그런 중요한 이야기들의 기록이에요.


첫 정규 앨범이라는 건 ‘변명을 할 수 없는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심바 형이 저에게 해준 말이 있는데, “너의 첫 정규 앨범은 2020년의 킹치메인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폼이다”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어느 변명도 할 수 없고, 결과물 자체로만 평가 받는 거죠. 그래서 이번 앨범을 통해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Boy from the trap] 같은 걸 만들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저는 꾸준히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LE: 음악을 그만두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하셨는데, 앨범 작업 중 음악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신 걸까요?


음악을 계속하면서 반성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제가 저지른 잘못이 있으니 (앞으로) 미디어에 나가면 문제가 되겠지만, (음악적으로는) 저만의 음악을 이어 나가고 싶어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우울증을 고쳐준 게 음악인데, 이걸 안 하면 제가 뭘 할지 모르겠어요. 음악 말고 관심 있는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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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본인의 서사가 중요한 앨범인 만큼 [오메가]에는 피처링이 거의 없기도 한데요. 유일하게 던말릭(Don Malik) 씨와 DJ 켄드릭스(DJ Kendrickx) 씨만 섭외한 이유가 있을까요?


던말릭과 꼭 한번 작업해보고 싶었는데, 사실 던말릭이 저와 동갑이거든요. 그것도 같은 년도, 같은 날에 태어났어요. 1996년 1월 22일. 그래서 약간 운명 같다는 느낌도 있고, 하나비가 이 비트를 처음 들려줬을 때 던말릭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딱 들었어요. 그냥 그 분이 이 곡에 너무 잘 맞을 거라는 느낌이 왔어요. 


“변”이라는 곡은 원래 가제는 “인맥 힙합”이였고요. “변명할 수 없다, 실력으로만 승부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던말릭은 딱 그걸 증명한 친구잖아요. 미디어에 모습을 비춘 적도 없고, 오로지 실력으로 현 위치에 오른 뮤지션. 그리고 켄드릭스 형님은 이번 앨범의 유통, 제작 과정에 도움을 엄청 주셨어요. 꼭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LE: 첫 정규 앨범의 반응은 어땠나요?


힙합엘이 게시판에도 몇 몇 유저 분들이 리뷰를 남겨 주셨는데, 다 확인했고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근데 사실 이번 앨범은 반응이 중요한 앨범은 아니에요. 제가 잘 한다는 걸 보여주려고 만든 앨범도 아니고, 아까 말씀드렸듯이 ‘중요한 기록’이니까.






LE: 씨잼 씨의 [킁]의 영향을 받은 면이 있다는 반응도 있던데요.


네, 저도 봤어요. 사실 “씨잼을 카피했다” 이런 말에 동의하진 않아요. 근데 요즘 뮤지션 중 [킁]의 영향을 안 받은 뮤지션은 거의 없을 거예요. 저도 연구를 꾸준히 하고, [킁]이 나왔을 때 많이 들었으니까 좋은 부분을 차용한 점도 없지 않아 있겠죠. 그래도 모든 피드백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편이에요. 저의 음악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뜻이니까요.






LE: 그럼 혹시, 작업하면서 가장 많이 연구했던 앨범이 있을까요?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ye]요.






LE: 아까 잠깐 언급하신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에 대해서도 언급을 안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쇼미더머니8> 당시, 사건이 대두되었을 땐 어떤 심정이셨나요?


사실 높이 올라갈 계획도 없이, 진짜 생각없이 지원을 했었거든요. 그 사건이 터질 거라는 예상을 하게 된 건 지원을 마친 뒤였어요. ‘단톡방 사건’이 처음 공론화된 건 2017년도인데, 제가 군대에 있었을 때 대학교 커뮤니티에서 먼저 퍼졌었어요. 제가 저지른 잘못이었고, 그것을 인지하고 반성할 시간을 쇼미 전부터 가졌었죠.


그 당시에 지원하면서도 저의 생각이 짧았던 건데, 미디어에 제가 나온다는 게 문제가 될 수밖에 없죠. 사실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해서 많이 놀라긴 했는데, 아무튼 제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반성은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말로 표현할 수도 없는 거고, 그냥 평생 안고 가야죠.






LE: 최근 비프리(B-Free) 씨와의 사건도 큰 논란이 됐는데요. 사건의 인물 중 하나로서 하고 싶으신 말씀이 혹시 있을까요?


그냥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죠.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이미 커뮤니티에 밝혀진 게 팩트에요. 더 할 말도 없을 것 같고. 한가지만 말하자면… (사건 이후로도) 그 분의 음악을 저의 플레이리스트에서 지울 때까지 정말 오래 걸렸어요. 


사실 이제는 그 사건에 대해선 아무 감정도 없어요. 이 사건을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팬의 마인드로 어떤 뮤지션이나 인물에 대한 존경심이 너무 크면 안 좋은 것 같아요. 자신이 생각하는 환상을 만들어 놓으면, 그 환상이 깨지기 너무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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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Chapter: Representing Busan

부산 사람은 부산에서 랩하고, 광주 사람은 광주에서 랩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LE: 본인에게 의미 있는 소품으로 오도마(O'Domar) 씨의 [밭] CD를 갖고 오셨네요. 


이거 명반이죠. 사실 크레딧을 보시면 저의 이름이 적혀 있어요. 거의 아무도 모르는 건데, 제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했거든요. 오도마와 저는 동갑 친구인데, 이 CD는 동료 래퍼한테 받은 첫 사인 CD에요. 그 당시 제가 [오메가]를 작업 중이었는데요, 사인과 함께 “너의 정규도 꽃이 피길”이라고 그 친구가 적어줬어요.

 

그러고 꼭 인터뷰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이 십자가 목걸이는 제가 항상 차고 다니는 목걸이예요. 외할머니의 목걸이인데, 제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거든요. 제가 중학생이었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그때 어머니가 이 목걸이를 주시더라고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많이 힘들었을 당시 성당에 들어갔고, 힘이 많이 됐죠. 제가 원래 액세서리나 목걸이를 안 좋아하는데, 이 목걸이만큼은 소중한 의미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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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또 비니를 갖고 오셨는데, 어떤 의미가 담겼나요?


제이통(J-Tong) 형님이 만드신 부산 비니에요. 부산에서 활동하는 래퍼들에게는 제이통 형이 가장 존경스러운, 전설적인 인물이잖아요. 부산의 OG. 미국 힙합 문화 중 고장, 고향을 대표하는 문화가 중요하잖아요. 그 마인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로컬 힙합 씬의 활성화가 저의 목표인데, 그런 의미에서 제이통 형이 롤모델이죠. 저를 항상 잘 챙겨주셨고, 문화의 움직임에 있어 큰 역할을 하신 분인데, 저도 그런 인물이 되고 싶어요. “킹치메인이라는 부산 출신 래퍼가 있어”라는 말이 언젠가는 나왔으면 해요.






LE: 비슷한 장르를 구사하는 다른 아티스트들과 차별점을 둘 수 있는, 킹치메인 씨를 표현할 수 있는 한 가지 키워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런 거 멋있게 진짜 생각 못하는데… 그냥 ‘제이통의 뒤를 이을 래퍼’? 제가 원래 무료 레슨을 계획하고 있었거든요.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못 하게 됐는데, 지방에서 올라온 래퍼 지망생들을 위한 무료 레슨을 할 거라는 포스팅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적 있어요.


이름도 있었어요, “지역 균형 랩 레슨.” 다섯 명을 선발했는데, 앨범 제작비를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진행 못했거든요. 근데 앞으로 그런 움직임을 이어 나갈 예정이에요. 부산 사람은 부산에서 랩하고, 광주 사람은 광주에서 랩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LE: 본인 외에, 또 많은 리스너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덜 알려진 아티스트가 있나요?


프로듀서로는 하나비요. 그 친구는 음악을 대하는 태도나 이해도의 깊이가 남다른 것 같아요. 저의 정규 [오메가]도 그 친구가 전곡을 프로듀싱했으니까 그 친구의 음악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래퍼로는 너무 많은데… 샤라웃 좀 해도 되나요? 먼저 반고흐(Van Gogh)라는 친구가 있어요. 원래는 라이프 오브 반고흐(Life of Van Gogh)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어요. 그 친구는 천재에요. 노력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에 있는. 그리고 클러치(Klutch), 처리커리, 단테(Dante), 조엘릭. 사운드클라우드나 음원 꼭 찾아서 들어보세요. 다 잘 될 거라고 믿고 있어요.






LE: 2020년 남은 기간 동안의 계획도 궁금한데요.


일단 반고흐와 합작 EP [The Red Vineyard]를 발표할 예정이고요. 욕심으로는 EP를 하나 더 내고 싶어요. 총 EP 2장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LE: 그럼 오늘 이 인터뷰를 기점으로 5년이 지났을 때, 미래의 본인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저의 카톡 상태 메시지이기도 한데요, 첫 믹스테입을 낸 날부터 그렇게 설정해 놨어요. 





LE: 마지막으로, 힙합엘이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할게요.


한국 힙합 많이 들어주세요. 코로나 잘 이겨 내시고, 곧 공연장에서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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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치메인(Kingchi Mane)

현재 나의 플레이리스트: 재규어 중사

나의 롤모델: 제이통

추천하고 싶은 본인의 곡: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추천하고 싶은 아티스트: 반고흐, 클러치, 처리커리, 단테, 조엘릭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식어: 제이통의 뒤를 이을 래퍼

5년 후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CREDIT

Editor

cynthesizer, snobbi

신고
댓글 9
  • 8.5 18:52

    킹치메인 화이팅

  • 1 8.5 19:13

    모자이크뒤 모습은 처음이네요

  • 8.5 19:23

    한국힙합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인터뷰네요.

    화이팅입니다.

  • 2 8.5 20:00

    작년 축제 때 QZQY가 초대되었다가 엄청나게 욕을 들어먹었던 게 기억나네요. 쇼미에 나오고 논란이 되었을 때도 동문으로서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그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피해자 분에게 충분한 용서를 구했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앞으로도 반성 없이 음악만을 내놓는 아티스트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8.5 20:40

    더 잘될 분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8.6 08:24

    저는 조금 보기 싫어졌네요.

  • 8.6 09:08

    항상 피해자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지며 음악하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응원하고 있습니다

  • 8.6 17:11

    솔직히말해봐요

    구찌메인 따라한거죠?

  • 8.10 23:50

    음악으로 좋았다가, 사건으로 싫어지고, 또 다른 사건으로 안쓰럽다가, 이 글을 읽고 좀 다시 보게 되네요.

    앞으로는 좋은 행보 이 인터뷰처럼 성숙한 모습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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