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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여섯 트랙으로 알아보는 지바노프의 매력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7.12.07 18:23추천수 3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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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이 조금 넘는 기간에 걸쳐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지바노프(jeebanoff)가 보인 성장세는 극적이었다. 그는 2016년 3월 발표한 싱글 “Hide”를 기점으로, 프로듀서 딥샤워(Deepshower)와 브릴리언트(BRLLNT) 등과 협업하며 자신의 인지도를 높혀갔다. 그리고 같은 해에 발표한 두 장의 EP [so fed up], [for the few.]를 통해 마침내 기존의 이들과 다른 지바노프 본인만의 음악색을 드러내었다. 그 결과, 첫 번째 EP에 수록된 “삼선동 사거리”를 통해 <2017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올해는 EBS <스페이스 공감>, SBS <DJ쇼 트라이앵글> 등 다양한 방송 출연과 공연 활동을 통해 활동 반경을 넓혔으며, 싱글 “Right Here”을 내고 뮤지(Muzie)의 앨범에 피처링으로 참여하며 꾸준한 작업물을 선보였다. 이어 지난달에는 신생 레이블 굿투미츄(goodtomeetyou)에 합류했음을 알리며 새 EP [KARMA]를 발표했다.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기존 모습처럼 음악 안의 디테일에 충실함은 물론, 다채로운 사운드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등 더욱 발전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지바노프의 성장세에 주목해 그의 매력이 잘 드러난 여섯 트랙을 소개하고자 한다. 순서는 발매일과 함께 앨범상 배치를 기준으로 하였다.





Hide

“Hide”는 지바노프가 연습생 시절에 쓰던 지반(Jeeban)이란 이름으로 발표한 곡이다. 그는 라디오를 통해 자신의 활동명을 래퍼 지조에서 영감을 얻어 정했으며, 단어 그대로 땅의 표면을 뜻한다고 밝힌 바가 있다. 그 풀이대로 “Hide”는 지바노프를 씬의 ‘지반’에 드러냄과 동시에 피비알앤비(PBR&B)라는 그의 음악적 바탕을 알 수 있게끔 하는 곡이기도 하다. 이는 우선 곡 전반의 프로덕션을 통해 드러난다. 곡에 도입된 악기 소스들에는 잔향이 있어 습기를 잔뜩 머금고 있는 인상을 안겨준다. 또한, 많은 장르 아티스트가 그러했듯이 그의 보컬 또한 이펙터에 파묻혀 있는 편이다. 여기에 가사에서는 제레마이(Jeremih)의 “Birthday Sex”의 한 구절을 자연스레 따오고 있어 당시 위켄드(The Weeknd)를 연상케 한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곡을 주도하는 그의 보컬이다. 지바노프는 몽환적인 프로덕션에 걸맞게 자신이 지닌 미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 나가며 곡을 전개해 나간다. 물론, 멜로디가 튀는 등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다소 있긴 하지만, 그는 완급 조절을 훌륭히 해나가며 텐션을 유지해낸다. 이처럼 지바노프는 첫 싱글부터 일반적인 신인들에게 찾기 힘들었던 감상 지점을 선사한다.






삼선동 사거리

“삼선동 사거리”는 지바노프의 대표곡이자 그의 배경 스토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곡이다. 사실 본 곡은 방탄소년단의 RM이 추천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얻었다. 그가 곡을 추천한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한국의 연습생 문화를 겪었던 이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가사 덕분이 아닌가 싶다. 매체와의 인터뷰에 의하면 지바노프는 음악적인 견해차로 원래 회사를 나오게 되었고, 기존의 지반을 벗어나는 의미로 뒤에 '–off'를 붙여 현재의 활동명을 썼다고 한다. 또한, 실제로 ‘삼선동 사거리’라는 타이틀은 당시 회사가 있던 거리라 하며, 가사에서 나오는 ‘파랗던 지하방’은 연습생 시절에 사용하던 연습실을 뜻한다고. 그는 곡에서 현실인 지하방과 이상인 빌보드를 대비시키며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를 이야기한다. 이어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믿어'를 되뇌며, 주문을 외우듯 자신에게 확신을 가지려 한다. 이때 보컬보다 다양한 퍼커션 소리와 함께 리듬 파트가 강조되던 중에 하이라이트의 시작과 함께 바이올린 소리가 어우러지며 보컬이 부각되는 식으로 전개된다. 덕분에 마치 지하방에 한 줄기 빛이 내리듯 희망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며, 그의 이야기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 한다. 가사에 담긴 울림을 극대화하는 연출이 인상적인 곡.







Belief 

“Belief”는 지바노프의 두 번째 EP [for the few.]의 타이틀곡으로, 장르로 따지자면 딥하우스에 해당한다. 딥샤워가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그가 자주 선보이곤 하는 신디사이저 등으로 매만진 깔끔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이다. 이 곡은 앞서 소개한 “삼선동 사거리”와 맥락이 이어진다. "삼선동 사거리"에서 불안했던 마음을 ‘믿어’를 되뇌며 다잡았다면, “Belief”에서는 결국에 자신이 바랐던 믿음의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실제로도 그는 매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굳혀 나가려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곡’이란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이는 많은 이와 함께 춤추며 즐기는 지바노프의 뮤직비디오 속 모습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 명의 아티스트이기 전에 조금 더 소통하고 유쾌한 사람으로 남고 싶으며,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가고 싶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이야기와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후반부에서는 다른 이들이 다 취해 널브러진 상태에서 지바노프 혼자 소파에 기대 깨어나는 모습을 보인다. 어쩌면 대중과의 접점을 취하되, 본인만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을 듯하며, 올해 들어 그가 다양한 활동을 통해 더욱더 대중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Right Here

소개한 세 곡은 각자 다른 앨범에 수록되어 있지만, 멀리서 놓고 보면 그 맥락이 이어지는 편이다. 물론, 우연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인터뷰와 뮤직비디오 등을 미루어 보았을 때 어느 정도는 그가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지바노프는 개별 곡 혹은 작품 전반에 걸쳐 큰 흐름을 구축하는 재능을 갖고 있다. 이는 새 EP [KARMA]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KARMA]는 한 연인이 만나 사랑을 하고 이별하게 되는 과정들을 담고 있다. “Right Here”은 선공개 싱글로 발표되었으며, 앨범에선 표현이 서투른 연인 간의 뜨거운 사랑에 해당한다. 일단 프로듀서 노에어(noair)는 기타 리프와 베이스를 강조한 훵키한 사운드를 선보인다. 지바노프는 그 위에서 신경 쓰지 않는 듯이 무심하게 툭툭 보컬을 내뱉지만, 가사에는 상대방에 대한 섬세함과 배려가 묻어난다. 또한, 보컬의 완급 조절을 통해 애타는 마음을 표현함은 물론, ‘Right Here’이라는 후렴구를 강조해 진심을 전하기도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릭 브릿지스(Rick Bridges)의 랩 퍼포먼스는 빈지노(Beenzino)의 그것이 저절로 떠오른다는 아쉬움만 제외한다면 곡의 섬세한 무드를 헤치지 않는 편이다. 조금은 덜 드러난 지바노프의 속마음을 대변해주기까지 하니 어떻게 보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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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진심”은 [KARMA]에서 “Right Here”에 이어 나오는 트랙으로, 사랑에 대한 의심과 연인 사이의 흔들림을 이야기하는 곡이다. 지바노프는 “Right Here”에 언급했던 ‘진심’이라는 키워드를 가져와 앨범의 맥락을 이어나간다. 이 곡에서 ‘진심’은 사랑의 순간이 식어버린 연인을 원망하며, 자신을 사랑하긴 했었나 의심하는 모습에 해당한다. 그는 답답함을 토로하는 가사와 함께 마치 한숨을 쉬는 듯한 보컬 완급을 보여준다. 또한, 갈등을 겪는 두 연인의 모습을 구체적인 상황 제시보다는 ‘진심’과 ‘거짓’과 같이 대비되는 단어들을 계속 언급함으로써 부각한다. 장르적으로 보았을 때는 퓨처 베이스에 해당하며, 가사에 따라 리듬 파트에서 변주가 이뤄지고, 다양한 사운드 소스가 도입되며 곡의 분위기를 환기한다. 특히, 피아노 소리를 비롯한 악기 소스들은 처연한 무드를 그려냄과 동시에 흔들리는 연인의 애처로움을 연상케 한다. 마침내 다다른 하이라이트에서는 전자음과 함께 이펙터를 먹인 보컬이 어우러지며 마치 억눌렸던 감정이 분출되는 듯한 모습을 그린다. 애수 어린 발라드에 가까워 타이틀곡 "Timid"와 더불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지 않을까.







Timid

“Timid”는 소울렉션(Soulection) 소속 프로듀서들이 선보였던 퓨처 바운스의 통통 튀는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이다. 지바노프는 트렌디한 사운드 속에서 연인들의 다툼과 이별의 순간들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낸다. 기존에 발표한 어느 것보다도 그의 보컬이 더욱 또렷하게 들리는 건 물론, 어딘가 빈 듯한 절제미가 돋보이는 곡이다. 피처링에는 창모가 참여했는데, 누구보다도 유행의 최전선에 앞장서 있는 래퍼인 만큼 알맞은 선택이라고 보인다. 실제로도 그는 프로덕션에 걸맞게 보컬과 랩을 넘나드는 퍼포먼스를 선보임과 동시에 ‘서울 바이닐’과 같은 구체적인 명소를 언급하며 사실성과 설득력을 높인다. 이를 통해 두 아티스트의 콜라보가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좋은 시너지를 낳게 된 듯하다. 기존의 음악성은 잃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대중성까지 확보한 트랙.


글ㅣ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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