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다사다난의 해였다. 많은 앨범들의 발표는 물론, 수많은 디스전, 그리고 정치적 해프닝들까지 매 순간 무언가 일어났다. 그러나 필자의 뇌리에 남는 사건은 젊은 아티스트들의 부고 소식이다. 바로 Soundcloud 랩 씬의 대표주자였던 xxxtentacion, 그리고 Alternative Rap의 젊은 베테랑 Mac Miller의 죽음이다. 이 두 아티스트의 공통된 점이라면 언제나 우울증과 약물 중독과의 사투를 녹여낸 음악이다. 그 메시지는 수많은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만큼 상당한 상실감을 일으켰다.
이 모든 정황에서 생각나는 앨범이 있는데, Joy Division의 Unknown Pleasures (1979)다. 상당히 오래된 앨범이지만, 밴드의 우울증을 다룬 음악, 그리고 전설적인 보컬 Ian Curtis의 이른 자살이 이유다.
그러나 전설적이라 하기엔 판매량도 굉장히 저조했으며, Ian Curtis의 죽음 이후 밴드는 오랜 활동을 하지 못하고 해체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nknown Pleasures는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음반이다.
Unknown Pleasures가 발매된 70년대는 일종의 록 음악 르네상스였던 Post-Punk 움직임이 한창이었다. 여기에 가담한 아티스트들은 60년대 Punk의 반항적 코드 역시 상업적 공식이 되었다는 인식 아래 대안을 모색했다. Punk를 단순 반항이 아닌 변화를 수용하는 태도로 바꿔 정의한 그들은 다양한 음악적 실험들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Unknown Pleasures 역시 이 새로운 흐름의 일환이었다.
그 장본인은 프로듀서 Martin Hannett이다. 보수적일 정도로 스튜디오 기법을 기피하던 Punk와 달리 Hannett은 신시사이저, 테이프 에코 (Tape Echo), 그리고 병 깨는 소리 등의 장치를 과감하게 사용했다. 이러한 기법은 Joy Division 특유의 공간감이 두드러지면서도 무거운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이로 인해 당시 분노의 표출에 중점을 둔 Punk 밴드들 사이에서 Joy Division은 고유의 음울한 에너지를 정립시켰다. 이런 사운드는 훗날 Unknown Pleasures를 Gothic Rock, Emo, Alternative Rock의 시초 중 하나로 평가하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 여담이지만, 실제로 Alternative Rock의 거장 Radiohead의 보컬 Thom Yorke는 스스로를 Joy Division의 엄청난 팬이라 한다.
그러나 Unknown Pleasures의 가장 큰 영향력은 보컬 Ian Curtis의 가사들이다. 실제로 간질 환자였던 Ian Curtis는 합병증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그 경험과 사투를 고스란히 Unknown Pleasures에 담아낸다. 댄스 비트 위에 얹힌 “She’s Losing Control”은 실제로 Ian Curtis가 직접 본 다른 사람의 간질 발작을 다루고 “Disorder”는 갈수록 심해지는 자신의 발작 증세를 노래한다. “Shadowplay”의 가사 역시 자신의 무대 위 간질 증세를 그저 유흥거리라 생각한 관객들에게 느끼는 소외감을 그려낸다.
그리고 그 간질이 야기한 우울증이 “Days of the Lords”의 전쟁터에 비유한 가사로 표출된다. “이것이 어디서 마무리 될 것인가”(Where will it end?)라는 절규에 가까운 후렴구로 끝나는 트랙은 지금도 소름 돋는다. 비슷한 맥락의 “Insight”는 지금과 달리 행복하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품는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이 도리어 상실감을 배가시키는 서사는 흥미롭지만 애처롭다.
Ian Curtis는 이러한 우울증이 역으로 현실에 미치는 영향 역시 다룬다. 많은 트러블이 있었던 아내인 Deborah Woodruff와의 부패된 사랑을 그 소재로 이용한 경우가 많다. 의무감이 대체한 사랑을 담은 “Candidate”, 변화하는 상황으로 인해 변질되는 관계를 그린 “New Dawn Fades”등이 그 예이다. 이 모든 서사의 원인을 자신에게로 돌리는 내면화를 서술하는데, 이러한 점이 청자로 하여금 우울증의 자기파괴적 절망을 체험하게 해준다.
마지막 트랙인 “I Remember Nothing”이 앨범의 주제를 종합해 잘 마무리한다. Unknown Pleasures를 통틀어 가장 어두운 곡으로, Ian Curtis는 멜로디보다는 선언에 가까운 방식으로 인간 소외를 노래한다. “우리는 낯선이였지/너무 오랫동안” (We were strangers/For way too long)으로 다른 이들과의 단절, “우리에 갇혔고 너무 일찍 항복했지” (Trapped in a cage and surrendered too soon)등으로 헤어나지 못하는 정신의 감옥을 보여준다. 현실이 불러온 우울증, 그리고 그 우울증이 다시 망치는 현실이 빠져 나오지 못하는 루프라는 것을 깨달은 절망이 와 닿는 순간이다.
60년대의 Hippy와 Punk 움직임, 그리고 70년대와 80년대의 팝은 대중음악사의 가장 찬란한 면을 담은 경우다. 세세한 양상은 다르지만 능동적 저항 혹은 대중적 유행의 표본이었다. Joy Division은 그 모든 걸 뒤로하고 내면의 어둠, 우울증, 가시적이지 않은 소외를 다룬 밴드였다. 오히려 지금 이 시대에 많은 이들이 경쟁 사회에서 느끼는 조용한 투쟁은 한참 전에, 거의 팔리지도 않았던 Unknown Pleasures가 대변한다. 록을 넘어 xxxtentacion과 Mac Miller 같은 아티스트들이 있던 건 내면을 탐구할 용기를 지닌 Joy Division 덕이었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글에서 언급하신 Unknown Pleasures도 좋지만 Closer도 정말 좋아해요. 많은 분들이 들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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