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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to World 2018 콜라보 트랙 5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12.27 12:39추천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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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2월, 지누션(Jinusean)의 세 번째 앨범 [The Reign]이 발표됐을 때였다. 대부분은 “A-Yo”를 기억하는 데서 그쳤지만, 아마 그 당시 힙합 팬들은 다른 부분에서 흥분했을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소위 ‘본토’라 불렸던 미국에서 잘 나갔던 맙 딥(Mobb Deep), 싸이프레스 힐(Cypress Hill)이 앨범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손에 잡히기는커녕, 그들을 TV로 보는 게 전부였던 시절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로부터 15년을 훌쩍 지난 지금, 세상은 PC 통신과 월드와이드웹을 넘어 SNS의 시대로 건너왔다. 문화의 동시성은 커졌고, 사람들은 초국적인 움직임에 전보다 더 익숙해졌다. 그 웨이브 앞에 한국의 대중음악과 아티스트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는 식의 말도 이제 조금은 구태의연하다. 우리가 되새겨야 할 건 오직 멋지게 경계를 무너뜨린 콜라보레이션뿐이다. 2018년, 흑인음악 계열의 한국 아티스트들과 서구권 아티스트들이 꾸려낸 다섯 번의 조우를 모아봤다. 순서는 최신 발매 순이다.




COOL By 페노메코 & Tobi Lou

거리상으로 한참 떨어져 있어도, 비즈니스적인 이슈가 있더라도, 창작자들은 의향과 호감만 있다면 얼마든지 함께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들이 일차적으로 고려하는 건 돈도, 유명세도 아닌 오직 서로가 가진 코드가 일치하는지 뿐이다. 특히, 페노메코(Penomeco)와 토비 루(Tobi Lou)처럼 대단한 조율이 필요 없겠다 싶을 정도로 애초에 각자의 색깔이 원만하게 매칭되는 케이스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두 아티스트가 함께한 페노메코의 새 앨범 [Garden]의 첫 트랙 “COOL”은 이를 확실하게 증명한다. 페노메코는 올해 “L.I.E”, “Good Morning”, “COCO BOTTLE”을 통해 <쇼미더머니 6> 이전의 작업물보다 멜로우한 분위기를 더욱 유연하게 소화해냈다. 고무적이었던 건 그가 자신의 독특한 목소리를 마치 악기처럼 사용하며 세 곡에 서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프레쉬함을 심었다는 것이다. 이는 나이지리아 출신이자 시카고에서 자라 LA에서 음악적 방향을 잡은 토비 루 특유의 미니멀함, 듣기 편안한 싱잉 랩과 잘 어우러진다. 부담스럽지 않은 리듬의 “COOL”이 건조함과 촉촉함을 적당하게 가져가며 유려함을 자아내는 이유다. 여담이지만, 토비 루는 케이팝에 관심이 많다고 하며, “The Blue”라는 곡으로 리코(Rico), 언싱커블(Unsinkable)과 함께 협업한 적도 있다. 심지어 페노메코를 이번 작업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고(링크). 그래서 둘의 팬으로서는 2019년에도 다른 상쾌한 콜라보레이션이 또 있기를 기대하게 될 따름이다. 왜, 페노메코가 스미노(Smino)와 함께하거나 토비 루가 팬시 차일드(Fanxy Child)와 함께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왈 By 사이먼 도미닉 & Pharoahe Monch

10년도 더 전에 홍대 공연장을 싹 쓸고 다녔던 슈프림팀(Supreme Team)을 기억하는 이라면, ‘정해라 일기석’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졌을 때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에게 그 우스갯소리를 마냥 가볍게 던지지 못했을 것이다. 설령 그 말을 따라 했더라도 한국힙합 씬 최고의 테크니션이었던 시절을 반추하며 마음속에 어떤 아련함을 간직했을 것이다. 랩이 주는 청각적 쾌감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그는 당시 가학적이라고 표현해도 문제없을 만큼 과격하고도 현란한 스킬을 불 뿜듯이 뿜어냈다. 이는 힙합엘이와의 <BIG FAN>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 한때 동부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 최고의 라임 기술자였던 패로 먼치(Pharoahe Monch)의 스타일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둘은 단순 스킬보다는 개인의 스타일, 감성이 중요시되는 2018년이 되어서야 “왈”이란 트랙으로 만났다. 슬롬(Slom)의 트랙 자체는 멜로우한 편이었지만, 두 래퍼는 자신들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클래식한 방식으로 랩을 뒤집고 꺾어댄다. 그들의 오래된 팬이라면 이 곡을 듣고 기대치를 완전히 충족하진 못했을지라도 일반적인 라이밍 그 이상으로 음절별로 억양을 능수능란하게 조절하며 운율을 만들어내는 여전함에 준수한 짜릿함을 느꼈을 것이다.






설탕분수 By 수민 & Pomrad

국적, 스타일 모두 나머지 넷보다 압도적으로 이질적인 조합이다. 다이아몬드와 패션 디자인의 도시 안트베르펜 출신의 벨기에 전자음악 뮤지션이라니, 폼라드(Pomrad)의 출신 성분을 고려하면 수민과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생겨 콜라보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힙합엘이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둘은 폼라드가 이태원 소프(SOAP)에 내한했을 때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수민은 그전부터 그의 모든 것을 섭렵했었다고. 그럴 만도 한 게, 폼라드는 한 번만 들어도 잊히지 않을 강렬한 누 재즈, 퓨처 훵크를 말 그대로 귀에 때려 박을 줄 아는 수재이기 때문이다. 2016년 발표한 첫 앨범 [Knights]에서는 아예 80년대 초반의 허비 행콕(Herbie Hancock) 스타일로 음악을 가져갔다고도 한다. 수민은 그런 폼라드의 음악이 폭력적이라고 표현했다. 아마 고막을 빈틈 없이 점령하는 꽉 찬 신스와 베이스 플레이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설탕분수”도 폼라드 특유의 파괴력을 그대로 이어받은 곡이다. 폼라드가 지은 파일명 그대로 지은 제목처럼 수민의 보컬과 신스 베이스가 달콤하게 터지는 게 만듦새가 훌륭했던 [Your Home]을 마무리 짓기에 완벽한 피날레 트랙이었다.






FSU By 박재범 & Rich The Kid

사실 박재범(Jay Park)을 두고서는 리치 더 키드(Rich The Kid)와의 협업 외에도 각각 투 체인즈(2 Chainz), 빅 멘사(Vic Mensa)와 함께했던 “SOJU”, “YACHT” 이야기를 함께 꺼내야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박재범은 지난 2017년 제이지(JAY-Z)가 설립한 락 네이션(Roc Nation)과 계약했고, 올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그 시작이 소주에서 컨셉을 착안한 트랩 넘버 “SOJU”였으며, 락 네이션 계약 이후 발표한 첫 EP [ASK BOUT ME]에는 앞서 언급한 아티스트들과 콜라보한 트랙들이 모두 수록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FSU”는 2018년 상반기에 발표된 트랩 앨범 중 가장 훌륭했던 앨범 [The World Is Yours]를 내놨던 리치 더 키드가 참여해 하이파이함을 더한 트랙이다. 또, 그루비룸(Groovy Room)의 세련되고 깔끔한 프로덕션이 인하우스 프로듀서들과 작업해도 결코 미국 프로덕션에 꿇리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박재범의 의도를 잘 대변하는 곡이기도 하다(링크). 다가오는 2019년에는 박재범이 어떤 미국의 흑인음악 뮤지션과 작업하게 될지 살며시 기대해보자.






Dante’s Creek By 딘 & THEY.

딘(Dean)에게 해외 뮤지션과의 작업은 꽤 빈번한 일이었다. 에릭 벨린저(Eric Bellinger), 앤더슨팩(Anderson .Paak), 시드(Syd)까지, 알앤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들어봤을 법한 아티스트들과 자신의 곡 안에서 함께한 바 있다. 그 결과는 늘 기본 혹은 보통 이상이었다. 올해는 조금은 색다른 방식으로 해외 씬과의 교류를 이어갔다. 파트너는 갈란트(Gallant)로 유명한 레이블 마인드 오브 어 지니어스(Mind of a Genius)의 듀오 데이.(THEY.)이고, 형식은 리믹스였다. 이 곡의 원곡이 수록된 첫 스튜디오 앨범 [Nu Religion: HYENA]는 데이.의 장르 혼합적인 성격을 여실히 보여준 앨범이었다(<쇼미더머니 777>의 그룹 대항전 1라운드의 첫 트랙인 “U-RITE”도 수록되어 있다). 사실 딘 외에도 이 앨범의 트랙을 리믹스한 이들은 많다. 데이.의 사운드클라우드와 국내 음원 사이트를 체크해보면, 주요 트랙별로 에스타(Esta), 루이스 푸톤(Louis Futon), 타로(Tarro) 등 주로 전자음악 프로듀서들이 시도한 다채로운 리믹스 트랙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Dante’s Creek”으로 한정하면 기타리스트 겸 프로듀서 클라우드코드(Cloudchord)의 리믹스도 있으니 원곡, 딘 버전, 클라우드코드 버전을 비교하며 들어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특히, 음색, 리듬을 부각하는 정도, 그리고 그에서 느껴지는 서정성이 어떻게 미묘하게 달라지는지를 주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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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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