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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Ul's Style Doctrine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05.03 00:25추천수 5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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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요계에는 오랫동안 구전으로 내려왔던 ‘김나박이’라는 말이 있다. 모두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지만, 굳이 설명을 덧붙이자면 가창력이 출중한 보컬리스트 네 명을 일컫는 별명이다. 그중 '나'는 나얼을 가리킨다. 나얼은 2000년대 초반, 브라운 아이즈(Brown Eyes) 활동을 통해 한국 가요계의 한 시대를 장식했던 미디엄 템포 알앤비 열풍을 불러일으킨 보컬리스트다. 하지만 모두가 그의 음악과 보컬을 따라잡으려 할 때 정작 나얼은 미디엄 템포 알앤비에 벗어나 장르 음악에 대한 탐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는 브라운 아이드 소울(Brown Eyed Soul)이라는 팀과 솔로 활동을 통해 두왑, 그룹 하모니, 필리 소울 등 알앤비/소울의 다양한 하위 장르들을 선보였다. 단순히 장르를 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릴테이프 녹음 방식과 세션, 믹싱 등 세세한 디테일들을 놓치지 않으며 해당 음악의 사운드를 충실히 구현하는 데 많은 공을 기울였다. 그런 나얼이 지난 3월 말, 솔로 2집 [Sound Doctrine]을 들고 우리 곁을 다시 찾아왔다. 그는 앨범에 그 어떤 앨범보다도 다양한 장르들을 담아냈다. 여기에 시카고(Chicago), 타워 오브 파워(Tower Of Power)의 멤버가 세션으로 참여해 각 장르의 맛을 고스란히 담은 탄탄한 사운드를 구현하기까지 한다. 덕분에 흑인음악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앨범을 한국 알앤비/소울의 걸작으로 손꼽으며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이를 주목해 본 기사에서는 [Sound Doctrine] 속 네 개의 수록곡을 중심으로 고전 알앤비/소울 음악에 대한 스타일별로 간략히 소개하고, 같이 들으면 좋을 앨범들을 추천하고자 한다. 순서는 해당 스타일이 풍미한 시대순이다.

 

 

 

 

Soul Walk

 

스타일: Blaxploitation OST

추천 앨범: Isaac Hayes - Shaft OSTRaphael Saadiq - Ray Ray

 

나얼의 의도는 인트로인 “Soul Walk”에서부터 일찌감치 드러난다. “Soul Walk”는 70년대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 OST의 향취를 담고 있으며, 시종일관 텐션을 잃지 않는 곡 진행이 돋보이는 트랙이다. 이런 긴장감은 곡에 도입된 다양한 악기들에서 기인한다. 도입부부터 와와(Wah Wah) 페달을 사용한 기타와 함께 퍼커션 소리가 흘러나오며, 진행될수록 하몬드 오르간을 비롯한 관악기와 현악기 등이 등장해 함께 어우러진다. 이 악기들은 실제로 70년대 블랙스플로이테이션 OST에서 주요한 역할을 차지했다. 잠시 용어 설명을 설명하자면,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은 흑인을 상징하는 'Black'과 착취라는 뜻의 'Exploitation'의 합성어로 ‘흑인 관객의 취향에 부합하는 주제와 소재를 다루는 상업영화'를 뜻하는 용어다. 영화 제작사들은 관객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당시 인기를 누리던 흑인 음악가들을 영화에 참여시켜 소울/훵크 곡들을 OST에 수록했다. 이중에는 스택스(Stax)의 핵심 음악가 중 한 명인 아이삭 헤이즈(Isaac Hayes)가 있었다. 그는 영화 <샤프트(Shaft)>의 OST를 담당하게 되면서, 찰스 피츠(Charles Pitts)라는 기타리스트에게 세션을 맡기게 된다. 찰스 피츠는 기타 조율을 위해 당시로서는 알앤비/소울 음악에 생소했던 와와 페달을 사용해 즉흥적인 기타 연주를 선보였다. 이 사운드가 마음에 무척 든 나머지, 아이삭 헤이즈는 찰스 피츠의 연주를 그대로 OST에 싣는다. OST는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고, 사운드의 핵심을 이루었던 와와 페달 역시 많은 음악가가 즐겨 쓰기 시작하게 된다. 그 결과, 훵크라는 새로운 음악 사조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이에 착안해 나얼은 자신의 곡에 와와 페달을 도입해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스타일의 핵심을 놓치지 않음은 물론, 장르에 대한 이해도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미국의 몇몇 아티스트들도 나얼처럼 블랙스플로이테이션 OST의 향취를 자신의 작품에 담아내고 있는데, 대표작으로는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의 [Ray Ray]가 있다.

 

 

 

 

 

 

Spring Song

 

스타일: Philly Soul, Doo-wop

추천 앨범: Eddie Holman - l Love YouMFSB - Love Is The Message

 

나얼은 사실 오래전부터 자신의 작품을 통해 필리 소울(Philly Soul)이라는 장르에 대한 애착을 보여준 바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브라운 아이드 소울로 선보였던 “밤의 멜로디”가 있으며, 솔로 앨범에 수록되었던 “You & Me” 역시 필리 소울의 향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곡이다. 나얼은 이번 앨범에서도 “Spring Song”을 통해 해당 장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곡은 시타르는 물론, 오케스트라 세션과 관악기가 어우러져 필리 소울 특유의 풍부하고도 따뜻한 느낌의 사운드를 구현한다. 특히, 필리 소울에서 주로 쓰이는 악기 중 하나인 비브라폰의 사용이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리듬 파트와 팔세토 창법 등 세세한 디테일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있음을 주목할 만하다. 이 같은 특징의 필리 소울은 6, 70년대 미국 필라델피아 지역을 기반으로 널리 퍼진 소울 음악의 하위 장르다. 필라델피아는 60년대 이전부터 로큰롤 음악이 인기를 끌었고, 이에 따라 음악 씬이 지역에 건실히 자리잡고 있었다. 소울 음악의 유행에 따라 소울 음악가들 역시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으로는 톰 벨(Tom Bell)을 포함해 갬블 앤 허프(Gamble And Huff), 베이커-해리스-영(Baker-Harris-Young)과 같은 작곡가들이 있다. 이들은 뉴욕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음악가들과의 협업은 물론, PIR(Philadelphia International Records)을 설립해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을 영입한다. PIR의 음악가들은 필라델피아에 자리해 있던 시그마 스튜디오(Sigma Studio)에서 녹음했다. 이 스튜디오는 당시 최첨단 녹음 장비를 갖추고 있었던 터라 그들이 오케스트라 세션 등 다양한 악기들을 동시에 도입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그 결과, 필라델피아의 소울 음악은 다른 지역과 확연히 구분되는 사운드적 특징을 지니게 된다. 필리 소울이라는 하나의 사조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현재도 브루노 마스(Bruno Mars)와 같은 팝스타들이 필리 소울 풍의 음악을 재현한 트랙들을 선보이기도 하니 필리 소울을 처음 알았다면 친숙한 아티스트를 통해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다시 나얼의 노래로 돌아오면, 나얼과 영준의 코러스는 '두비두왑' 같이 의미 없는 어구들을 반복한다. 이는 필리 소울과 별개로 두왑(Doo-wop)의 요소를 끌어온 것으로 보인다.

 

 

 

 

 

 

Gloria

 

스타일: Quiet Storm

추천 앨범: Enchantment - EnchantmentEnchantment - Utopia

 

나얼이 앨범 발매 전 두 번째로 발표했던 싱글이기도 한 "Gloria"는 1976년 발표된 인챈트먼트(Enchantment)의 곡을 리메이크한 버전이다. 앨범 소개에도 적혀있듯이, 나얼은 원곡의 맛을 살리기 위해 연주는 물론, 보컬 멜로디도 악보 그대로 충실히 따른다. 리드 싱어인 엠마누엘 존슨(Emanuel Johnson)을 주축으로 나머지 멤버가 코러스로 참여해 화음을 쌓았듯이, 리메이크곡도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멤버가 코러스로 모두 참여해 풍부한 화음을 잘 담아내고 있다. 때문에 본 곡은 앞서 말했던 ‘김나박이’로 일컬어지는 나얼의 폭발적인 가창력을 기대하는 이부터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팬까지, 다양한 이들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는 트랙이다. 원곡은 당대의 소울/훵크 밴드들이 앨범에 한두 곡씩 꼭 실어내는 발라드 넘버에 가깝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콰이엇 스톰(Quiet Storm)으로 볼 수 있다. 콰이엇 스톰은 장르라고 지칭하기보다는 좀 더 큰 틀에서 묶을 수 있는 음악 스타일을 나타내는 용어다. 알앤비 발라드를 비롯해 팝, 퓨전 재즈의 영역에 걸쳐 있는 부드러운 사운드를 특징으로 하며, 로맨틱한 가사가 담겨 있는 음악들이 대부분이다. 용어의 유래는 “Gloria”가 나온 시기와 비슷한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라디오 DJ였던 멜빈 린지(Melvin Lindsey)는 모타운(Motown)의 핵심 음악가인 스모키 로빈슨(Smokey Robinson)의 “A Quiet Storm”에 힌트를 얻어 자신의 음악 프로그램 제목을 <The Quiet Storm>이라고 지었다. 이 프로그램은 밤늦은 시각에 들을 만한 부드럽고 로맨틱한 음악을 틀어주었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라디오에서 틀어주었던 음악들 역시 콰이엇 스톰이라는 용어로 묶이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스타일은 80년대를 거치면서 슬로우 잼(Slow Jam)이라는 또 다른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다시 돌아가 보면, 원곡의 주인공인 인챈트먼트는 음악적 행보를 보았을 때, 그때그때마다 유행을 충실히 반영하려고 노력했던 밴드다. 이들의 초기작은 70년대 말, 디스코 부흥기의 특징에 따라 다채로운 악기들을 도입한 디스코/소울 음악을 담고 있다. 반면, 80년대에 냈던 후기작들은 포스트 디스코 시대의 유행에 따라 신시사이저와 같은 악기를 사용해 부기(Boogie)/일렉트로 훵크(Electro Funk) 사운드를 담아내는 편이다. 이 때문에 인챈트먼트의 커리어에 따라 앨범을 차근차근 감상해 보면 당대 알앤비 음악의 흐름까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Baby Funk

 

스타일: Modern Soul

추천 앨범: Major Harris - How Do You Take Your LoveLeon Ware - Rockin’ Your Eternally

 

이번 앨범의 세 번째 싱글로 공개되었던 “Baby Funk”는 디스코/훵크 음악의 향취를 풍기는 곡이다. 프로덕션적으로 보자면, 무그(Moog) 베이스를 중심으로 넘실거리는 듯한 인상의 신시사이저가 흥겨움을 자아낸다. 나얼은 보컬의 완급조절을 통해 단순한 흥 이상을 넘어서 아련한 사랑의 떨리는 순간까지 담아낸다. 이처럼 “Baby Funk”는 사운드적인 결을 넘어 지르지 않더라도 그 감정을 온전히 전할 수 있는 알앤비/소울의 보컬적인 멋이 잘 드러나는 트랙이다. 악기 사용과 같은 디테일적인 측면을 좀 더 보면, 드럼 머신의 사용이 확연히 드러난다. 때문에 스타일적으로 보았을 때 모던 소울(Modern Soul)에 가깝다. 모던 소울은 80년대 포스트 디스코 시대 때부터 출발하는데, 당시 기준으로 최첨단 악기였던 신시사이저와 드럼 머신의 사용으로 도회적인 무드를 풍기는 소울 음악을 의미한다. 이름 앞에 붙은 '모던'이란 단어 때문에 종종 고전 소울 음악과 시기적으로 구분되는 현대의 소울 음악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 말도 틀린 건 아니다. 다만, 70년대에 나온 음악에도 모던 소울이라는 용어를 붙이는 것으로 미뤄 보았을 때, 단순히 시대적 기준으로 구분하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용어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는데, 가장 유력한 설은 70년대 영국의 맨체스터 지방에서 유래됐다고 보는 것이다. 그 시기에 영국에서는 기존 소울 음악에서 좀 더 템포가 빠르고 리듬감이 강조된 노던 소울(Northern Soul) 음악이 유행하고 있었다. 60년대 모타운과 스택스 같은 레이블 소속의 미국 아티스트들이 만들었던 음악들이 노던 소울에서 주를 이뤘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미국 아티스트들은 오케스트라 세션 등으로 풍부한 사운드를 담아내기 시작했고, 기존의 노던 소울로 묶을 수 없는 음악들을 구현하게 된다. 영국의 레코드 샵 직원은 이를 구분하고자 레코드에 모던 소울이라는 용어를 붙여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당시 모던 소울로 분류되었던 음악들은 필리 소울을 비롯해 필리 소울에서 파생된 디스코의 영역까지 끌어안는 편이다.

 

 

글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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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5.3 17:15
    좋은글 감사합니다!!
  • 5.4 17:29
    내일 콘서트 가는데 넘무넘무 설레네엿... 갓나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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