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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Lil Pump - Lil Pump

title: [회원구입불가]HiphopLE2017.11.16 00:57추천수 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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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What U Sayin' (Feat. Smokepurpp)
02. Gucci Gang
03. Smoke My Dope (Feat. Smokepurpp)
04. Crazy
05. Back (Feat. Lil Yachty)
06. D Rose
07. At the Door
08. Youngest Flexer (Feat. Gucci Mane)
09. Foreign
10. Whitney (Feat. Chief Keef)
11. Molly
12. Iced Out (Feat. 2 Chainz)
13. Boss
14. Flex Like Ouu
15. Pinky Ring (Feat. Smokepurpp & Rick Ross)

기왕 망나니처럼 굴 거라면 개망나니인 게 낫다. 진정성은 진중하고, 의식 있고, 점잖은 이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말과 행동이 서로를 배반하지 않는다면 누구든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릴 펌프(Lil Pump)는 요 근래 사고 꽤나 친다는 어린 래퍼 중 가장 빛나 보인다. 심증만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그는 텐타시온(Xxxtentacion)이나 릴 핍(Lil Peep)처럼 실제 음악과는 다르게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거나 괜한 의식 있는 '척'을 하지 않는다. 허구한 날 형형색색의 색깔을 덧칠한 레게 머리를 흔들며 마약이 어쩌니저쩌니하는 등 자신의 방만한 삶을 늘어놓을 뿐이다. 아무렴 어떤가. 음악과 현실 사이에서 혹은 음악 안에서 일관되지 못해 옹색해 보이는 것보다는 ‘노빡꾸’로다가 제대로 돌아버리는 편이 쉽게 이해된다. 물론, 그 점에서 작은 크기의 설득이야 그와 비슷한 계열의 래퍼들도 충분히 했다. 하나,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앨범으로 큰 크기의 설득에 성공한 건 릴 펌프뿐이다.



♬ Lil Pump - Boss


[Lil Pump]은 릴 펌프가 가진 독창성 그 자체보다는 기존에 어느 정도 존재했다고 볼 수 있는 캐릭터와 스타일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어필했느냐에 초점을 맞춘 앨범이다. 트랙들은 하나같이 유달리 짧은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대개 2분 내외이고, 이름값 있는 피처링진이 끼면 3분이 조금 넘어간다. 치기 어린 거친 에너지를 좀 즐길 만하다 싶으면 곡이 툭 끝나고 급작스럽게 대충 페이드아웃되는 아웃트로가 나온다. 3 ~ 5분대에서 인트로-벌스-훅-벌스-훅-브릿지-훅-훅 따위로 진행되는 전형적인 팝 음악의 구조와는 딴판이다. 한 곡을 더 길게 끌고 나갈 수 있는 역량이 없는 걸 수도 있고, 그가 영향받았다는 짧고 굵고 빠른 펑크 록의 장르적 요소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마치 자신의 음악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구성을 핏하게 취하는 것만 같다. 앨범에서 로우파이 경향의 트랩이 주된 걸 감안하면, 피로감과 지루함을 덜어낸 왠지 우연일 것만 같은 현명한 선택이다. 동시에 개개 곡 안에서는 짧고 굵게 강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요소를 하나 이상씩은 가져간다. 귀를 때리다 못해 뒤덮는 두꺼운 808 베이스와 FL 스튜디오(FL Studio)의 기본 프리셋을 어지간히 그대로 쓴 듯한 싸구려틱한 미디 소스, 인생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 반복적인 어구와 이에 바탕해 괜스레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적인 훅까지, 릴 펌프는 앨범 처음부터 끝까지 세련미 따윈 개나 줘버린 덜 떨어진 ‘쌈마이’함을 내민다. 그러니 애당초 인스턴트, 레토르트 식의 개량적이고, 값싼 맛을 좋아하는 편이라면 릴 펌프의 음악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울 것이다.

한 가지 의문이라면 의문인 것이, 기본적으로는 싸구려라지만 앨범 구조까지 그렇진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로우파이한 트랩 스타일을 중심으로 정교하고 정갈한 편이다. 기준점이 되어주는 건 트랩 뮤직에 적합하다 못해 나름의 상징성까지 있는 참여진들이다. 앨범은 게스트가 있는 트랙과 아닌 트랙이 번갈아 등장하며 진행된다. 릴 펌프는 전자에서 박자 맞추는 것도 조금은 힘겨워 보이는 엉터리 랩의 대가(?) 치프 키프(Chief Keef)와 릴 야티(Lil Yachty), 사우스의 시대인 2000년대 중, 후반부터 트랩을 외쳐 온 허슬러 구찌 메인(Gucci Mane), 트랩이 트렌드로 본격적으로 떠오른 2010년대 초에 가장 활약한 투 체인즈(2 Chainz), 릭 로스(Rick Ross)와 호흡을 맞춘다. “Youngest Flexer”에서 렉스 루거(Lex Luger) 스타일의 비트를 소화했다든가 세세한 이야기를 할 순 있지만, 무슨 랩을 했고, 어떤 콤비네이션을 보여줬는지는 딱히 중요치 않다. 그보다는 게스트 면면을 보았을 때, 그들이 지난 10여 년간 트랩이 거쳐온 순간순간을 대변하고, 현시점으로 봐도 유의미한 맥락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더 흥미롭다. 결과적으로는 정통적인 방식으로 앨범에 균형감을 잡아주고 묵직함을 더하게 됐다. 그와 별개로 릴 펌프의 끊임없는 추임새 퍼레이드 또한 얼핏 들으면 지지(Jeezy)를 비롯해 과거 수많은 서던 랩스타들이 구사한 기존의 방식을 연상케 할 수도 있다.


♬ Lil Pump - Gucci Gang


그러니 릴 펌프와 [Lil Pump]는 기존의 규격과 형식 중 과감히 깨야 할 것과 어느 정도는 지켜야 할 것을 잘 구분한다고 할 수 있다. 막가파의 기운을 뿜어낼 땐 뜨겁게, 그 기운이 과해지지 않게끔 틀을 짤 땐 냉정하게 군다. 완전히 전통을 파괴했다기에는 그저 또 한 명의 시대를 풍미할 트랩 스타의 탄생을 알리는 것만 같다. 릴 펌은 단지 더 어리고 철없어 보일 뿐이며, 사실은 그조차도 과거 있어 왔던 비슷한 부류의 원히트 원더 서던 랩스타, 트랩 래퍼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어쨌든 그를 어떻게 생각하든 이게 2017년식이라면 좋든 싫든 간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글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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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11.16 20:14
    진짜 생각보다 영민한 친구인듯
    나중에는 어떤 음악을 내놓을지 궁금하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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