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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힙합엘이가 선정한 1990년대 해외 힙합 앨범 100선 Part Ⅱ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7.12.14 04:01추천수 5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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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스(Bugs)와 힙합엘이(HiphopLE)가 선정하는 해외 앨범 시리즈. 올해는 350장의 앨범을 통해 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해외 알앤비를 다루었다. 이번 편에서는 그에 이어 1990년대의 해외 힙합 앨범 100장을 꼽아봤다. 힙합 음악은 90년대를 기점으로 미국 대중음악의 중심에 서 있게 된다. 이 시기에는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추앙을 받는 랩스타들이 등장해 걸작들을 발표했었다. 또한, 지역에 따라 독특한 음악색을 자랑하는 뮤지션들이 등장해 서로 대립 구도를 세우면서 많은 대중의 관심과 주목을 이끌었었다. 그중에는 고착화되던 힙합 음악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각광받은 이들 또한 있었다. 골든 에라(Golden Era)라 부르며, 90년대를 힙합의 황금기라고 표현하는 건 그 때문이다. 이번 리스트를 통해 골든 에라를 추억하는 이들이라면 다시 한번 그 시절의 감흥을 느끼길 바라고, 이 시대의 음악이 생소한 이들이라면 당시 얼마나 다양한 음악들과 아티스트들이 공존했는지를 알 수 있기를 바란다.

* 본 글은 벅스 뮤직 포커스 란에 <힙합엘이 선정, 1990년대 해외 힙합 명반 100선 #2>(링크)라는 제목의 글로 게재되었습니다. 벅스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앨범은 부득이하게 선정하지 못하였으며, 순서는 발매 연월일 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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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b Deep – The Infamous… (1995.04.25)

90년대 이스트 코스트 힙합은 곧 소위 ‘붐뱁’이라 불리는, 어둡고 둔탁한 사운드였다. 맙 딥(Mobb Deep)은 나스(Nas), 우탱 클랜(Wu-Tang Clan)과 함께 늘 동부 스타일의 대표주자로 거론됐다. 이 듀오 팀은 그중에서도 개인의 서사나 흥미로운 컨셉 등의 특별한 요소를 첨가하지 않고 오로지 랩과 비트 그 자체만으로 많은 이를 끌어당겼다. 처음으로 그들에게 대중적인 성공을 안겨다 준 소포모어 앨범 [The Infamous…]는 처음부터 끝까지 건조함과 음울함으로 일관한다. 앱스트랙트(The Abstract)라는 이름으로 프로덕션에 도움을 준 큐팁이 참여한 “Temperature’s Rising”, “Drink Away the Pain (Situations)”와 같은 트랙은 결이 조금 다를 수 있으나, 시종일관 둔중한 베이스 라인과 퍼지는 스네어를 내세우며 생기 0%의 하드코어 힙합을 완성해낸다. 6, 70년대의 소울/재즈 샘플을 썼지만, 맙 딥은 그 선율들의 아름다움을 거세한 채로 제멋대로(?) 활용해 텁텁한 무드를 기막히게 연출해낸다. 여기에 해복(Havoc)과 프로디지(Prodigy)가 절제된 채로 툭툭 주고받는 랩과 빈민가의 거친 삶 속 생활이 아닌 생존을 말하는 마초적인 가사까지, 좋은 의미에서 이보다 더 ‘악명 높은’ 완벽한 힙합 클래식이 또 있을까.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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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iz - Operation Stackola (1995.07.04)

오클랜드의 힙합은 특성상 주로 서부 힙합으로 분류된다. 루니즈(Luniz)의 음악도 마찬가지였다. 드루 다운(Dru Down)의 [Explicit Game]에 참여하며 유명해진 루니즈는 1995년, 데뷔 음반 [Operation Stackola]를 발매했다. 이 음반의 수록곡 “I Got 5 on It”은 마리화나를 구매하기 위한 대화를 재구성하는 독특한 형태로, 당시 많은 인기를 누렸다. [Operation Stackola]도 비슷한 방식의 곡으로 채워져 있다. 웨스트 코스트 힙합의 사운드와 비슷한 사운드 위에서 루니즈의 두 래퍼는 거리의 삶에서 필요한 지식, 주로 마리화나 판매에 관한 내용을 녹여낸다. 그러면서 섹스나 일상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곁들이는데, 이러한 모습은 루니즈에게 갱스터는 아니지만, 플레이어로서의 기믹을 만들어주었다. “I Got 5 on It”으로 루니즈의 1집은 플래티넘을 기록했지만, 이후로 루니즈는 상업성으로나 음악으로나 변변치 못한 기록을 남겼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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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e Thugs-N-Harmony - E.1999 Eternal (1995.07.25)

본 떡스 앤 하모니(Bone Thugs-N-Harmony)는 싱잉 랩의 원조 격인 힙합 그룹이다. 이들은 모두 클리블랜드 출신으로 리더 크레이지 본(Krayzie Bone)을 포함해 총 다섯 명으로 구성된다. 데뷔는 이지-이(Eazy-E)의 루스리스 레코드(Ruthless Records)에서 발표한 EP를 통해서 하고, 스타카토로 내뱉는 멜로디컬한 랩을 통해 많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다. 이후, 정규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었으나, 이지-이가 에이즈로 세상을 떠나는 사건이 발생한다. 정규 1집 [E. 1999 Eternal]는 이런 일련의 사건들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이다. 우선, DJ 유니크(DJ Uneek)가 대부분 프로덕션에 대부분 참여해 아비규환과도 같은 클리블랜드의 삶을 사운드적으로 구현한다(“East 1999”, “Land Of Tha Hearless”). 그 위에서 멤버들은 멜로디컬한 랩으로 거리의 삶과 죽음에 대한 공포 등을 그대로 묘사한다(“Down ‘71(The Getaway)”, “1st of tha Month”, “Die Die Die”, “Mo’ Murda”). 그러면서도 이지-이를 추모하는 시간을 따로 마련하기도 한다(“Crossroads”). 본 떡스 앤 하모니만이 선보일 수 있었던 스타일리쉬한 음악들이 세기말적 세계관에 탄탄하게 담겨 있는 90년대 힙합의 명작이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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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ekwon - Only Built 4 Cuban Linx... (1995.08.01)

우탱 클랜의 래퀀(Raekwon)은 멤버 중에서도 특출난 재능을 가졌다. 그는 앨범 전반에 자신의 세계관을 투영하여 듣는 이를 매료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 재능은 데뷔 솔로 앨범 [Only Built 4 Cuban Linx…]로 온전히 드러난다. 앨범은 가상의 마피아 조직을 배경으로 하며, 래퀀은 그 마피아 집단의 일원이다. 프로듀서 르자(RZA)와 래퀀의 단짝인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를 비롯한 많은 참여진은 래퀀의 가상 세계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는다. 앨범 안에서 그는 약을 팔아 큰돈을 얻고(“Striving For Perfection”), 강도질을 저지른다(“Spot Rusherz”) 세력이 커지면서 다른 갱단의 멤버들과 영역 다툼을 벌이다가(“Can It Be So Simple (Remix)”), 끝내 몰락해 지난날을 참회한다(“North Star (Jewels)”). 래퀀은 이 허구적인 이야기를 탄탄한 랩으로 풀어내 청자가 몰입하게끔 한다. 본 작처럼 가상의 마피아 집단에서 벌어지는 서사를 담아낸 작품을 두고 마피오소 랩이란 장르로 부르기도 한다. 이후, 나스나 제이지(JAY-Z)와 같은 래퍼도 자신이 갱단의 멤버가 된 것처럼 스토리텔링을 사용한 작품들이 속속 등장했다는 점에서 마피오스 랩의 기틀이 되는 앨범이라 볼 수 있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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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harcyde - Labcabincalifornia (1995.09.14)

파사이드(The Pharcyde)의 앨범 [Bizarre Ride II The Pharcyde]는 90년대 초 힙합계에서 눈에 띄게 성공적인 데뷔 앨범이었다. 그러나 앨범의 프로듀서 제이스위프트(J-Swift)는 약물중독으로 파사이드 멤버들과 마찰을 일으켰다. 결국, 합작은 이어지지 않았다. 이는 결속에 균열을 일으켰고, 멤버 팻립(Fatlip)도 탈퇴했다. 파사이드가 데뷔 앨범으로부터 3년 만에 발표한 2집 앨범은 예전과 같을 수 없었다. 흥을 주체하지 못했던 데뷔 앨범과는 달리 [Labcabincalifornia]는 어두웠고, 랩도 들떠 있지 않았다. 3년이란 시간, 그리고 이들의 경험이 축적되며 만든 변화였다. 앨범의 프로덕션을 책임진 이는 당시 대세로 떠오르던 제이 딜라(J Dilla)였다. 그도 재즈를 샘플로 대량 사용했지만, 이전과는 달랐다. 이전 작품에선 샘플의 소리를 가져와 효과를 끌어냈다면 본 작에선 샘플이 가진 느낌을 더 넓게 확장했다. 샘플을 왜곡하지 않은 덕분에, [Labcabincalifornia]는 통상적으로 말하는 재즈 랩에 근접한 사운드를 담고 있다. 서부 얼터너티브 힙합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앨범이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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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io - Gangsta’s Paradise (1995.09.21)

서부의 래퍼 쿨리오(Coolio)는 지역색에 충실한 래퍼였다. 갱스터 랩과 지훵크의 유행을 잘 수용했으며, 팝적인 방향으로 해석해 대중적인 인기도 누릴 줄 알았다. 그 대표작이 그의 2집 앨범 [Gangsta’s Paradise]다. 그는 랩 실력이 뛰어난 래퍼는 아니다. 박자를 타는 방식도 어설프고 종종 투팍(2Pac)을 비롯한 인기 래퍼들의 플로우를 흉내 내는 지점도 발견된다. 그런데도 그가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팝적인 해석 덕분이다. 스모키 로빈슨 앤 더 미러클스(Smokey Robinson & the Miracles)의 “Crusin’“,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의 “Too Hot”을 자기 방식의 랩송으로 재해석해낸다. 재즈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의 명곡 “Chameleon”의 메인 테마를 샘플링해 완성한 “Get Up, Get Down”까지, 쿨리오는 익숙한 곡을 제시하며 재해석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한다. 역시 가장 주요한 것은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Pastime Paradise”를 가져다 쓴 “Gangsta’s Paradise”일 것이다. 이렇듯 그는 익숙한 소리를 낯설게 재해석하여 감상자에게 새로운 감상 지점을 선사할 줄 아는 래퍼였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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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ie Mob - Soul Food (1995.11.07)

남부 힙합이 주류로 떠오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힙합의 태동기부터 90년대 초까지 남부 힙합은 완벽히 변두리에 있었다. 90년대 초에 아웃캐스트(Outkast)라든지, 크리스 크로스(Kris Kross) 같은 팀들이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지만, 남부 힙합 씬의 상승세에 힘을 더한 건 아니었다. 9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남부란 지역성을 띤 힙합 음악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구디 맙(Goodie Mob)이었다. 아웃캐스트의 앨범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던 이들은 1995년에서야 데뷔 앨범 [Soul Food]를 발표했다. 지저분하고 개발이 덜 된 남부의 주들을 경멸적으로 통칭하는 단어인 더티 사우스(Dirty South)를 곡 제목으로 삼으며 남부 힙합의 정체성을 강조했고, 지금은 남부 힙합을 지칭하는 단어로도 쓰인다. 앨범에는 전반적으로 미니멀하고 둔탁하고 어두운 사운드를 담아냈다. 이들의 대표곡인 “Cell Therapy”가 대표적이다. 구디 맙의 음악적 성과는 미비하게 존재했던 남부 힙합에 대한 인식을 크게 격상시켰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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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 Cool J - Mr. Smith (1995.11.21)

엘엘 쿨 제이(LL Cool J)가 사랑을 받았던 두 가지 이유 중 하나가 하드코어한 비트와 그에 어울리는 랩이었다면, 다른 하나는 이른바 발라드 넘버에 해당하는 사랑 이야기다. 엘엘 쿨 제이의 이름도 그렇지만, 그는 발라드 넘버에 특화된 목소리와 분위기를 만드는 능력, 섹시한 면모까지 지니고 있었다. 특히 90년대 알앤비의 흐름과 궁합이 잘 맞았고, 미국의 한 평론가는 엘엘 쿨 제이가 이러한 면모 덕분에 긴 시간 슈퍼스타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도 말한다. [Mr. Smith]는 그러한 면모를 잘 담은 작품이다. 싱글 컷으로 성공을 거둔 “Hey Lover”, “Doin’ It”, “Loungin’“ 모두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끈적한 느낌의 트랙부터 뉴 잭 스윙 스타일까지 엘엘 쿨 제이는 자신의 섹시함을 아낌없이 펼쳐놓는다. 이토록 상업적인 작품임에도 앨범은 좋은 평가를 얻기도 한다. 80년대에 발표한 [Bigger and Deffer]를 제외하면 그의 커리어 중 가장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 [Mama Said Knock You Out]과 [Mr. Smith]인데, 공교롭게도 두 작품은 서로 다른 스타일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두 장의 작품 사이에는 [14 Shots to the Dome]이라는, 비교적 흥행에 실패한 작품이 존재하기도 한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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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gees – The Score (1996.02.13)

데뷔 앨범이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자 힙합 3인조 그룹 푸지스(Fugees)는 불안해하며 이런저런 음악을 시도했다. 90년대의 대표적인 스타일인 갱스터 랩까지 시도했다. 결국 그들이 선택한 것은 자신들의 음악이었다. 퓨전 레게, 힙합, 알앤비/소울을 결합한 음악을 택했다. 레게톤을 끌어온 이국적인 사운드는 아이티 출신 멤버 와이클레프 장(Wyclef Jean)의 영향, 알앤비/소울은 보컬리스트로 탁월한 재능을 지닌 멤버 로린 힐(Lauryn Hill)의 영향이었다. 특히, 커버곡 “Killing Me Softly”은 팝 차트 2위에 오르며 그룹의 역전에 이바지했다. 리메이크하려고 했던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커버만을 허락한 원작자에게 감사할 일이었다. 미국의 아이티 난민 캠프(Refugee)에서 팀명을 따온 만큼, 푸지스는 사회, 정치적 문제점을 꼬집는 랩을 선보였다. 둔탁한 붐뱁 힙합과 레게톤을 결합한 “Fu-Gee-La”, 엔야(Enya)의 곡 “Boadicea”에서 상징적인 허밍을 샘플링한 “Ready Or Not”이 연달아 히트를 기록하며 푸지스를 스타덤에 올려놨다. 이런 히트곡들이 수록된 [The Score]는 팝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했으며, 현재까지 미국에서만 600만 장이 넘게 팔렸다. 90년대의 대표적인 얼터너티브 명반이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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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Shadow - Endtroducing… (1996.09.16)

DJ 섀도우(DJ Shadow)의 [Endtroducing…]은 시간이 지나도 많은 사람이 클래식으로 여기는 작품이다. 인스트루멘탈 힙합에도 많은 영향을 줬고, 모 왁스(Mo’ Wax)라는 뚜렷한 색채의 레이블을 알리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당시 모 왁스는 트립합, 턴테이블리즘, 얼터너티브 힙합을 취급하며 DJ 크러쉬(DJ Krush)의 앨범을 비롯해 수준급의 작품만을 발매했다. 무엇보다 이 앨범은 샘플링이라는 작법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 점에서 턴테이블리즘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앨범이기도 하다. 앨범이 남긴 영향력만 이야기했지만, 음반은 재즈부터 트립합, 정글 등 다양한 문법을 엮어내며 작품 전체에 있어서도 긴장을 유지하는 좋은 장치들을 잘 마련해놓았다. 2016년에는 20주년을 기념하여 각종 리믹스를 수록한 리이슈 앨범이 발매됐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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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s Kass - Soul On Ice (1996.10.01)

라스 카스(Ras Kass)는 언더그라운드 시절부터 타이트한 랩과 함께 지적인 가사를 선보이며 힙합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래퍼다. 데뷔작 [Soul On Ice]를 확인해보면 많은 팬의 기대가 어디서 기인했는지를 고스란히 알 수 있다. 라스 카스는 서부 래퍼들에게 확인하기 힘들었던 스킬풀한 랩을 선보이거나 때론 트랙의 분위기에 맞게 랩을 하는 식으로 완급조절을 하며 앨범을 이끌어 나간다. 이는 멜로디컬한 진행이 돋보이는 “Anything Goes”나 배틀캣(Battlecat)의 몽롱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Marinatin’“에서도 마찬가지다. 더불어 그는 성경(“On Earth As It Is”), 성악설(The Evil That Man Do”), 인종 차별(“Nature Of The Threat”) 등과 같은 다양한 소재를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이처럼 라스 카스는 데뷔작을 통해 리리시스트적인 측면과 스킬풀한 랩을 동시에 선보였다. 당시 평론가들의 말처럼 ‘나스에 대한 웨스트 코스트의 대답’이라는 코멘트가 딱 어울리는 작품이다. 앨범 유출, 계약 문제 같은 여러 악재만 겪지 않았다면 라스 카스가 나스만큼 큰 인기를 얻을 계기가 될 수도 있었기에 아쉬움이 더 진하게 남는 작품이기도 하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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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stside Connection - Bow Down (1996.10.22)

웨스트사이드 커넥션(Westside Connection)은 서부 힙합의 대표 주자들인 아이스 큐브(Ice Cube), 맥 텐(Mack 10), WC가 의기투합해 만든 슈퍼 프로젝트 그룹이다. 당시 아이스 큐브는 앨범 판매량이 떨어지는 등 점차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멤버들을 모아 그룹을 결성하게 된다. 이런 위기감 덕택인지 이들의 데뷔 앨범 [Bow Down]은 멤버들의 모든 역량이 응축하고 있다. 프로덕션에는 프로듀서 붓다(Bud.da)와 QD III가 다수 참여했다. 이들은 아이스 큐브, 스눕 독(Snoop Dogg) 등의 앨범에 참여하며 서부 힙합의 많은 명곡을 만들어냈던 프로듀서들이기도 하다. “Bow Down”, “3 Time Felons”과 같이 육중한 드럼과 지훵크가 단단하게 결합한 사운드에서 그 둘의 진면모를 볼 수 있다. 여기에 멤버들의 랩이 어우러져 최고의 조합을 그려낸다. 아이스 큐브와 맥 텐의 무게감 있는 랩과 WC의 화려한 랩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 듣는 내내 지루할 순간을 주지 않는다. 또한, 커먼(Common)과 싸이프레스 힐(Cypress Hill)을 디스한 “Hoo-Bangin’ (WSCG Style)”, “King Of The Hill”에서는 공격성이 다분한 이들의 랩을 들을 수 있다. 가사가 다소 아쉽긴 하지만 서부 힙합 음악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앨범.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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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40 - The Hall Of Game (1996.10.29)

이포티(E-40)는 접미사 ‘-izzle’와 같은 슬랭의 창시자로도 유명하지만, 베이 에이리어(Bay Area) 씬을 대표하는 큰 형님 포지션의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그가 큰 형님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성실함에 기인한다. 그는 20년이 넘는 커리어 동안 매년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데, 새로운 신예 뮤지션들과 함께 협업하며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모습까지 보인다. 그의 네 번째 앨범인 [The Hall Of Game] 역시 이포티의 영민함과 성실함이 잘 드러난 앨범이다. 전 작의 상업적 성공을 잇기 위해 대중적인 느낌의 곡들이 다소 수록되어 있다. 투팍의 곡과 같은 샘플을 사용한 “Things”ll Never Change”와 케이씨(K-Ci)가 코러스로 참여한 “Player”s Ball”이 대표적이다. 좀 더 눈에 띄는 점은 베이 에이리어 출신의 아티스트들과 신인들을 다수 기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킥 다 스네이크(Keak Da Sneak), 프로듀서 릭 락(Rick Rock)이 각각 참여한 “Ring It”와 “Circumstances”가 이에 좋은 예시다. 지역성이 뚜렷한 독창적인 사운드와 대중적인 요소가 잘 결합한 베이 에이리어 씬의 대표 작품.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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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ostface Killah – Ironman (1996.10.29)

고스트페이스 킬라는 커리어에서 앨범을 내지 않은 해를 세는 게 더 빠른 래퍼다. 우탱 클랜의 멤버 중에서는 현재를 기준으로 봐도 뮤지션으로서 가장 성실하다. 그 모든 개인 행보의 시작점인 첫 솔로작 [Ironman]은 우탱스러운 면모와 그렇지 않은 면모가 뒤섞여, 당시 집단 내에서 가장 이질적인 작품이었다. [Enter the Wu-Tang (36 Chambers)]이 중국 무협 영화를 끌어오듯, 만화 <아이언맨>을 비롯해 영화, 만화에서 원전을 끌어오는 방식, “Assassination Day”나 “Box In Hand”에서 동료들과 함께 선보이는 범죄가 뒤섞인 배틀랩 등은 영락없는 우탱 클랜 스타일이다. 하나, 투박함을 강조하는 팀의 메인 프로듀서 르자가 프로듀싱함에도 기존의 멤버들이 낸 작품들에 비해 사운드가 훨씬 부드럽고 정돈되어 있다. 소울의 선율을 살려가며 알 그린(Al Green)의 곡들을 샘플링한 “Iron Maiden”, “260”이 대표적이다. 90년대 힙합 소울의 대표주자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와 합을 맞추며 어머니에게 감사를 표하는 “All That I Got Is You”에서는 아예 알앤비와 결합하여 대중적 접점을 생성한다. 그러니 하드코어함과 팝함을 동시에 머금을 줄 아는 하이톤 래퍼의 좋은 표본이 된 게 아닐까.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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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 Kim - Hard Core (1996.11.12)

많은 여성 래퍼가 남성 래퍼의 화법을 그대로 따르던 시절, 릴 킴(Lil’ Kim)은 그 대신 여성성을 내세웠다. 이러한 색채가 가장 잘 담긴 음반이 릴 킴의 데뷔 음반 [Hard Core]다. 이 음반에서 릴 킴은 섹슈얼한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이를 날카롭고 쏘는 랩을 통해 들려줬다. 그 방식은 단순하지만 효과적이었다. 릴 킴의 랩으로 전달되는 거의 포르노에 가까운 내용은 확실한 셀링 포인트였고, 음반은 큰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로만 이 음반을 다루긴 부적절하다. 간결하지만 중독성 넘치는 베이스라인이 담긴 비트, 내용만큼이나 중요시되었던 동부와 서부의 견제, 동부 힙합을 대표하거나, 대표하는 이로 성장하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 퍼프 대디(Puff Daddy), 제이지(Jay Z), 저메인 듀프리(Jermaine Dupri)의 참여까지, [Hard Core]의 구성은 90년대 동부 힙합의 정수라 불릴 만하다. 여기에 이전까지는 없었던 주체적인 여성 래퍼의 등장이란 점까지, 지금도 이 음반을 두고 여러 방식의 해석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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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b Deep – Hell on Earth (1996.11.19)

맙 딥이 음악적 색깔을 정립하며 거둔 대중적인 첫 성공은 [The Infamous…] 때였다. 이 때문에 차기작 [Hell on Earth]는 언뜻 소포모어 앨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소포모어 징크스를 보기 좋게 깬 셈이다. 큰 변화는 없다. 전작과 같이 건조함의 끝을 보여주는 퍼지는 드럼 톤이나 둔중한 무드를 확실하게 유지한다. 외려 라지 프로페서(Large Professor), DJ 프리미어(DJ Premier), 큐팁(Q-Tip) 같은 명 프로듀서의 도움 없이 온전히 두 멤버가 모든 프로덕션을 도맡으며 특유의 하드코어함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클래식 피아노나 웅장함을 자아내는 현악기, 스트링을 더하고, 해복과 프로디지는 또다시 폭력적인 갱스터랩, 배틀랩을 무한하게 구사한다. 대표적으로 투팍이 “Hit “Em Up”에서 날린 디스를 맞받아친 “Drop a gem on ‘em’“이나 거리의 삶을 지구 위 지옥으로 비유한 “Hell on Earth”를 들으면 맙 딥의 스타일이 이 당시 가장 완성형에 가까웠음을 알 수 있다. 프로디지의 사망으로 [The Infamous…]와 함께 이제는 영원히 맙 딥의 커리어 하이로 남게 된 명작.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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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 Lo - Uptown Saturday Night (1997.01.28)

90년대 초, 중반까지 불어 닥쳤던 재즈 랩 열풍은 강렬했다. 다만, 90년대의 대표적인 스타일인 붐뱁이나 갱스터 랩의 어법을 따르지 않은 탓에 얼터너터비 힙합으로 분류됐다. 9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는 그 자체만으로 굵은 흐름을 형성했다. 캠프 로(Camp Lo)의 데뷔 앨범 [Uptown Saturday Night]도 재즈 샘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비틀어 재즈 랩이란 기존의 어법에 갇히지 않았다. 힙합에 재즈와 훵크 샘플로 그루브를 더해 캠프 로만의 사운드를 완성했다. 소울 레전드 마빈 게이(Marvin Gaye)의 [I Want You]를 오마주한 앨범 아트워크에서도 선배들의 유산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Luchini (A.K.A. This Is It)”, “Sparkle” 같은 수록곡들은 이들이 재즈와 훵크를 운용하는 방식을 확인할 수 있는 곡이다. 음반은 개성적인 랩 톤, 시대의 흐름에 얽히지 않으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비트 프로덕션이 탄탄한 조화를 이룬다. 캠프 로의 [Uptown Sunday Night]은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힙합 명반들이 쏟아졌던 90년대에 합당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명반이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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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um Village - Fan-Tas-Tic, Vol.1 (1997.02.28)

슬럼 빌리지(Slum Village)는 래퍼 바틴(Baatin)과 T3, 래퍼 겸 프로듀서 제이 딜라로 이루어진 그룹이다. 셋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던 사이이며, 이때 이미 ‘Ssenepod(Dopeness를 뒤집은 것)’란 이름의 그룹을 결성했다고 한다. 이 그룹이 1991년 슬럼 빌리지로 개편되었고, 그렇게 첫 음반 [Fan-Tas-Tic, Vol.1]은 슬럼 빌리지의 이름으로 나왔다. 음반이 제이 딜라의 홈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고, 애초에 정식 발매가 아닌 부틀렉 형태의 음반이었던 만큼, 안에 담긴 음악은 굉장히 거칠고 투박하다. 그 내용 또한 당시의 가사 문법에 많은 부분을 기댄다. 하지만 제이 딜라 특유의 샘플링 작법이 담긴 비트, T3와 바틴의 서로 다른 매력을 풍기는 랩은 디트로이트 힙합 팬들에게 많은 인상을 남겼고, 슬럼 빌리지는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와 비견되는 그룹이 되었다. 이러한 맥락을 포함하여, 제이 딜라라는 힙합에서 가장 위대한 프로듀서의 시작이란 점에서 이 음반은 매우 큰 가치를 지닌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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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orious B.I.G.– Life After Death (1997.03.25)

[Life After Death]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가 사망 전, 앨범 작업을 끝내놓았기에 사후 앨범보다는 마지막 유작으로 간주하는 편이다. 앨범은 발매 2주 전, 그가 LA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아 사망하며 세간의 주목을 어마어마하게 끌어모았다. 단지 그뿐이었다면 아마 90년대 힙합 앨범 중 다이아몬드(1,000만 장 판매)를 기록한 몇 안 되는 앨범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대체로 거친 비트와 불도저 같이 멈춤 없는 동물적인 랩으로 점철된 데뷔작 [Ready to Die]만큼 폭발적이고 하드코어하진 않다. 대신 스티비 제이(Stevie J)와 같은 퍼프 대디의 사단 더 히트멘(The Hitmen)의 멤버들이 주도하는 훵키한 팝 프로덕션으로 더 범대중적인 성향을 띤다. 소속사 배드 보이 레코드(Bad Boy Records)의 더 록스(The LOX), 메이스(Ma$e), 112 등의 화려한 참여진, 정제되고 덤덤해진 랩 스타일, 시선의 위치가 비교적 마약 판매상에서 랩스타로 옮겨간 가사도 [Ready to Die]와는 다른 지점이다. 하나, 육중한 보이스로 러프함과 섹시함을 동시에 머금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만의 방식은 여전하다. 한때 친구이자 나중에는 앙숙이었던 투팍의 [All Eyez On Me]와 함께 힙합 역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더블 앨범.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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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one-N-Noreaga - The War Report (1997.06.17)

퀸스 브릿지 크루(Queens Bridge Crew)는 미국 동부 힙합을 대표하는 집단이다. 이들은 90년대 초 언더그라운드에서부터 시작해 동부 힙합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며 메인스트림의 위치까지 올라가게 된다.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힙합 듀오 카폰 앤 노리에가(Capone-N-Noreaga) 역시 이 크루의 일원이었다. 90년대 중, 후반에 들어 퀸스 브릿지 크루의 일원들은 당시 주류 음악에 편입되어 점차 그들만의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에 듀오는 해결책을 고심했고, 그 답을 자신들이 화려하게 빛났던 90년대 초 동부의 하드코어 힙합 음악에서 찾아냈다. 첫 트랙인 “Intro”부터 작품을 끝맺는 “Closer”까지, 앨범은 먹먹한 붐뱁으로 채워져 있다. 또한, 카폰 앤 노리에가는 마피오소 랩의 판타지에서 벗어나 거리의 삶과 실제 현실을 이야기하고(“Blood Money”, “Stick You”), 이를 통해 잃어버렸던 퀸스 브릿지의 영광을 되찾아오려 한다(“Parole Violators”, “L.A., L.A.”). 이처럼 [The War Report]는 퀸스 브릿지의 정신을 잇는 중요한 작품이다. 그 결과, 앨범은 동부 지역의 랩 씬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왔고, 디엠엑스(DMX)와 제이다키스(Jadakiss)와 같은 신인들이 뒤이어 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해낸 거로 평가받고 있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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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ff Daddy - No Way Out (1997.07.01)

90년대 중반, 피 튀겼던 동부 대 서부 힙합 대결은 흥미진진했다. 적당한 견제가 있었고, 우정도 있었던 두 지역 간의 관계는 사실 미디어가 만들어낸 허상이었다. 그러나 팬들은 열광했고, 허상은 현실이 됐다. 각각 동부와 서부를 상징했던 두 래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와 투팍은 총격으로 쓰러졌다. 남은 것은 상처뿐이었다.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레이블 사장이자 프로듀서, 친구였던 퍼프 대디는 노토리어스 비아지가 세상을 떠났던 1997년에 앨범을 발표했다. ‘갈 곳이 없다’라는 앨범 제목도 그의 죽음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부인이자 알앤비 싱어 페이스 에반스(Faith Evans)와 함께한 팝 차트 넘버원 싱글 “I’ll Be Missing You”가 수록되었으며, “Can’t Nobody Hold Me Down”이 팝 차트 넘버원, “It’s All About the Benjamins (Remix)”와 “Been Around the World”는 팝 차트 2위에 오르는 엄청난 기록을 달성했다. 인기곡의 프레이즈를 그대로 샘플링하는 작법으로 비난을 받았던 퍼프 대디였지만, 곡을 고르는 안목은 탁월했다. 이 앨범은 그런 능력을 증명한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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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mosphere - Overcast! (1997.08.05)

앳모스피어(Atmosphere)의 구성원인 앤트(Ant)와 슬러그(Slug)가 활동을 도모한 때는 1989년부터지만, 멤버 교체 및 탈퇴 등 여러 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할 수 있었다. 그 사이 앳모스피어는 미국 최고의 인디펜던트 힙합 레이블 중 하나인 라임세이어스(Rhymesayers)를 만들고, 특유의 안정적이고 탄탄한 음악색을 만들어갔다. 이들의 출신이 미니애폴리스인 만큼, 독특하다 할 수 있지만, 앨범은 당시 유행하던 붐뱁 사운드나 공격적인 래핑을 차용한 점만 본다면 다소 평범하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1964년 블루 노트 레코드(Blue Note Records)에서 발매된 앤드류 힐(Andrew Hill)의 앨범 [Judgement!]를 패러디한 앨범 아트워크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앳모스피어의 주무기는 유머와 위트, 기존의 붐뱁에서 살짝 빗나간(?) 감성이다. 특히 슬러그의 가사는 기니피그부터 기독교까지 힙합에서 보통 다루지 않는 특이한 비유와 소재, 감성글에 가까운 내용까지 종잡을 수 없이 다양하다. 2017년에도 여전히 활동하는 그는 후에 ‘래퍼라는 걸 증명하려 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때로는 과거 자신이 쓴 가사를 싫어하기도 한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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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 P – Ghetto D (1997.09.02)

마스터 피는 90년대 가장 성공한 힙합 뮤지션이자 사업가 중 하나다. 그는 뉴올리언스에서 레코드 가게 영업을 시작으로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하지 않고 자신의 레이블 노 리밋 레코드(No Limit Records)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자수성가했다. 또, 동부와 서부가 팽팽히 대립할 때, 지역적 경계를 넘나들며 모든 음악적 요소를 흡수한 스타일을 효과적으로 세일즈했다. 동시에 훗날 서던 힙합이 성장할 수 있는 대중적 기반을 만들었다. [Ghetto D]는 그런 마스터 피가 ‘앨범 공장장’에 가깝게 새 앨범을 만들면서 한창 성공 가도로 올라설 때, 처음으로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한 앨범이다. 늘 그렇듯 형제인 C-머더(C-Murder), 슬릭 더 쇼커(Slikk The Shocker)를 비롯해 많은 동료의 참여, 싼 티 나는 아트워크처럼 저렴한(?) 톤의 남부식 악기 구성, 게토의 향락적이고 위험한 삶을 녹여낸 일차원적 가사는 여전하다(여기까지 언급한 여러 요소는 후대에 많은 문화적 영향을 끼친다). 다만, 두 장의 히트 싱글, 세상을 떠난 가족과 친구들을 기리는 “I Miss My Homies”와 짜임새, 파괴력, 흥을 두루 갖춘 단체곡 “Make ‘Em Say Uhh!”만큼은 유달리 빛이 난다. 뛰어난 음악성을 뽐냈던 건 아니지만, 동/서부 프레임에서 딱히 어디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팔리는 음악’을 만들 줄 알았던 마스터 피의 대표작.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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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MD - Back in Business (1997.09.23)

EPMD는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의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큰 주제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이들이 발표한 네 장의 음반은 ‘Sucker MC’라 불리는 구린 래퍼를 욕하고, 자신들의 섹슈얼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프로덕션적으로는 소위 말하는 ‘훵키 힙합’이다. [Back In Business]는 에릭(Erick)과 패리쉬 메이킹 달러스(Parrish Making Dollars)가 [Business Never Personal]의 발매 이후 불화로 해체했다가 5년 만에 다시 뭉쳐 만든 음반이다. 그 5년 사이 힙합 씬 자체에 여러 변화가 있던 만큼, 음악도 제법 달라질 법하다. 하지만 음반은 사운드 자체의 색을 제외한다면, 전작들과 큰 차이가 없다. 소울/훵크 음악을 기반에 두는 이들만의 ‘훵키 힙합’조차 여전하다. 아마도 이러한 원동력은 결별한 후에도 둘이 솔로 음반을 발표하고, 프로듀서로 꾸준히 활동했던 탓일 것이다. 둘의 결별 스토리를 알고 난다면, 음반을 틀었을 때 처음으로 들리는 ‘We Are Back, EPMD Back Together’라는 가사가 여러모로 감명 깊지 않을까.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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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on - One Day It”ll All Make Sense (1997.09.30)

사실 커먼의 랩 스킬은 등장부터 완성되어 있었고, 그가 말하고자 하는바 또한 명확했다. 소위 말하는 ‘컨셔스 랩’의 대표 주자가 될 수 있던 것 또한 그런 완성도 때문이었다. 초창기([Can I Borrow A Dollar?], [Resurrection], [One Day It’ll All Make Sense])를 모두 함께 만든 프로듀서는 노 아이디(No I.D.)였다. 다만, 앞선 두 장과 [One Day It’ll All Make Sense]는 조금 다르다. 앞선 음반들이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띠었다면, [One Day It’ll All Make Sense]에서는 밝아진 분위기와 좀 더 경쾌한 리듬이 귀에 들어온다. 이 때문에 커먼은 상업적으로 변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의 의식 있는 가사는 여전하다. 그는 흑인을 대하는 사회의 불공정함과 흑인 문화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노 아이디는 주로 재즈를 샘플링한 거친 음악으로 커먼의 뒤를 받친다. 이제는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이 된 커먼이지만, 이때의 음악만큼은 젊고 패기 넘친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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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e - Harlem World (1997.10.28)

노토리어스 비아이지가 세상을 떠난 뒤, 퍼프 대디의 레이블 배드 보이 레코드에는 새로운 스타가 필요했다. 그 역할은 어린 유망주 래퍼 메이스(Ma$e)의 차지였다. 그는 이미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사망 직후에 발표된 앨범 [Life After Death]의 수록곡에 참여하며 주목을 받은 터였다. 그가 데뷔 앨범 [Harlem World]를 발표하자 첫 주에 27만 장이 팔려나가며 팝 앨범 차트와 알앤비 앨범 차트에서 동시에 1위를 기록했다. 그는 퍼프 대디처럼 매끈하게 랩을 했다. 특정 음절에 강세를 주기보다는 흘러가는 듯한 랩을 구사했다. 세간의 시선과는 달리 그는 수록곡 “Do You Wanna Get $”에서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를 대체하기 위해 온 게 아니다’라는 가사의 랩을 한다. 하지만 퍼프 대디가 전체적인 프로덕션을 이끌었던 만큼 인스트루멘탈이나 코러스의 운용은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를 떠올리게 했다. 아류라고 하는 게 아니다. 메이스는 퍼프 대디 스타일의 프로덕션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배드 보이 레코드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싱글 세 곡을 전부 팝 차트 톱텐에 진입시켰다. 비록 인기를 오래 유지하진 못했지만, 90년대 중, 후반 가장 돋보이는 특급 스타의 등장이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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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kim – The 18th Letter (1997.11.04)

트렌드세터 에이셉 라키(A$AP Rocky)는 8살에 라킴(Rakim)의 [The 18th Letter]를 구매했다고 한다. 생애 처음으로 접한 앨범으로 많은 걸 배웠다고 한다. 에이셉 라키만이 아니다. 라킴은 일찌감치 80년대부터 다음절 라이밍을 선보이며 랩 체계를 정립했고, 후대의 많은 래퍼가 그 틀 안에서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우 길고 어려웠던 레이블과의 법적 분쟁 끝에 나온 첫 솔로작 [The 18th Letter]에도 그런 라킴의 방법론이 잘 녹아 있다. 비록 에릭 비. 앤 라킴(Eric B. & Rakim) 때만큼의 임팩트는 아니지만, 튼튼한 구조의 라이밍은 여전하다. 90년대 초부터 굵어진 랩 톤과 전보다 문학적인 자기과시성 가사는 서로 잘 어우러져 점잖은 멋을 뽐낸다. 특히, 90년대 동부 힙합의 명 프로듀서였던 DJ 프리미어와 피트 락(Pete Rock)이 주조한 “It’s Been A Long Time”과 “When I’m Flowin’“은 라킴이 얼마나 건재한지를 증명한다. 그 외에 무슬림답게 종교적 시선으로 우주의 기원을 논하는 “The Mystery (Who Is God?)”이나 성적 긴장감이 녹아 있는 “Stay Awhile”, “Show Me Love”도 나름 흥미를 끈다. 이변이 없다면 두 번째 앨범 [The Master]와 함께 라킴을 그리워할 때 생각날 가장 최신(?) 앨범이 아닐까.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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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 Smith - Big Willie Style (1997.11.25)

팝 음악의 오랜 팬이라면 윌 스미스(Will Smith)를 래퍼로도 기억할 것이다. 그는 1987년부터 DJ 재지 제프 앤 더 프레시 프린스(DJ Jazzy Jeff & The Fresh Prince)의 멤버로 음악 활동을 했다. 그의 1집 [Big Willie Style]은 그 시절 스타일의 연장선에 해당하는 친숙하고 즐거운 메인스트림 팝/랩 음악으로 가득한 앨범이다. 프로듀서로는 오랜 파트너 DJ 재지 제프(DJ Jazzy Jeff), 당대의 메인스트림을 호령했던 트랙마스터즈(Trackmasters), L.E.S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주로 80년대 소울/디스코 음악을 샘플링해 댄서블한 사운드를 주조했다. 세 번째 싱글이었던 “Getting’ Jiggy Wit It”을 포함, “Miami”, “Yes Yes Y’All”, “Men In Black” 등 대부분 트랙이 그렇다. 또한, 앨범은 부드러운 멜로디를 자랑하며, 윌 스미스 또한 그 멜로디에 걸맞게 욕을 사용하지 않고 사랑에 관한 가사를 써 내려간다. 편안한 목소리를 자랑하는 보컬 트레이 로렌즈(Trey Lorenz)가 코러스로 참여 한 “Chasing Forever”, 빌 위더스(Bill Withers)의 명곡을 재해석한 “Just The Two Of Us”가 대표적이다. 90년대의 세련된 메인스트림 사운드를 잘 담아 큰 인기를 얻고, 결과적으로 800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힙합/팝 앨범.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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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x – Money, Power & Respect (1998.01.13)

2016년, 무려 16년 만에 새 앨범 [Filthy America... It”s Beautiful]을 들고 돌아온 더 록스는 원래 배드 보이 레코드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단, 시작만 그랬다. 1999년, 자신들의 하드코어한 성향에 맞춰 곧장 스위즈 비츠(Swizz Beatz)의 레이블인 러프 라이더스(Ruff Ryders)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데뷔작 [Money, Power & Respect]이 팀의 최고 히트작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쉭 로치(Sheek Louch), 스타일스 피(Styles P), 제이다키스, 세 멤버는 꾹꾹 눌러 가며 뱉는 이스트 코스트 식의 랩 스타일 중 하나를 연신 선보인다. 각자의 솔로 앨범이나 팀 앨범 모두에 항상 적용되는 사항이지만, 이 앨범에는 히트메이커 퍼프 대디가 얹어내는 적당한 훵키함과 멜로디컬함까지 녹아 있다. 소위 ‘팔리는 트랙’이라 할 만한 킬링 트랙 “Money Power & Respect”는 릴 킴, 디엠엑스의 참여로 구성적으로 탄탄함을 더욱 뽐낸다. 비록 본인들은 거부감을 표했지만, 어쨌든 더 록스는 그렇게 90년대 후반 기준으로 꽤나 상업적인 힙합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역시 시대를 막론하고 랩을 잘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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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z - Retaliation, Revenge And Get Back (1998.03.31)

지훵크를 좋아했다면 다즈 딜린저(Daz Dillinger, 이하 다즈)의 이름을 모를 수 없다. 그는 데스 로우 레코드(Death Row Records)의 대표 프로듀서였고,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들의 앨범에 프로듀서로 참여해 수많은 지훵크 명곡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1998년에는 지훵크가 더는 이전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데스 로우 레코드는 소속 아티스트들의 잇따른 이탈로 점차 몰락하고 있었다. 다즈는 레이블에 마지막으로 남은 아티스트였고, 그 또한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솔로 앨범을 발매하였다. 데뷔 앨범 [Retaliation, Revenge And Get Back]은 다즈 스타일의 지훵크를 만끽할 수 있는 앨범이다. 그는 지훵크 특유의 농염한 신스 라인을 가져오되, 좀 더 무겁고 둔탁한 사운드를 구현하였다. 하지만 래퍼로서의 다즈는 단순한 플로우와 라이밍만을 보여주는 편이어서 그 사운드만으로 한 앨범을 온전히 이끌어 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극복 방법으로 선택한 건 많은 게스트 아티스트의 참여였다. 그는 앨범에 더 독 파운드(Tha Dogg Pound)의 한 축인 커럽트(Kurupt), 그의 단짝인 수파플라이(Soopafly), 배드 애즈(Bad Azz) 등 당시 서부 힙합의 올스타 뮤지션들을 한 데 모은다. 그렇기에 본 작을 통해 1세대 지훵크와 데스 로우 레코드의 마지막 황금기를 동시에 엿 볼 수 있을 것이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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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ng Starr – Moment of Truth (1998.03.31)

90년대 중반, 갱 스타(Gang Starr)는 위기를 맞이했다. 구루(Guru)는 총기 소지 혐의로 활동을 잠시 중단할 뻔했다. DJ 프리미어는 그런 그와의 작은 불화로 팀을 잠시 나왔다. 전화위복이었을까. 이후 희대의 명반 [Moment of Truth]가 탄생한다. 앨범은 ‘진실의 순간’이라는 타이틀처럼 어느 때보다 진중하고 견실하다. DJ 프리미어는 여전히 재즈, 소울, 훵크 음악에서 따온 샘플을 자르고 이어 붙인 반복적인 룹으로 중독성을 자아낸다. 다른 점은, 유달리 드라이함이 강했던 전작 [Hard to Earn]과 비교해서 보면, 다양한 톤이 자연스럽게 공존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신비롭고(“Above the Clouds”), 때로는 촉촉하고(“She Knowz What She Wantz”), 때로는 건들댄다(“The Rep Grows Bigga”). 구루도 큰일을 겪어서인지 특유의 고상한(?) 리리시즘은 유지하되, “Robbin Hood Theory”, “JFK 2 LAX”, “My Advice 2 You”를 통해 사회 의식적인 랩을 많이 뱉는다. 또, 동료들과 호흡을 맞춘 터프한 스타일의 “B.I. vs Friendship”, “The Militia”는 하이라이트를 자처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리는 “In Memory Of”는 앨범을 감동적으로 마무리한다. 늘 준수했던 갱 스타의 커리어 하이.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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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Pun – Capital Punishment (1998.04.28)

‘One Shot One Kill’ 빅 펀(Big Pun)의 커리어에 가장 알맞은 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는 생전에 단 한 장의 앨범 [Capital Punishment] 만을 발표했지만, 이로써 라티노 래퍼 중 역사상 최초로 플래티넘을 달성한 솔로 뮤지션이 됐다. 짧았던 생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면, 작품 안에서는 무수히 많은 라임으로 듣는 이의 귀를 폭격하고, 숨을 막히게 했다. 폭탄이 터지듯 연달아 폭발하는 라이밍은 모든 곡의 리듬을 압살한다. 단순히 말과 말 사이를 잇는 수준이 아니다. 하드코어하다 못해 공포스럽기까지 한 비유들로 폭력적인 리리시즘의 절정에 닿는다. 그래서 빅 펀은 블랙 똗(Black Thought), 팻 조(Fat Joe)가 각각 참여해 서로 매기고 받는 “Super Lyrical”, “Twinz (Deep Cover 98)”에서든, 소속 집단이었던 테러 스쿼드(Terror Squad)의 단체곡 격인 “Glamour Life”에서든, 현란한 랩 테크닉을 통해 존재 그 자체로 하이라이트를 독식한다. 참여진도, 러프한 동부 스타일의 프로덕션도 그 앞에선 조그만 꾸밈음일 뿐이다. 더불어 팝한 스타일의 확실한 히트 싱글 “Still Not a Player”까지 더해지며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를 연상케도 한다. 텐션 200% 원조 라임 몬스터의 유일무이한 걸작.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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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X - It”s Dark And Hell Is Hot (1998.05.12)

힙합하면 남성성이 아주, 매우, 많이(!) 강조되던 시기가 있었다. 디엠엑스는 힙합의 남성적인 이미지를 아주 잘 활용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던 래퍼다. 앨범 아트워크에서부터 그는 자신의 남성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실제로 짐승을 연상케 하는 특유의 시그니처 사운드와 함께 물어뜯는 스타일의 랩을 선보이며 마초적인 이미지를 구축한다. 이는 앨범 발매 전에 나온 싱글 “Get At Me Dog”, “Stop Being Greedy”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프로듀서 스위즈 비츠의 비트인 “Ruff Ryders’ Anthem”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영리하게도 디엠엑스는 단순히 남성성만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Let Me Fly”에서 확인할 수 있듯 앨범 안에서 완급조절을 해나가며 청자들을 몰입시킨다. 그 안에 담긴 가사 역시 당시 거리의 현실과 함께 내면의 신앙과 인류애를 소재로 다룬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이처럼 디엠엑스는 자신의 데뷔작을 통해 뚜렷한 스타일을 가진 한 래퍼의 탄생을 알렸다. 또한, 2000년대 메인스트림 힙합의 중심에 있던 러프 라이더스가 남긴 첫 발자취기에 그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기도 하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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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 Squad - El Nino (1998.06.30)

90년대에는 슈퍼 힙합 그룹이 많이 탄생했다. EPMD의 프로듀서 에릭 서먼(Erik Sermon), 레드맨(Redman), 키스 머레이(Keith Murray)가 뭉쳐 결성한 데프 스쿼드(Def Squad)도 그중 하나다. 이들은 그전에도 각자 앨범을 발표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긴 했지만, 팀 단위로 앨범을 발표한 건 1998년이 처음이었다. 대부분 프로덕션은 최고의 힙합 프로듀서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에릭 서먼의 몫이었다. 그는 방대한 음악 장르에서 샘플 하나하나를 뽑아내 아예 새로운 곡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었다. 가령, 유려한 사운드 소스들이 돋보이는 “Can U Dig It”, 커티스 블로우(Kurtis Flow)의 비트를 따와 훵키한 느낌으로 재구성한 “The Game (Freestyle)”이 그렇다. 여기에 90년대의 대표 래퍼였던 레드맨과 키스 머레이가 선보이는 찰진 랩과 함께 텐션을 살짝 더하는 에릭 서먼의 랩은 조화를 이루어 청각적인 쾌감을 안긴다. 슈가힐 갱(Sugarhill Gang)의 “Rapper’s Delight”를 자신들의 버전으로 만든 “Def Squad Delite”에서 이 트리오의 화려한 랩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당대에는 평가가 좋지 않았지만,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이들이 뭉쳐있던 만큼 탄탄한 프로덕션, 기가 막힌 랩스킬 한데 잘 담겨 있는 앨범이다.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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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zibit - 40 Dayz & 40 Nightz (1998.08.25)

서부 힙합을 대표하는 래퍼인 엑지빗(Xzibit)은 추억이 되어버린 MTV <Pimp My Ride>의 진행자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입담으로 대중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기억된다. 하지만 랩에 담긴 공격성은 살벌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는 그의 불우한 어린 시절에 기인한다. 그는 가정폭력의 아픔을 겪으며 생겨난 분노를 자신의 랩에 가득 담아내게 됐다고 한다. 언더그라운드 시절에 발표했던 2집 [40 Dayz & 40 Nightz]은 그런 엑지빗의 분노로 가득 찬 공격적인 랩을 만끽할 수 있는 앨범이다. 전작에 이어 타이트하고 무서운 랩을 구사하지만, 다른 점은 사운드가 훨씬 더 다채로워졌다는 점이다. 인트로를 지나 등장하는 “Chamber Music”의 비장한 프로덕션과 그의 랩은 청자들을 초장에 압도한다. 이후 엑지빗의 크루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Golden Warrios)의 멤버들이 참여한 “3 Card Molly”은 환상의 호흡이 빛나며 타이트한 배틀랩의 구성을 띤다. 힙합 팬들에게 찬사를 이끌어 낸 “What U See Is What U Get” 역시 엑지빗의 화려한 랩을 만날 수 있는 트랙이다. 이 밖에도 LA 흑인들의 비참한 삶을 묘사한 “Los Angeles Times”에서는 서정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언더그라운드 시절 엑지빗의 재능이 온전히 담긴 서부 힙합 씬의 또 다른 명반.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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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 Joe – Don Cartagena (1998.09.01)

팻 조에 관한 가장 최근의 강렬한 기록은 오랜만에 레미 마(Remy Ma)와 함께 발표한 히트 싱글 “All the Way Up”일 것이다. 이 곡만 놓고 보면 그저 트렌드를 좇는 래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는 90년대 뉴욕의 하드코어 힙합을 대표하는 이 중 한 명이다. 세 번째 앨범 [Don Cartagena]는 그런 팻 조가 21세기 들어 좀 더 상업적이고 팝적인 노선을 본격적으로 타기 전에 낸 마지막 앨범이다. 전작인 [Jealous One”s Envy]와 마찬가지로 거리의 삶을 바탕으로 한 무자비한 ‘폭격 랩’은 여전하다. 여기에 전체적으로 뚜렷하고 말끔해진 프로덕션 퀄리티와 앨범의 흐름, 그리고 나스, 래퀀, 제이다키스와 같은 내로라하는 동부 래퍼들과의 협업이 더해진다. 그중 다수의 곡에서 절친이자 늘 함께 언급되는 음악 동료 빅 펀과 맞춘 호흡은 흡사 태그팀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한편으론 빅 펀을 포함해 팻 조의 출신인 브롱스를 중심으로 한 집단 테러 스쿼드가 대대적으로 첫선을 보인 앨범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특히, 멤버들이 다 함께 참여한 단체곡 “The Hidden Hand”는 유색인종으로서 겪는 차별을 성토한 곡이다. 빅 펀과 함께 90년대 라티노 계열의 대표 솔로 래퍼로 영원히 기록될 팻 조의 대표작.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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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kast - Aquemini (1998.09.28)

아웃캐스트의 90년대 음반 중 중요도로 나열한다면 역시 데뷔 음반이자, 메인스트림에서 성공을 거둔 남부 힙합 음반의 시초격인 [Southernplayalisticadillacmuzik]이겠지만, 아쉽게도 음원이 제공되지 않는다. 그 다음을 꼽자면 역시 [Aquemini]다. 빅보이(Bigboi)와 안드레 3000(Andre 3000)로 이루어진 듀오 아웃캐스트는 라페이스 레코드(LaFace Records)와 계약한 첫 번째 힙합 음악가다. [Southernplayalisticadillacmuzik]의 성공은 아웃캐스트가 라페이스 레코드로부터 음악적 전권을 부여받는 계기가 되었으며, 2집 [ATLines]는 그러한 아웃캐스트의 실험적 음악의 시작이었다. 이는 3집 [Aquemini]에서 더욱 단단해진다. 이 음반에서 아웃캐스트는 인간의 고뇌와 자아 성찰에 관해 노래한다. 여기에 완벽에 가까운 두 래퍼의 랩과 록, 소울, 재즈를 버무린 매력적인 비트가 결합하며 [Aquemini]는 모든 평론지로부터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는다. 하지만 아웃캐스트의 음악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아마 2000년대 힙합 시리즈에서 다시 이들을 만날 것이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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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venile - 400 Degreez (1998.11.03)

쥬브나일(Juvenile)은 이 앨범을 400만 장이나 팔았다. 당연히 쥬브나일의 앨범 중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며, 릴 웨인(Lil Wayne)을 포함해도 캐쉬 머니(Cash Money) 레이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다. 싱글 “Back That Azz Up”과 앨범의 성공으로 쥬브나일은 물론, 레이블 캐쉬 머니, 음반에 참여한 릴 웨인과 그룹 핫 보이즈(Hot Boys) 등 이른바 캐쉬 머니 사단이라고 불릴 만한 이들이 한꺼번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중 단연 존재감을 보였던 건 매니 프레쉬(Mannie Fresh)다. 오랜 시간 서던 힙합의 대부라 불리는 매니 프레쉬는 2017년에도 신선함을 유지할 정도로 뛰어난 프로덕션을 선보이는데, 이 음반에서도 전체 프로듀싱을 맡으며 어느 한 곡 빠짐없이 완성도 높은 서던 힙합을 선보인다. 이러한 요소 덕분에 이 앨범은 남부 힙합의 존재감을 알린 작품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여담으로 “Ha (Remix)”에 피처링한 제이지는 캐쉬 머니에서 나온 앨범에 처음으로 참여한 동부 래퍼라고 한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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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 Rock - Soul Survivor (1998.11.10)

피트 락과 씨엘 스무스(Pete Rock & C.L. Smooth)로 몇 장의 음반을 발표하며 등장한 피트 락의 첫 번째 솔로 음반이다. “Half Man, Half Amazin’“을 제외한 모든 곡을 피트 락이 프로듀싱하고, 인스펙타 덱(Inspectah Deck), 메쏘드 맨(Method Man), 프로디지, 커럽트, MC 에잇(MC Eiht), 그 외에도 동서 상관 없이 수많은 내로라하는 래퍼가 참여했다. 음반은 피트 락 음악의 정수라 부를 수 있다. 그는 여러 곡을 한 곡에 이어 붙이면서, 귀에 남는 인상적인 보컬 스니핏을 곁들인다. 이 보컬 스니핏을 이용한 디제잉은 곧 곡의 주제를 함축한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피트 락 본인의 발전이다. 과거에는 아무래도 곡의 포인트를 혼이나 색소폰 등의 브라스 세션에 의존했다면, 이 음반부터 피트 락은 오케스트라부터 실로폰, 베이스라인, 기타 등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한편 이 음반은 피트 락의 메인 시리즈 중 하나가 되었고, 이어 후속작들이 나오기도 했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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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nem – Slim Shady LP (1999.02.23)

에미넴(Eminem)은 불우한 가정에서 자랐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과 함께 몰락한 미시건 주는 그가 버텨내기엔 너무 거칠었다. 영화 <8 마일>에서 나오듯이, 그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토로할 수 있는 건 랩이었다. 그는 자신의 어릴 적 삶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 랩에 투사했다. 슬림 셰이디(Slim Shady)라는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싸이코였다. 그는 새로운 자아를 [The Slim Shady EP]에 담아냈다. 이 독립 레이블 녹음물을 인터스코프 레코드(Interscope Records)의 CEO 지미 아이오빈(Jimmy Iovine)이 들었고, 닥터 드레(Dr. Dre)도 듣게 된다. 닥터 드레는 곧 그와 계약을 하고 앨범을 작업했다. 백인 래퍼를 키운다는 비난을 당했지만, 닥터 드레는 그의 성공을 예감했다. EP를 개작하고 발전시킨 [The Slim Shady LP]는 그 희망을 현실화했다. 아기와 함께 공모하여 부인의 시신을 유기하는 내용의 “’97 Bonnie & Clyde” 같은 충격적인 곡들이 수록됐다. 폭력적인 싸이코 래퍼이자 독창적이고 탁월한 랩 스타일을 지닌 백인 래퍼의 데뷔 앨범에 매체들은 일제히 찬사를 보냈다. 우리가 기억하는 슈퍼스타의 첫 발걸음이었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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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ts - Things Fall Apart (1999.02.23)

신기하게도(?) 힙합 음악 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포맷 중 하나가 바로 밴드다. 힙합 그룹은 많아도 힙합 밴드는 힙합 음악 역사를 다 통틀어도 많지 않은데, 그만큼 더 루츠(The Roots)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징적인 인물이다. [Things Fall Apart]는 그런 더 루츠의 앨범 중에서도 상징적인 작품에 속한다. 시민권 운동 시기의 사진을 택한 것부터 1부, 2부로 나눈 정교한 앨범 구성, 나이지리아는 물론,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문학가 치누아 아체베(Chinua Achebe)의 소설 제목을 따온 앨범명까지, 앨범은 어느 하나 소홀히 만들어진 부분이 없다. 당연하지만 가사 역시 마찬가지다. 블랙 똗은 리리시스트들의 리리시스트라고 불릴 만큼 서사와 라이밍, 표현과 묘사 중 어느 하나 놓치는 것이 없었고, 퀘스트러브(Questlove)는 그러한 가사를 정교하게 담아낼 줄 알았다. 2000년대에는 메인스트림 힙합에 있어 명장으로 불렸던 스캇 스토치(Scott Storch)와 제이 딜라가 한 작품에 있는 것도 신기하지만, 이 앨범이 결국 2013년에 백만 장 판매를 달성했다는 것이 가장 굉장하게 느껴진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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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F DOOM - Operation: Doomsday (1999.04.18)

MF 둠(MF DOOM)하면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의 빌런, 닥터 둠(Dr. Doom)에서 따온 철 가면이 떠오른다. 그는 90년대 초반에 그룹 K.M.D.에서 제브 러브 X(Zev Love X)란 이름으로 활동했다. 그룹의 해체 이후 자취를 감춘 그는 한 카페에서 프리스타일을 하고 있었고, 그때 MF 둠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했다고 한다. [Operation: Doomsday]는 그가 ‘빌런’의 정체성을 굳힌 후 내놓은 첫 번째 음반이다. 음반은 독특하게도 주로 80년대 중반의 콰이엇 스톰 발라드를 샘플링한다. 원곡이 가진 소스를 최대한 살리고, 그 안에 약간의 퍼커션 리듬을 더해 넣는 식이다. 하지만 원곡의 로맨틱함은 MF 둠의 편곡과 건조하고 단조로운 랩이 더해지며 사라지고, ‘멸망의 날’이란 제목에 걸맞은 어두운 이야기로 재편된다. 이 음반 이후 그는 프로듀서로서, 래퍼로서 활발히 활동하였으며, 최근에는 어덜트 스윔(Adult Swim)을 통해 한 주에 한 곡씩 총 15곡을 공개한다고 했으나, 갑작스레 어덜트 스윔과의 관계를 청산했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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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ick Rick - The Art of Storytelling (1999.05.25)

힙합 문화에서 보통 랩 가사는 자신의 경험을 쓰는 것이 불문율처럼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슬릭 릭(Slick Rick)은 그것은 재치 있게, 또 멋지게 스토리텔링이라는 방식으로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슬릭 릭의 랩은 지금까지 600곡이 넘는 곡에 쓰였을 정도로 가사 자체가 힙합 이디엄처럼 쓰였고, 실제로 멋진 펀치라인과 수려한 플로우, 영국식 억양과 미국식 억양 사이 그 어딘가의 독특함까지, 슬릭 릭은 힙합 문화에 많은 유산을 남겼다. 1988년에 발표한 [The Great Adventures of Slick Rick]은 힙합 역사상 최고의 명반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그렇게 대단한 앨범을 발표한 뒤 슬릭 릭은 이런저런 구설수와 사건에 휘말린다. 자신의 인생 중 황금기를 놓친 듯했지만, 레이블과 동료들의 지원사격 아래 그는 1999년 [The Art of Storytelling]을 발표한다. 말 그대로 스토리텔링의 미학을 전달하는 이 앨범에는 동부, 서부, 남부를 불문하고 많은 동료가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앨범은 슬릭 릭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지만, 동시에 많은 래퍼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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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Eiht - Section 8 (1999.06.08)

갱스터 랩은 90년대 가장 유행했던 스타일이며, 그 중심에는 N.W.A.를 위시한 컴튼 출신의 음악가가 많았다. MC 에잇도 컴튼스 모스트 원티드(Compton’s Most Wanted)의 일원으로, 웨스트 코스트 갱스터 랩의 파이오니어 중 한 명이었다. 그는 1994년, 첫 솔로 음반 [We Come Strapped]를 통해 거리의 삶을 살아가는 흑인 빈민가의 고군분투와 성공을 다루며 음반 판매량 골드를 달성했다. 하지만 그 이후 발매한 두 장의 음반 [Death Threatz]와 [Last Man Standing]은 내용으로나, 판매로나 조금은 아쉬웠다. [Section 8]의 주된 포인트는 초심에 가깝다. 그는 ‘섹션 8’이라는 컴튼의 지역을 전면에 내세우고, 그곳에서의 힘든 삶을 읊으며 이야기의 사실성을 높인다. 자신과 비슷한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는 맥 텐, 아이스 큐브를 피처링으로 참여시킨 것 또한 듣는 이의 몰입을 위한 요소다. 여기에 전작보다 다채로워진 프로듀서진이 더해지기까지 한다. 비록 이 음반 또한 상업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으나, MC 에잇은 자신의 디스코그라피에 의미 있는 앨범 한 장을 더할 수 있었다. - 심은보(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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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alicious - Nia (1999.08.30)

래퍼 기프트 오브 갭(Gift of Gab), DJ 겸 프로듀서 치프 엑셀(Chief Xcel)로 구성된 듀오 블랙칼리셔스(Blackalicious)는 최고의 시너지를 만드는 태그팀 중 하나다. 새크라멘토 출신의 두 사람은 각각 텅 트위스팅이라 불리는 복잡하고 타이트한 라임 배치와 얼터너티브한 분위기의 프로덕션을 무기로 가졌고, 두 사람 모두 특유의 에너지를 지녔다 보니 절묘하게 잘 어울린다. 앨범은 DJ 섀도우가 함께 호흡을 맞춘 트립합 넘버 “Cliff Hanger”, 기프트 오브 갭 특유의 어마어마한 라임 배치가 정점을 찍는 “A to G” 등으로 알 수 있듯 한 가지 장점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앨범 전체를 조율하고 하나의 작품으로서 색채와 탄탄함을 모두 챙긴 치프 엑셀의 프로덕션 덕분에 기프트 오브 갭은 자유자재로 마음껏 랩을 펼쳐 보였고, 덕분에 타이트하고 복잡한 라이밍도 단순한 기예처럼 보이지 않으며 그 안에 여러 내용을 담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장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으로는 “Alphabet Aerobics”를 꼽을 수 있겠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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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hod Man & Redman - Blackout! (1999.09.28)

메쏘드 맨은 레드맨과 서로 알게 된 뒤 서로의 앨범에 각각 피처링을 해주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리고 하드 낙 라이프 투어(Hard Knock Life Tour)를 함께 하며 투어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투어를 하는 동안 메쏘드 맨과 레드맨은 [Blackout!]이라는 앨범을 녹음했고, 이 앨범은 당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메쏘드 맨의 인기와 두 사람의 목소리나 랩의 방식이 자아내는 케미스트리, 블랙 버디 필름을 연상케 하는 코믹하면서도 멋진 모습까지, 두 사람이 가진 많은 것들을 선보였다. 특히, 짧은 호흡으로 주고받는 듯한 랩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연출이었다. 작품성이나 무게감보다는 재미와 흥미에 초점을 뒀지만, 그래서 오히려 연출이나 랩 테크닉에 있어 뛰어난 교본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이 앨범 발표 이후 <How High>라는 영화에 출연했고, 메쏘드 맨은 연기자의 길을 걷기도 한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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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 Def - Black On Both Sides (1999.10.12)

모스 뎊(Mos Def)은 90년대 네이티브 텅스(Native Tongues)에 이어 소울콰리언스(Soulquarians)로 이어지는, 동부를 주축으로 하며 의식 있는 가사와 네오 소울, 얼터너티브 힙합을 추구하는 집단에 속해 있었다. 로커스(Rawkus)라고 하는, 그러한 흐름을 담으면서 음악적으로 뛰어난 사람들만 모여있는 독특한 레이블에 소속되어 있기도 했다. 모스 뎊은 그만큼 자기 노선이나 음악적 방향이 분명한 사람이었다. 탈립 콸리(Talib Kweli)와 함께 블랙 스타(Black Star)라는 팀을 결성하여 활동하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연기자로서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동시에 솔로 음악가로서도 몇 차례 작품을 발표했다. [Black On Both Sides]는 모스 뎊의 첫 솔로 앨범이다. 인상 깊은 것은 깊이 있는 가사와 더불어 샘플 선택이다. 앨범은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를 포함해 스탠리 클락(Stanley Clarke), 빌 에반스(Bill Evans)와 같은 재즈 음악가까지, 비교적 폭넓은 범주에서 샘플링했고, 덕분에 다양한 분위기가 나올 수 있었다. 그러한 다양한 분위기에 맞춰 모스 뎊은 자유자재로 별의별 이야기를 다 꺼냈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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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some Boy Modeling School - So... How”s Your Girl? (1999.10.19)

핸섬 보이 모델링 스쿨(Handsome Boy Modeling School)이라는 이름을 래퍼의, 특히 남성성 강했던 90년대 래퍼들 사이에서 만날 수 있는 이름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기묘한 이름은 일본계 미국인 프로듀서 댄 더 오토메이터(Dan The Automator)와 80년대부터 00년대까지 현역으로 활동한 프로듀서 프린스 폴(Prince Paul)이 결성한 듀오의 이름이다. 두 사람이 결성하여 만든 [So... How’s Your Girl?]은 프로듀서 두 사람이 말 그대로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담은 앨범이다. 붐뱁부터 트립합, 덥, 턴테이블리즘까지 온갖 스타일을 다 담았다. 피처링진 또한 화려한데, 런 더 주얼스(Run The Jewels) 이전까지는 언더그라운드 래퍼이자 프로듀서 정도로 알려졌던 엘피(El-P)부터 키드 코알라(Kid Koala)와 같은 턴테이블리스트까지, 앨범 내에 담긴 조합과 호흡은 굉장히 다채롭다. 두 사람은 이러한 컨셉을 바탕으로 훨씬 다양한 모습을 담아 2004년 [White People]이라는 앨범을 발표하기도 한다.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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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Dre - 2001 (1999.11.16)

제목과는 달리 1999년에 발표한 앨범이다. 1992년에 발표한 [The Chronic] 이후에 여러 작업을 해왔지만 정작 자신의 앨범을 발표하지 않았던 닥터 드레였다. 어쩌면, N.W.A.와 [The Chronic]으로 인해 너무나 커져 버린 팬들의 기대치를 만족하게 할 자신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7년 만에 [2001]를 발표했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Still D.R.E.”와 “The Next Episode”라는 불멸의 히트곡을 탄생시켰다. 20년 가깝게 지난 지금까지도 종종 만나게 되는 곡이다. 과거 그의 영역이었던 갱스터 랩과 지훵크의 흔적을 찾을 순 있긴 하지만, 새로운 곳으로 나아갔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에미넴과 엑스지빗을 대동해 장난스러운 비트를 살린 “What’s The Difference”, ‘힙합 소울의 여제’ 메리 제이 블라이즈와 함께한 우아한 힙합 소울 넘버 “The Message” 등 음악은 무거운 분위기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퍼진다. 타격감 강한 드럼에 맞춰 음절을 쪼개 각운을 살리는 “Watcher” 같은 곡에선 닥터 드레의 랩 실력에도 감탄하게 한다. 80년대와 90년대에 이어 닥터 드레의 또 다른 10년을 개막하게 해준 명반이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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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Tip – Amplified (1999.11.30)

누구나 인정하듯 큐팁은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의 중심이었다. 지난해 발표된 18년여만의 복귀작 [We Got It from Here... Thank You 4 Your Service]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큐팁이 솔로 커리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1998년부터였다. 이듬해 발표한 첫 정규작 [Amplified]는 기존의 팀에서 선보였던 방식보다 가벼웠다. 일단 거의 모든 트랙을 디트로이트의 명 프로듀서 제이 딜라와 함께 만든 건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의 90년대 마지막 작품 [The Love Movement]의 연장선이다. 큐팁의 전매특허인 담백한 맛이 있는 클래시컬한 랩과 모기 같은 목소리, 그리고 소울, 훵크, 재즈를 넘나드는 풍미 넘치는 샘플링 비트도 여전하다. 대신 전체적인 톤앤매너를 훨씬 산뜻하고 팝하게 가져간다. “Breathe And Stop”, “Go Hard”와 같은 트랙은 듣다 보면 2000년대 초반에 유행한 메인스트림 힙합의 원형처럼 다가온다. 아마 어떠한 말보다도 히트 싱글 “Vivrant Thing”의 뮤직비디오에서 섹시한 여성들과 함께 춤을 추는 큐팁의 모습을 보는 게 이해하는 데 더 빠를 것이다. 힙합 역사상 가장 위대한 래퍼이자 프로듀서로 지목되기도 하는 큐팁은 어쩌면 이 앨범으로 시대를 슬쩍 앞서 나갔던 걸지도 모른다. - Melo


글│bluc, 심은보(GDB), Geda, 류희성, Melo
이미지│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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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12.14 10:49
    가지고있는 앨범들을 돌아보게되는 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몇장 또 곧 사겠네요 ㅋ
  • 12.14 13:18
    three 6 mafia 어디....
  • 12.14 15:46
    @White Punk
    쓰리 식스 마피아(Three 6 Mafia) 역시 당연히 고려 대상이었으나, 서두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벅스(Bugs)에 선제공되는 기사인 관계로 국내에 음원 수급이 된 앨범 위주로 다루다 보니 다른 몇 장의 앨범과 함께 누락되게 되었습니다. 이점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12.14 19:55
    @Melo
    아 벅스에는 없었군요
  • 12.14 18:07
    좋은글 감사합니다^^ 수고많으십니다
  • 잘 읽었습니다~
  • 12.19 00:31
    핸섬보이 모델링스쿨 진짜 필청
    the truth 아직도 가끔돌려요
  • 12.20 01:13
    유통 사정상 불가피하게 누락된 앨범들 따로 모아서 엘이에만 소개해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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