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이 갔다고 좋아하며 시작했던 2017년도 어느새 절반이 지났네요. 개인적으로 올해 상반기 한국힙합 중 커뮤니티를 달궜던 가십거리나 사회적 이슈들만큼 뜨거웠던 작품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 와중에도 기념비적인 앨범 두 장이 나왔다고 생각해서 글 써봅니다.
< 2017년 상반기 최고의 한국힙합 앨범 >
BILL STAX - 'Buffet' Mixtape
(2017. 03. 03)
애초에 바스코라는 래퍼에 대한 기대가 없었어요. 빌스택스라는 이름을 바꿀 때 조금 우습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모든 편견을 깨고 한국 트랩의 최전선에 위치할 자격이 되는 앨범을 만들어서 깜짝 놀랬어요. 특히 'Sushi'는 비트가 너무 귀여운 것 같아요. 씨잼과 노창의 조화가 너무 좋았구요. 노창 벌스는 길가면서도 자꾸 생각날만큼 중독성 있는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훅을 참 맛깔나게 구성한 것 같고, 랩도 전형적인 스타일이면서 은근히 뻔하지 않은 매력이 있네요. 메시지들 또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기억에 분명히 남는 것 같아요. 커버도 정말 멋스럽구요! 앨범이 가볍게 흘려듣고 말 퀄리티의 트랩이 아니라서, 빌스택스라는 새 이름을 지은 것이 결과적으로 지기펠라즈 시절과 안녕하며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신의 한수처럼 느껴지네요. 저는 부페를 상반기 최고의 앨범으로 꼽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세요?
Dok2 - Reborn
(2017. 03. 28)
두번째로 좋았던 앨범은 도끼의 리본이었어요. 워낙 다작하고, 미디어를 통해 이미지가 소비되면서 쌓인 도끼에 대한 오해와 의심들을 종식시키는 멋진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Hiphop Lover'라는 곡은 한국힙합 내에서 도끼가 한 명의 래퍼 이상의 존재임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한국힙합을 들으며 이렇게 가슴 뛰어본 적도 오랜만이었던 것 같아요.
< 2016 하반기 최고의 한국힙합 앨범 >
Goosebumps - Goosebumps Track
(2016. 12. 17)
Dipcoin 크루의 비트메이커 구스범스의 앨범입니다. 세련된 구스범스의 비트와 야만스러운 딥코인 크루의 랩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살벌한 그림을 그려냅니다. 한국 트랩음악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1,2,3,4번 트랙의 매력이 어마어마해서 발매 직후 여태껏 수 백번은 들은 것 같아요. 딥코인은 연예인이 되려는 풍토가 강해진 한국힙합씬에서 클럽 Henz를 중심으로 소규모라이브를 자주 선보인다는 점에서 진정한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한다는 인상을 받아요. 또 패션브랜드 LMC와도 협업하며 파티를 여는 등 일반 한국래퍼들의 행보보다 세련된 것 같아서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앨범에서 SIMAHOY(a.k.a Lil Kpopp)이라는 래퍼를 알게 되서 참 기뻐요. 딥코인에서는 PNSB가 가장 많이 알려졌을텐데, 저는 SIMAHOY의 랩이 현재로서는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 앨범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가치보다 더 낮은 평가와 인지도를 누리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되네요.
< 2016년 상반기 최고의 한국힙합 앨범 >
JUSTHIS - 2 MANY HOMES 4 1 KID
(2016. 06 .14)
전통적인 힙합의 궤에서 가장 충격을 받았던 아티스트입니다. 저는 외국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라 한국음악은 한꺼번에 몰아서 찾아듣는데, 그래서 이 앨범을 하반기에나 들었어요. 왜 더 일찍 저스디스의 존재를 알지 못했을까 스스로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앨범에 대한 언급은 너무 많으니 저는 이 정도만 하겠습니다.
< 2015년 하반기 최고의 한국힙합 앨범 >
천재노창 - MY NEW INSTAGRAM
(2015. 06. 23)
많은 분들이 2015년 앨범으로 에넥도트를 꼽으시겠지만, 저는 천재노창의 마이 뉴 인스타그램을 이야기하고 싶네요. 제 기준, 한국힙합을 14년 동안 들으면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음반 두개 중 하나인데요. 버벌진트 <누명> 이후 최고의 한국힙합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방자유, 난성격이나빠, CHING CHANG CHONG, 위아더월드, 꽃가루, 너(이 앨범의 탄생배경과 밀접한), 좆간지, 털ㄴ업해야해 너무 너무 사랑합니다. 개인적으로 행은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이 앨범을 들을 때마다 모로코 여행 중 긴 이동시간 동안 여자친구와 무한재생하며 북아프리카 풍경을 감상했던 기억이 나서 행복하네요. 아일랜드에서 백인 꼬마들에게 칭챙총이라는 조롱을 듣고 빡쳤을 때 칭챙총을 들으며 분노를 식혔던 것두 생각나구요.
< 2015년 상반기 최고의 한국힙합 앨범 >
Deepflow - 양화
(2015. 04. 13)
한동안 한국힙합에 환멸을 느껴 듣지 않던 시절이 있어요. 다들 빈 껍데기랩밖에 안 하는 것 같아서요. 그러던 와중 오랜만에 홍대에 들렀는데, 상구형님이 지나가시더군요. 여전히 통이 큰 힙합바지에 빡빡머리를 한 상구형을 보면서 '요즘 저 형도 뜸한 것 같은데 잘 사시나 모르겠다..'했었죠. 집에 돌아가 딥플로우를 검색하니 일주일 전에 양화라는 앨범을 발매했더군요. 양화 듣고 다시 한국힙합을 찾게 되었습니다. 응원합니다 상구형!
동의합니다! 21 savage와 비슷한 면이 있지만 빌스택스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피쳐링도 빌스택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저는 노창 보다는 에넥도트~
이 형 진짜 멋진 형..
지금 이름과 이미지 훨 잘어울리고 잘 바꿨음
훌륭한 창조적 파괴의 좋은 예
올해는 코쿤 빐탟 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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