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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나의 머리와 집은 문제일까?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9.03.06 05:10추천수 2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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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할 수 없는 이 시대의 팝 디바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이하 아리아나). 최근 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인기에 비례하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음악적으로는 신을 여자로 묘사한 "God is a woman" 뮤직비디오, 개인적으로는 만난 지 3주 만에 약혼하고 지금은 결별한 피트 데이비슨(Pete Davidson)과의 관계 등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아리아나는 그 와중에도 이슈를 이용해 자신의 입지를 성공적으로 다져왔다. 그래서 "7 rings"가 발매와 동시에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인 건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일단 몇몇 아티스트가 "7 rings"의 코러스에서 그가 구사하는 플로우가 자신의 것과 비슷하다고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사실 이러한 플로우 표절 의혹은 팝, 힙합 씬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다. 사람들이 제기한 더 큰 논란은 따로 있다. 그것은 단순히 '아리아나가 플로우를 훔쳤는가?'라는 문제를 넘어 다소 민감한 사회 문제라 할 수 있는 문화적 전유(Cultural Appropriation)다.

문화적 전유는 한 문화 집단이 다른 인종이나 문화 집단의 문화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다. 특히, 그 문화에 대한 존중이나 이해없이 도용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단적인 예로는 패션 브랜드 구찌(GUCCI)의 18년 A/W 시즌을 들 수 있다. 당시 구찌는 시크교의 터번 다스타(Dastaar)를 캐주얼 패션의 장식품으로 사용했다. 이는 시크교의 고유한 문화를 아무 이해 없이 그저 디자인의 일부로만 베끼는 행동에 가까웠다. 이로 인해 구찌는 전 세계적인 비판을 받았다. 현재 아리아나를 향한 목소리도 맥락이 비슷하다. 그는 "7 rings" 이전부터 이미 문화적 전유에 얽힌 의혹을 받았다. 시작은 “thank you, next" 뮤직비디오의 성공 이후 빌보드(Billboard)와 진행한 영상 인터뷰였다. 영상 속 어두워진 아리아나의 피부색과 어눌한 블랙센트(Blaccent, 북미 흑인 영어 특유의 억양)가 대중들의 이목을 끈 것이다. 이어 공개된 "7 rings"의 뮤직비디오는 흑인 문화를 더욱 노골적으로 담았다. 이는 공교롭게도 앞서 언급한 아리아나가 자신의 플로우를 훔쳤다고 주장하는 두 아티스트와 연관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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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아티스트는 미국 동부 출신의 얼터너티브 싱어송라이터이자 래퍼인 프린세스 노키아(Princess Nokia)다. 그는 아리아나의 "7 rings"가 공개되자마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지금은 삭제된 SNS 동영상에서 2016년에 공개된 자신의 트랙 "Mine"과 "7 rings"를 틀어놓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거 어디서 들어본 적 있는 거 같지 않아?"라고 말하며 아리아나를 한껏 비꼬기도 한다. 그가 문제 삼는 부분은 "Mine"의 브릿지와 "7 rings"의 코러스다. 두 파트 모두 두 단어나 세 단어를 빠르게 읊었다가 플로우를 끊는 식으로 진행된다. 더불어 그는 아리아나가 플로우뿐만 아니라 곡의 소재까지 베꼈다고 주장한다. "Mine"에서 프린세스 노키아는 유색인종 여성들의 머리카락을 예찬하며 위브(Weave, 머리카락에 붙이는 인공 모발)를 언급한다. 아리아나 또한 "7 rings"의 코러스에서 자신이 구매했다는 머리, 즉 위브를 자랑하듯이 노래한다. 이 점을 두고 프린세스 노키아는 아리아나가 백인임을 꼬집으며 "Sounds about white"이라 비아냥거린다.

두 번째 아티스트는 트랩 장르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래퍼 투 체인즈(2 Chainz)다. 프린세스 노키아와 마찬가지로 투 체인즈도 "7 rings"의 코러스가 자신의 노래 "Spend It"의 훅과 비슷하지 않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플로우 표절 시비로 화제가 되었던 솔자 보이(Soulja Boy)를 언급하며 "나도 솔자보이처럼 확 해버릴까?"라고 트위터에서 말한 바 있다. 투 체인즈의 팬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7 rings"의 플로우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의 비주얼에도 주목했다. 2017년 발매된 투 체인즈의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 [Pretty Girls Like Trap Music]은 분홍색 저택, 일명 '핑크 트랩 하우스(Pink Trap House)'가 그려진 커버 아트워크로 이슈가 됐다. 당시 그는 마약상들이 약을 제조하고 거래하던 장소인 트랩 하우스를 발랄한 핑크색으로 덮어 색다른 미학을 창출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문제는 "7 rings"의 뮤직비디오에서 아리아나와 친구들이 파티를 벌이는 집이 투 체인즈의 것과 핑크색으로 물들어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핑크 트랩 하우스라는 컨셉, 비주얼을 따라 했다는 의혹이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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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rings"에서 위브에 대한 가사와 뮤직비디오의 핑크색 집에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아리아나가 각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프린세스 노키아가 “Mine”에서 이야기하는 여성들의 머리와 장식은 단순한 치장이 아니다. 유전적으로 다소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가진 유색인종 여성들은 손질하기 편하도록 머리를 땋거나 짧게 유지하면서 부착물을 붙여 자신을 꾸몄다. 이는 그럴 필요가 없는 백인들과 대조되며 그들만의 문화로 정착했다. 다르다는 건 차별로 이어졌다. 특히, 흑인 여성들은 곱슬머리를 펴지 않으면 단정하지 못하다는 차별적 사회 인식에 시달렸다. 특정 헤어 스타일을 하면 취업을 제한받는 등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다. 프린세스 노키아는 이러한 차별의 역사를 끌어안으면서도 자신이 속한 집단인 유색인종 여성들의 정체성과 미를 위해 "Mine"에서 자신들의 머리를 예찬했다. 아웃트로에서는 여성의 헤어 스타일은 각자의 개인적인 선택에 따른 것이며, 이를 존중한다며 곡의 의도를 분명히 하기도 한다.

이어서 투 체인즈로 넘어오면, 트랩 하우스에서 트랩은 힙합에서 말하는 트랩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힙합 음악의 한 갈래로 알려진 트랩이 집을 뜻하는 하우스와 함께 쓰이는 맥락을 이해하려면 이 단어의 유래를 알아야 한다. 트랩 하우스는 1960년대부터 마약을 제조하거나 거래하는 장소를 총칭하는 단어였다. 이를 현대적인 정의에 가깝게 한 건 2000년대 초중반에 새로운 사운드로 인기를 끈 래퍼들이었다. 이들의 특징은 마약 거래나 갱 활동 경험을 가사에 솔직하게 풀어내는 것이었다. 그들은 본디 '함정' 혹은 '갇히다'라는 뜻을 가진 트랩이란 단어로 자신들의 삶과 음악을 묶어냈다. 이를 통해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빈민가의 모두가 마약상의 삶에 갇힐 수밖에 없는 현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이를 기반에 두고 투 체인즈는 핑크 트랩 하우스를 통해 트랩을 긍정적이고 섬세하게 조명했다. 그는 핑크 트랩 하우스를 교회로 바꾸어 힘든 상황에 처한 이웃을 돕고, 공동체의 협력을 촉구하는 목회를 열었다. 주민들이 무료로 에이즈 검사를 받을 수 있는 클리닉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렇듯 핑크 트랩 하우스는 아리아나가 단순히 일시적인 컨셉, 오브제 정도로만 사용하기에는 유구한 문화적 맥락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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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해보면, 프린세스 노키아와 투 체인즈는 머리카락과 트랩 하우스라는 소재 삼아 자신의 정체성을 예술에 절묘하게 녹여냈다. 그들이 각자의 작업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들이 속한 문화에 충분한 이해도를 가졌기 때문이다. 반면, 아리아나가 두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은 비교적 입체적이지 않다. 돈 자랑을 하는 아리아나에게 위브는 그가 걸친 보석의 연장선처럼 보인다. 트랩 사운드가 울리는 음산한 분홍색 집에서 그는 그저 샴페인을 붓고, 천진난만하게 춤추며 파티를 즐길 뿐이다. 같은 요소를 다루지만, 아리아나의 시선은 다소 일차원적이고, 외적인 모습에만 치우쳐져 있다. 이를 본 유색인종 여성들이나 마약과 트랩 하우스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아리아나가 흑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없다고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아리아나가 유색인종을 향한 사회적 차별과 크게 결부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문화를 착취한다고 주장한다.

문화적 전유는 사실 해결되지 않는 해묵은 논쟁이다. 같은 사례를 보더라도 사람마다 서로 다르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리아나에게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만큼이나 그를 옹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리아나는 흑인들의 문화를 좋아하는 것뿐이며, 오히려 불만을 품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견해에 입각해서 보면, 아리아나는 조금 억울할지도 모른다. 논란 이후, 그는 백인 여자가 위브에 대해 자유롭게 노래하는 게 인종 차별을 없애는 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다른 계층의 문화를 차용해서 창작을 하고 싶다면 그에 대한 확실한 존중과 이해를 보여야 하는 것만큼은 확실히 지켜야 할 덕목 아닐까? 이는 결국 아티스트의 몫이며, 아리아나의 본심이 어떻든 간에 "7 rings"는 조금은 단편적이고 어수룩한 탓에 그러지 못했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다음, 투 체인즈가 참여한 "7 rings" 리믹스가 공개된 지금, 앞으로 아리아나의 음악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고, 작품을 만드는 데에 더 신중해진 그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CREDIT

Editor

Tollgat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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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1 3.6 15:13

    Cultural appropriation = 개소리

  • 3.7 02:11

    오 전혀 생각해본적 없었던 부분이네요 ㅋㅋ


    아리피부가 까무잡잡해서 이질감을 못느낀건지도,,,,


    흥미롭네요 !!


     

  • 3.7 10:05

    위브랑 트랩하우스가 그런 배경을 갖고 있었네요. 그나저나 투체인즈 너무 멋지다

  • 3.9 02:24

    양쪽 모두 이해는 되지만 누가 옳다고 이야기 하기에는 많이 어려운 주제인 것 같아요. 문화가 어느 특정한 장소에서 시작됐다고 하여도 그 문화를 소유하는건 다른 개념이니까요. 그리고 모든 인간은 외적으로 또는 비주얼적인 무언가를 통해 자신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비하의 의도가 없다는 전제하에서요. 다만 문화의 시작을 보면 아리아나가 좋지 않게 보이는 것도 이해가 되네요.


     


    어려운 주제이지만 이렇게 풀어서 보니까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네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1 3.9 03:00

    그렇다면 서양의 오리엔탈리즘도, 고흐 그림으로 잘 알려진 19세기 미술계의 일본 화풍 유행도 문화적 전유입니까.


    이러이러한 아이디어는 우리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사용할 권리를 가진 자는 우리가 인정하는 자에 한한다. 굉장히 협소하고 그릇된 생각이라고 느낍니다.


    문화는 상호작용 속에서 계속해서 재창조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양성이 생기고 창작자들이 새로운 영감을 떠올립니다. 이러한 상호작용 양상은 문화산업이 자본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이상 이윤을 목적으로 한 상업적인 활동으로 표출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문화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게 그릇된 행동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아리아나가 백인이기 때문에 흑인 문화에서 온 요소를 써서는 안 된다는 발상이야말로 인종주의적입니다. 해라, 말아라, 권한을 부여해서는 안 됩니다.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여러 참여자가 함께 만들고 향유하게끔 하는 것이 즐기는 사람 입장에서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 3.9 07:43

    한국으로 치면 서울 토박이 가수가 부산 억양 흉내면서 부산 컨셉으로 음악만든 꼴인가?

  • 3.11 14:52

    아직도 힙합은 흑인만의 것이라 생각 하는 걸까요?

  • 3.14 03:56

    둘다 이해되지만 힙합이 흑인의 전유물이다 그런 접근보다는 차용할때 있어서 신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아시아에 대해 모르는 외국셀럽들이 내한할때 합장하고 인사하면 불편한분들도 계시잖아요. 뭐 그럴수도 있다지만 적어도 자기 작품인데 신중하게 했음 괜찮았을텐데..




    과장좀 보태서 흑인문화를 좋아한다면서 N워드 남용하는거랑 비슷한 선상이다 생각되네요.




    정말로 좋아한다면 존중할줄 아는 사람이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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