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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에서 온 나오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11.12 17:06추천수 2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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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NAO)는 ‘알앤비의 미래’라 불리는 영국의 싱어송라이터다. 그는 2016년 발매한 1집 [For All We Know]를 통해 트렌드와 과거를 훌륭하게 조화시키며, 기성 아티스트들과의 변별력을 확보했다. 2017년에는 브릿 어워드(Brit Awards)에서 올해의 브리티시 여성 솔로 가수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많은 평론가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런 나오가 2년 만에 2집 앨범 [Saturn]을 들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Saturn]은 그가 기존의 음악 세계에서 한 단계 발전해 독보적인 완성형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한 앨범이다. [Saturn]에는 1집과 달리 작품을 관통하는 점성술이라는 메인 컨셉이 존재한다. 점성술은 별의 빛과 위치, 운행을 보고 개인의 길흉을 점치는 점술이다. 과거만 하더라도 많은 이들에게 학문으로 받아들여졌으나, 과학기술이 발전한 지금은 일종의 미신으로 치부된다. 그런데도 나오는 인터뷰를 통해 점성술에서 말하는 운명과 비슷하게 자신의 삶이 흘러감을 느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인간이 태양과 달에 영향을 받듯이 자신은 토성과 같은 행성들에 영향을 받고 있음을 믿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물론, 앨범이 우주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한 것도 아니고, 나오가 공상 과학 앨범을 만들려고 한 것도 아니긴 하다. 다만, 천체 현상과 점성술 풀이를 컨셉으로 삼은 가사와 사운드가 녹아 있을 뿐이다. 점성술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5 행성(토성, 목성, 화성, 금성, 수성)이 지닌 의미에 따라 [Saturn]의 여러 이야기를 함께 파악해보자. 순서는 점성술처럼 칼데안식(행성이 느린 순에서 빠른 순으로 배열)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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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 – 고독, 토성의 귀환

[Saturn]의 타이틀이 토성인 만큼, 앨범의 테마는 토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토성은 점성술에서 고독과 불운을 상징한다. 그런데 나오는 이런 본래 의미보다는 ‘토성의 귀환’을 앨범의 메인 컨셉으로 삼았다. 이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토성의 공전 주기(29.5년)마다 큰일과 변화가 찾아오며, 첫 귀환은 진정한 성인이 됨을 뜻한다. 현재 나오의 나이가 30살(87년 12월생)이라는 점에서 앨범의 제작 시기와 맞물려 첫 귀환이 그에게 찾아왔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도 그는 2년간 많은 변화를 겪었으며,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앨범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 NAO – Another Lifetime

나오가 겪었던 큰일과 변화가 무엇인지는 앨범의 초반부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연인에게 관계의 안녕을 고하고 기존과 다른 삶을 살고자 한다(“Another Lifetime”). 이내 이별의 후폭풍을 겪게 되면서 깊은 상실감과 부정적인 감정에 빠진다(“Make It Out Alive”). 그렇다고 다 큰 어른이 항상 우울해할 수만은 없는 법. 그는 좋지 않은 생각들을 떨쳐내고 긍정적인 마음을 먹는다(“If You Ever”). 뒤이어 인털루드 “When Saturn Returns”를 통해서는 ‘토성의 귀환’을 풀이하며, 청자들을 자신의 거대한 우주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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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 – 풍요, 안락

나오가 [Saturn]에서 전작보다 진보한 점을 꼽아보자면, 우선 ‘풍요’로운 참여진과의 조화를 들 수 있다. 쾁스(Kwabs)와 썰(SiR)은 앨범에, 블랙(6LACK)은 “If You Ever”의 싱글 버전에 목소리를 더했다. 또한, 다니엘 시저(Daniel Caesar)가 “Saturn”의 송라이팅과 기타 연주를 맡았으며, 무라 마사(Mura Masa)와 로드(Lorde)의 앨범을 프로듀싱했던 조엘 리틀(Joel Little)은 공동 프로듀서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인터뷰에서 나오는 협업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며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 NAO (Feat. Kwabs) – Saturn

나오의 장르적 시도 역시 전작에 비해 다채롭다 못해 풍요롭기까지 하다. 이번 앨범에서는 기존에 선보인 일렉트로닉, 훵크는 물론, 네오 소울, 아프로비트의 요소까지 확인할 수 있다. 사운드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그는 앨범에 오케스트라 세션을 도입해 풍부한 사운드를 구축해 놓았다. 대표적으로 “A Life Like This”가 있다. 이로써 [Saturn]은 포인트가 매우 분명해 때때로 날카로웠던 1집에 비해 편안해지고 ‘안락’해졌다. 점성술에서 목성은 토성의 반대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나오는 현재 목성의 기운을 받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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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 투쟁, 갈등

명칭을 전쟁의 신 마르스(Mars)에서 따왔듯이 화성은 전쟁을 상징한다. 반면, 나오는 힙합엘이와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 러블리한 말투와 목소리를 지닌 아티스트다. 때문에 누군가는 나오에게 화성을 갖다 붙이는 건 조금은 억지스럽다고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나오는 앞서 언급했듯 데뷔 초부터 꾸준히 자신의 새로움을 어필해 기성의 아티스트들과 다름을 추구해 왔다. 본인의 음악을 기존에 없던 웡키 훵크(Wonky Funk)라 칭한 것이 단적인 예다. 그가 만든 새로운 장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당장 “Gabriel”을 들어보길 바란다.

♬ NAO - Gabriel

[Saturn]은 자기 복제에 그치지 않고 영역 확장에 성공함은 물론, 한 단계 더 나아가 음악적 대안을 제시한 앨범이다. 이렇듯 나오는 가디언(Guardian) 지가 평한 것처럼 기존 음악에 맞서 대안적인 음악을 메인스트림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아티스트다. 이 밖에도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내적 ‘갈등’이 주로 SNS에서 비롯되는 걸 알고 SNS 사용량을 줄였다고 밝힌 바 있다. “Drive And Disconnect”가 이런 그의 심정이 드러난 트랙이다. 어찌 보면 소셜 미디어의 거대한 힘에 맞서 싸우는 나오만의 ‘투쟁’ 방식이라 나름 칭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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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 – 사랑, 성적 욕망

나오는 [Saturn]에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소재로 삼아 가사에 풀어낸다. 앨범의 주된 내용은 대부분 알앤비, 소울 음악이 그렇듯 ‘사랑’이다. 그는 전반부에서 연인과의 이별을 암시한 뒤, 인털루드를 지나서 새로운 사랑의 아릿한 순간들을 그려낸다. “Orbit”이 그런 편인데, 이 곡에서 나오는 이끌림을 중력에 빗대 자신의 궤도에 상대방을 초대한다. 아릿한 순간들이 있으면, 때로는 격정적인 순간이 찾아오는 법. 그는 서로에 대한 호기심을 “Curiosity”에서 말끔히 해결하고, 이내 찾아온 현자타임을 “Drive and Disconnect”로 풀어내기도 한다.

♬ NAO - Orbit

이처럼 [Saturn]은 타인과의 사랑에 초점을 맞춰 풀이할 수 있는 앨범이지만, 다르게 보면 나오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앨범이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의 마지막 장면에서 모티브를 얻은 “Yellow of the Sun”을 보자. 나오는 곡에서 델마와 루이스가 벼랑에서 뛰어내리듯이 타인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그리고 “A Life Like This”에서는 본 이베어(Bon Iver)와 합동 무대를 떠올리며, 어떤 시련이 오더라도 적응하고 이겨낼 거라 다짐하며 앨범을 마무리한다. 나오가 이번 앨범으로 ‘토성의 귀환’을 잘 견뎌내고, 자기애와 확신을 가졌음을 드러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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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 – 전달, 현명

나오는 과거의 것을 현대에 ‘전달’하는 데에 능하다. 풀이하자면, 그는 작품 전반에 이전 시대의 아티스트에 대한 오마주를 담아내곤 한다. 트랙을 꼽아보면, 일단 “Don’t Change”가 있다. 그는 이 노래에 프린스(Prince)의 대표곡 “Purple Rain”을 가사로 녹여낸다. 마찬가지로 “Orbit”에서는 디 안젤로(D’Angelo)의 2집 타이틀인 ‘Voodoo’와 수록곡 “Untitled (How Does It Feel)”를 언급한다. 이 밖에도 “Love Supreme”은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의 대표작 [A Love Supreme]을 연상케 한다.


♬ NAO – Don’t Change

더불어 [Saturn]은 나오가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전달’해 주체적인 여성상을 드러내는 앨범이다. 최근 들어서 나오 외에도 많은 음악가가 여성의 주체적인 메시지를 담아낸 앨범을 속속 발매하고 있다. 따라서 아티스트가 단순히 솔직하게 풀어낸다고 능사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풀어내는지 봐야 한다. 그 점에서 [Saturn]은 점성술이란 앨범 컨셉에 알맞게 나오가 본인의 이야기를 낭만적으로 풀어가기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앨범이다. 이는 확고한 컨셉이 뒷받침되었던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Blonde]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나오는 [Saturn]으로 또 다른 대안을 ‘현명’하게 제시하는 데 성공해낸 셈이다.


CREDIT

Editor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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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11.12 16:53

    좋은 앨범 bb

  • 11.13 14:37

    bad blood부터 NAO의 음악에 빠졌는데, 한국엔 NAO정보가 부족하여 늘 아쉬웠는데 완전히 제 갈등이 해소되는 글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11.18 21:18

    이름만 들어봤는데 흥무가 생기게 하는글이네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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