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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D, Album of the Year?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08.15 04:27추천수 8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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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콜(J. Cole)이 이 의미심장한 트윗을 날린 지 단 하루, 아무도 예상치 못하게 또 다른 신곡이 나왔다. "Album of the Year", 나스(Nas)의 "Oochie Wally" 비트를 륏튼 프리스타일 형태로 소화한 곡이다. 제이콜은 곡에서 성공한 래퍼로서 과시하고, 어김없이 릴 래퍼(Lil' rapper)들을 놀린다. 이미 듣기 싫은 말을 다 해놓고선 "내 느낌을 망치고 싶진 않아. / 긍정적으로 끝내자. 내 공연 보러 와!(Don't want to fuck up my vibe / Let's end it on a positive note, come see me live)"라며 기승전 콘서트 홍보로 마무리하는 특유의 위트도 빼먹지 않았다. 가사에 따르면, 곡 제목인 'Album of the Year'는 지난 4월 발매된 [KOD]를 칭한다. [KOD]는 북미 기준으로 지난 4월 30일,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했다. 이어 지난 금요일부터는 <KOD Tour>가 마이애미에서부터 시작됐다. 그 와중에도 넘치는 창작욕을 못 참고 신곡을 낼 정도로 허슬하는 그를 보면, [KOD]를 올해의 앨범이라 하는 게 그럴 듯해 보인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에 동의하지 못해 심기가 매우 불편한 상태일 것이다. 알다시피 [KOD]는 모두에게 듣기 좋은 앨범은 아니기 때문이다.





Kids On Drugs


SNS를 뜨겁게 달구었던 만 17세 래퍼 릴 펌(Lil Pump)의 패기 넘치는 "F**k J. Cole!"을 기억하는가? 더 최근에는 식스나인(6ix9ine)이 한 힙합 라디오에서 "제이콜이랑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는 딱~ 이렇게 앉아 갖곤 그러겠지. ‘애다, 애야.'(I know J.cole sits back, Kendrick Lamar sits back and be like, ‘This kid’.)"라며 기성세대에 가까운 래퍼들을 향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이들의 발언은 곧 인터넷 세계에 불을 붙였다. 제이콜을 타겟으로 삼은 포스트 밀레니얼 세대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이를 구세대와 신세대 간의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생겼다. 놀랍다기보다는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이미 정규 앨범을 다섯 장이나 낸 바른 생활(?) 사나이 제이콜은 멈블 랩, 이모 랩 등 근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자유분방한 포스트 밀레니얼 세대 래퍼들과 음악적 스타일, 가치관에서 많은 차이를 보여왔다. 그는 할 말은 꼭 해야 한다는 듯이 이미 전작 [4 Your Eyez Only]에 수록된 "False Prophet"에서 칸예 웨스트(Kanye West)를 저격하면서도 가장 최근의 힙합에 비판적인 뉘앙스를 감추지 않으며 기름을 뿌렸다. [KOD]로는 그 기름을 뿌린 자리에 아래와 같은 잔소리 콤보를 늘어놓으며 본격적으로 점화한 셈이었다.


끝장볼 것도 아니면서 약 좀 그만 빨아라. - KOD

SNS는 인생의 낭비다. - Photograph

내가 돈 좀 많긴 한데 그렇다고 돈이 다는 아니란다. - ATM

나처럼 유명해지기만 하면 될 것 같지? - Motiv8

중요한건 사랑이라니까… 근데 요즘 것들의 자유연애사상이란… 참 - Kevin's Heart

아유 그래쪄용. 형도 다~ 해봐서 알아. - 1985 (Intro to 'The Fall Off')


위 내용은 곡 내용을 요약한 가상의 문장입니다. 자세한 가사는 힙합엘이 가사 해석을 이용해 주세요.


[KOD]의 앨범 커버 아트워크에는 "이 앨범은 (약물 등의) 중독을 미화하려는 목적이 전혀 없습니다(This album is in no way intended to glorify addiction)"라는 공익 광고에나 나올 법한 건전한 문구가 적혀 있다. 지난 7월, 릴 펌이 갱 모두가 약물 중독이라며 신나게 'Drug Addicts'를 외쳐대는 곡을 낸 것과 사뭇 대조된다. SNS를 통해 보이는 약, 술, 돈, 차, 여자 등 각종 자랑이 래퍼들, 특히 젊은 래퍼들에게 생활 그 자체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동시에 [KOD]에 담긴 비판적 시각이 주목받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앨범 발매 후 올라온 제이콜의 트윗에 따르면, [KOD]의 첫 번째 뜻은 실제로 'Kids on drugs(약에 취한 아이들)'라고 한다. 여기서 약은 비단 마약만이 아닌 래퍼들이 커리어를 이어가며 중독될 수 있을 만한 모든 걸 상징한다. 그럼 그 모든 걸 포기하고 산에서 도나 닦으란 말일까? 물질적인 요소들은 많은 힙합 아티스트에게 삶의 일부이자 좋은 음악적 영감을 주는 소재다. 제이콜은 그 소재들을 두고 무조건 비판적인 시선만 고수한 채로 자신보다 어리고 나약한 래퍼들을 타겟으로 디스만 할 생각이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제이콜의 [KOD]는 올해의 앨범이라는 타이틀을 갖기에는 다소 편협한 사고로만 가득한 앨범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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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 OverDose


[KOD]가 올해의 앨범이라 주장하는 제이콜의 뜻을 파악하기 위해선 앨범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가 밝힌 [KOD]의 두 번째 뜻은 'King Overdose(약물에 중독된 왕)'다. 이는 앨범 커버 아트워크 속 왕관을 쓴 제이콜, 본인을 뜻하기도 한다. 'King Overdose'에 걸맞게 뒤집힌 눈에서 약에 보통 취해 있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중독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왜 정작 중독자의 끝판왕을 자처하는 걸까? 어쩌면 제이콜은 앞서 언급한 래퍼들이 여러 요소에 중독된 상태를 남 일처럼 바라보고 있기보다는 자기 자신도 중독자라는 같은 범주에 속해 동질감을 느끼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삶에서 중독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경험한 사람이었다.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의붓아버지는 학대를 일삼았다. 어머니는 그와의 결혼 생활을 정리하면서 약물에 중독되었다. 제이콜이 어른이 되기까지 멀쩡한 보호자가 아무도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그는 누군가를 보호할 만큼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했다. 그 내막을 알고 나면 [KOD] 안에서 제이콜이 비판의 주체이자 곧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아이러니한 관점을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이가 유희를 위해 미화하는 것들이 언젠가는 각자의 인생에서 치명적인 위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알기에 하는 진언이라고 하면 적절할까.


But fuck that now I'm older I love you 'cause you my friend

하지만 집어치우고, 난 나이를 더 먹었어, 널 사랑해, 넌 내 친구니까


Without the drugs I want you be comfortable in your skin

마약 없이 너의 상태 그대로 편안했으면 해


I know you so I know you still keep a lot of shit in

난 널 알아, 그래서 니가 많은 걸 숨기고 있단 걸 알아


by J. Cole (Feat. kiLL edward) - FRIENDS


제이콜은 [KOD]에서 그 메시지를 보다 잘 나타내기 위해 두 가지 목소리를 사용한다. 4번 트랙 "The Cut Off"와 10번 트랙 "FRIENDS"를 보면, 킬 에드워드(kiLL edward)라는 피처링 게스트가 등장한다. 피처링없기로 유명한 제이콜의 앨범에 유일한 피처링이라니, 아니나 다를까 음울한 목소리의 킬 에드워드는 사실 제이콜의 얼터 이고(Alter Ego), 또 다른 자아다. 제이콜이 일반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바르고 모범적인 자아로서 랩을 한다면, 킬 에드워드는 반대로 나약하고 의존적인 중독자로서 노래한다. "The Cut Off"에서는 킬 에드워드를 통해 술을 마시고 마리화나를 피우며 '뿅' 간 상태인 의존적 자아를 표출한다. 그로 인해 이용당하고 고통받았던 제이콜은 그와의 연을 끊으며 술과 마약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어 하는 갈등상태에 놓인다. "FRIENDS"에서는 태세가 조금 다르다. "The Cut Off"와는 다르게 그는 색안경을 끼고 부정적인 스탠스로 판단하기보다, 중독자라 할지라도 자신이 아끼는 사람이기에 그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려 노력하고 걱정한다. 그러니까, 제이콜이 마냥 의자에 기대앉아 남의 인생에 손가락질하며 꼰꼰댄다고만 하기에는 조금 어려워 보인다.







Kill Our Demons


그래서인지 [KOD]의 마지막 뜻은 이번 투어 타이틀인 '우리 내면의 악마를 죽이기(Kill Our Demons)'다. 특정 대상을 두고 일방적으로 비난을 가하는 의미가 아니기에 'your demons(너의 악마)'가 아니다. 대상에 제이콜 자신도 포함되기에 'our demons(우리의 악마)'다. 이제는 악마가 우리를 중독으로 이끌고 나약하게 하는 위험한 쾌락을 은유한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표어에는 잠시 이야기했던 유년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된 보호 본능과 비슷한 어떤 감정 기제가 깔린 듯하다. 제대로 된 보호자도 없던 어린 날의 제이콜 자신에게 건네는 듯한 그 목소리는 어쩌면 어디선가 그의 음악을 듣고 있을 누군가에겐 안전한 보호자처럼 다가올 것이다. 앨범 곳곳에서 들려오는 'Choose wisely(현명하게 선택해라)'라는 말을 괜한 말로 여길 수 없는 이유다. 이윽고, 그는 무책임하게 하지 말라고만 말하지 않고 악마를 이겨낼 수 있는 대안도 함께 제시한다. 그 대안은 바로 사랑이다.


Power, greed, money, Molly, weed


권력, 탐욕, 재물, 몰리, 대마


Percs, Xannys, lean, fame

퍼코쳇, 재넥스, 린, 명성


And the strongest drug of them all

이 약들을 다 가져놔도 가장 강한 약은


Love

사랑


by J. Cole - KOD


사랑을 말하는이답게 제이콜은 지난 5월, 릴 펌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를 디스하던 지난날을 정리하고 화해도 했다. 이날 제이콜은 자신이 듣고 자란 음악과는 다른 어린 세대에 속하는 래퍼들의 음악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자신이 잘못되었다고 쿨하게 인정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새로운 음악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각자의 캐릭터와 자기 본연의 모습까지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됐다고도 말했다. 여기에 자신을 욕한 릴 펌을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이해하는 대인배 같은 모습까지, 제이콜이 진정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 감격스러운 만남이 무색하게 릴 펌은 이후 "Drug Addicts"를 내며 [KOD]에 담긴 깊은 뜻 같은 건 깔끔하게 넣어두고 자신의 캐릭터로 돌아갔다. 마찬가지로 제이콜도 "Album of the Year"에서 릴 래퍼들에게 책 좀 읽고 어휘력을 늘리라며 본래 유지하던 인생 선배 캐릭터로 돌아갔다. 똑같은 양상이지만, 마음은 달라졌을 것이다. 이제 그들의 마음속에는 서로를 향한 미움과 증오가 아닌 사랑과 존중이 조금씩은 피어났을 것이다. 혹여나 여전히 오글거려서 싫다 해도 한 번쯤은 "Lil' rappers, I love you, but…(릴래퍼들아, 난 너희를 사랑하지만…)"이라며 운을 떼는 "Album of the Year"를 들어보자. 한국어도, 영어도, 그리고 사랑이 넘치는 제이콜의 위트도 끝까지 들어봐야 알 수 있기 마련이니. 곱씹어서 듣다 보면 제이콜이 [KOD]을 'Album of the Year'라 하는 걸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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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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